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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의무병이 복강경 수술하는 군 병원…위험천만 실태 고발 (1일차 다시보기)

[끝까지판다①] 무자격 의무병이 복강경 수술 참여…軍, 불법진료 지시

<앵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은 군에서 혹시 어디 아프지는 않을지. 또 아플 때 제대로 치료는 받을 수 있을지 하는 겁니다. 많이 좋아졌다는 요즘도 이런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군 의료 체계가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게 큰 이유입니다. 그래서 SBS 탐사 보도팀은 군 의료 시스템의 실태와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30일) 그 첫 순서로 먼저 자격도 없는 의무병이 복강경 수술에 참여하고 엑스레이 촬영까지 하는 불법 의료 행위의 실태와 이걸 묵인하는 걸 넘어 명시적으로 "하라"고 지시하는 군 간부들을 고발하겠습니다.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수도권의 한 군 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다 최근 전역한 의사 A 씨가 탐사 보도팀의 취재에 응했습니다.

자격이 없는 의무병이 수술실에서 보조를 하면 안 되는데, 복부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내 수술 도구와 카메라를 집어 넣어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에 의무병이 참여하고 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의사 A 씨/군의관 출신 : 복강경이 구멍을 뚫고 (기구를) 안에 넣어서 배 속을 휘젓는 거예요. 구멍을 3개를 뚫는다 그러면 손이 2개밖에 없잖아요. 하나는 누군가 해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의무병인 거죠.]

복강경 수술은 의사도 관련 교육을 받고 투입됩니다.

그런 수술에 관련 지식이나 기술, 면허가 없는 의무병을 참여시키니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다른 전역 군의관도 말합니다.

[의사 B 씨/군의관 출신 : 비전문 인력과 함께 하니까 고도로 집중해서 빨리 끝낼 수가 없는 거죠. 외부에서 하면 1시간 이내에 끝나는 수술인데 막 3시간, 4시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수술받는 환자도 그래서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더 위험해질 수가 있는 거예요.]

[이관철/외과 전문의 : (해부학적) 이해도가 없는 상태에서 복강경 수술을 하면 무리하게 장기를 당긴다든지, 장기를 밀어서 천공되거나 찢어진다든지 하는 장기 손상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A 씨는 군 병원장에게 위험성을 보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냥 하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의사 A 씨/군의관 출신 : 그렇게 따지면 의무병이 뭘 할 수 있겠냐, 그거 큰 문제 아니다, 괜찮다고 말씀하셨었거든요.]

병원장의 이런 태도는 2016년 부임할 때부터 줄곧 이어졌다고 합니다.

해당 군 병원의 문건입니다. 부임 직후 첫 지시에서 "'비의료인의 불법 진료' 문제는 국군 의무사령부와 병원장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병원장이 책임을 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진료에 임해 달라"고 되어 있습니다.

[의사 A 씨/군의관 출신 : 의무사령관이 그렇게 구두 지시한 게 내려왔고요.]

수술실 보조, 복강경 수술 등 비의료인인 의무병에 의한 의료행위를 병원장 지시에 의거, 시행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병원장 지시 사항을 담은 문건입니다.

의무병의 엑스레이 촬영, 오더 입력, 야간 진료 5분 대기조가 무면허 행위인 것을 알지만 공론화된 사안이라며 용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강동철, 영상편집 : 유미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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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②] "혈관 찾을 때까지 주삿바늘로 헤집었다"…군 병원 실태

<앵커>

저희 탐사 보도팀은 의무병 출신인 전역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엑스레이를 잘못 찍어서 여러 번 찍는가 하면 주사 놓는 데도 혈관을 찾지 못해서 헤매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합니다.

위험천만한 군 병원의 실태는 이어서 김종원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의무병으로 복무하다 올해 초 전역한 예비역 병장을 만났습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의무대에는 의무병 60명 중 3명만 의료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95%가 무자격자다 보니 의무병끼리도 환자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의무병 복무하면서 가장 위험해 보인다고 생각됐던 걸 꼽는다면?) 주사 놓는 행위가 위험하고 또 방사선(엑스레이)도 좀 위험하죠.]

근육이나 정맥에 주사를 놓을 때는 주사 부위가 부어오르거나 피멍이 드는 일도 많았다고 말합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IV(정맥 주사)를 놓을 때 혈관이 안 보이잖아요. 느껴야 돼요, 이렇게 팔을 만지면서. 멸균이 다 유지된 상태에서. 그런데 바늘이 만약 잘못 들어가면, 혈관에 안 찌르고 다른 데 찌르면 다른 데를 계속 찔러봐요. 이렇게 휘저어봐요, 계속 이렇게. (바늘을 안에 넣은 채로요?) 네. 넣은 채로. 빼고 넣어보고, 빼고 넣어보고. 혈관 찌를 때까지.]

주사를 놓기 전에 반드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해야 하는 약품들도 있는데 이런 절차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증언합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큰일이 날 수 있죠. 호흡 곤란이나 그런 거 올 수도 있으니까. (알레르기 검사라는) 의료 절차를 무시하고 (주사 놓기를) 한다는 게 확실히 자격증 있는 사람이랑 없는 사람이랑 차이가 큰 거죠.]

