“축구는 22명이 90분간 뛰어서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
잉글랜드 리네커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준결승에서 독일(서독)에 진 뒤 한 푸념입니다. 독일의 팀 플레이에 혀를 내두른 겁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에서 고국 브라질의 독일전 7대1 완패를 방송 해설한 주니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일에 져서 슬프냐고요? 아뇨. 이게 바로 축구가 원하는 결과입니다. 개인이 아닌 조직(unit)으로 움직인 결과입니다.”
독일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축구팀입니다.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결과는 10전 전승. 43득점에 실점은 4골 뿐. 한 골 먹을 때 10골씩 넣었단 얘기입니다.
● 체계적 유소년 육성…화수분 축구
독일이 변화무쌍한 현대 축구 환경에서 세계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끊임없이 수혈되는 ‘젊은 피’에 있습니다. 세대교체가 물 흐르듯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이 그 증거입니다. 선수단 평균 나이가 고작 23.9세. A매치 출전 횟수가 평균 10번에 불과한 사실상 2군 선수들을 데리고 아시아챔피언 호주, 북중미 챔피언 멕시코, 남미 챔피언 칠레 등을 모두 격파했습니다. 여기서도 특출한 선수 한 명을 꼽기는 어려웠지요.
인적 자원도 독보적입니다. 독일 유소년 지도자의 임금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독일 유소년 지도자의 평균 임금은 4만 파운드(우리돈 5천700만 원)로 축구 종주국 영국(1만 6천 파운드)의 2.5배에 이릅니다. 우수한 지도자가 경제적 안정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연구하며 미래의 축구 스타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독일은 지난해 유럽축구연맹 21세 이하 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 '팀 리더' 요하임 뢰브의 12년…러시아 뒤로도 2년 더!
이와 같은 일관성은 축구대표팀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직후 사령탑에 오른 요하임 뢰브 감독은 12년 째 흔들림 없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술적으로도 탁월하지만 철저하게 팀을 관리합니다. 이번 월드컵기간에도 뢰브 감독은 선수단에 섹스와 음주, SNS를 통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이런 규칙에 이미 익숙하다. 선수들은 월드컵 우승이라는 퍼즐의 조각이다. 개인보다 팀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뢰브 감독의 임기는 2020년까지입니다. 독일축구협회는 러시아월드컵 성적과 상관없이 그에게 계속 맡기겠다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조직력이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듯 리더십도 순식간에 갖출 수 있는 게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