군의관이나 방사선사를 대신해서 엑스레이 촬영하는 일도 의무병의 업무인데 무자격자다 보니 찍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영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찍는데 솔직히 잘 안 나오죠. 엑스레이가 잘 안 나와요. 폐를 본다고 하면 '숨 참으세요' 하고 다 찍긴 찍어요. 이론대로 배운 대로 찍긴 찍어요. 그런데 잘 안 보이죠. 오진 확률이 있어요.]

촬영 각도나 엑스레이 세기 같은 걸 정하는 '오더 입력'을 잘못하거나 촬영된 영상이 판독이 안 되면 여러 번 재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정승은/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 필요한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진단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잘못 기기를 조절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과다한 X선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7천 명이 넘는 군 의무병 가운데 의료 관련 자격자 비율은 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무자격 의무병들은 4~5주간에 기본 교육을 받은 뒤 군 병원에 배속되는데 어깨너머로 배워 가며 일을 하는 실정입니다.

국방부는 탐사 보도팀의 이번 취재에 대해 지난해 5월부터는 의료 자격증 있는 전문 의무병을 적극 모집해서 현재는 무자격 의무병의 불법 진료행위가 근절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전직 군의관과 의무병들의 증언은 올해까지도 계속된 불법 의료행위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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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③][단독] "군 병원 못 믿겠다"…민간병원 찾는 병사 더 많다

<앵커>

국방부는 군 의료시스템을 민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12년 전부터 홍보해 왔지만 실상은 방금 보신 대로입니다. 군 병원을 찾는 사병들에게 "이상 없다"며 그냥 돌려보내거나, 소화제나 두통약만 몇 알 주고 돌려보내는 일이 여전합니다. 이렇다 보니 현역병들이 군 병원보다 민간병원을 더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는 병원을 가기 위해 휴가를 나오는 사병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목발을 짚고 나온 한 병사를 만났습니다.

[휴가 나온 현역병 : 계속 아팠는데 참고 계속 일하다가 도저히 이건 못 참겠다 싶어서 (군)병원을 계속 가봤는데 전부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몇 달을 참다가 휴가를 나와 진료를 받아보니 심각한 근육 파열이었고, 결국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합니다.

터미널에서 만난 또 다른 병사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휴가 나온 현역병 : 군 병원에서는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그 말을) 못 믿겠어서, 휴가 나와서 진료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까 (인대가) 거의 파열됐다고…]

겉보기에 증세가 심각하지 않으면 군의관을 만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무병 출신 (지난 1월 전역) : 군의관이 야! 안 죽잖아. 이런 거…열이 39도야? 아니잖아! 당장 이것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닌데…이렇게 하고 돌려보내요.]

[의사 C씨 (군의관 출신) : 그전에도 약(진통제) 하나 물리고 보냈다고 엄청 언론에서 욕을 먹었던 부분이 있는데, 사실 저도 그전(입대 전)에는 왜 그렇게 약을 줘서 보냈느냐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닥치니까 그럴 수 밖에 없어요.]

군 병원에 대한 심각한 불신은 수치로 나타납니다.

지난해부터 현역 병이 군 병원보다 민간병원을 찾는 건수가 더 많아져 외래는 물론 입원까지, 진료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민간병원 이용에 따라 국방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해야 하는 진료비도 2010년에 비해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군 병원이 불신 받는데는 의료진의 숙련도도 한 이유가 됩니다.

전체 군의관 가운데 6% 정도를 제외하고는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막 마치고 입대한 단기 군의관입니다.

[황일웅/전 국군의무사령관 : 자기 전문과가 아닌 모든 과 환자가 다 오는 거죠. 군의관도 당황스러운 거예요. 자기가 (레지던트) 4년 동안 그런 환자들을 본적이 없거든요. 병사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군의관 입장에서도 불안하죠.]

진료의 질이 아니라 양으로 판단하는 군 병원의 평가 시스템 역시 의료의 질 개선을 막고 있습니다.

[의사 A씨 (군의관 출신) : 진료 숫자가 병원의 실적이 돼요. 병원장님도 수술 개수, 난 필요 없다. 진료 숫자만 유지하라고…한창 많이 (진료) 볼 때는 의사 1명이 (환자) 100명 본다고 했어요. 하루에…]

'군대가 다 그렇지 뭐…', '큰 기대 하지 마라'는 푸념 속에 아버지 세대 때에 머물러 있는 군 병원은 아들 세대 병사들의 불신과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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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법 의료행위' 명시적 지시 문건 확인

[SBS 이병희 기자 :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그럴 줄 알았어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드러나서 군의관이나 지휘관이 처벌받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2013년에 의무병에게 주사를 놓게 한 군의관이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 처벌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의료계에 사례로 알려진 정도입니다. 전해 드린 군병원장은 묵인을 넘어 사실상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한 것인데,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대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이행됐을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Q. '불법 의료행위 지시', 국방부가 설명한 것이 있는지?

[SBS 이병희 기자 :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하는 문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는데, 국방부는 해당 문건의 존재는 확인하면서도 무면허 진료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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