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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와 민간 병원 찾는 병사들…군 병원 불신 이유는?

<앵커>

국방부가 군 의료시스템을 민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게 무려 12년 전입니다. 하지만 방금 보신대로 실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역 군 장병들은 당연히 군 병원보다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겠죠.

이병희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는 병원을 가기 위해 휴가를 나오는 사병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목발을 짚고 나온 한 병사를 만났습니다.

[휴가 나온 현역병 : 계속 아팠는데 참고 계속 일하다가 도저히 이건 못 참겠다 싶어서 (군)병원을 계속 가봤는데 전부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몇 달을 참다가 휴가를 나와 진료를 받아보니 심각한 근육 파열이었고, 결국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합니다.

터미널에서 만난 또 다른 병사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휴가 나온 현역병 : 군 병원에서는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그 말을) 못 믿겠어서, 휴가 나와서 진료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까 (인대가) 거의 파열됐다고…]

겉보기에 증세가 심각하지 않으면 군의관을 만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무병 출신 (지난 1월 전역) : 군의관이 야! 안 죽잖아. 이런 거…열이 39도야? 아니잖아. 당장 이것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닌데…이렇게 하고 돌려보내요.]

[의사 C씨 (군의관 출신) : 그전에도 약(진통제) 하나 물리고 보냈다고 엄청 언론에서 욕을 먹었던 부분이 있는데, 사실 저도 그전(입대 전)에는 왜 그렇게 약을 줘서 보냈느냐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닥치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요.]

군 병원에 대한 심각한 불신은 수치로 나타납니다.

지난해부터 현역 병이 군 병원보다 민간병원을 찾는 건수가 더 많아져 외래는 물론 입원까지, 진료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민간병원 이용에 따라 국방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해야 하는 진료비도 2010년에 비해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군 병원이 불신받는 데는 의료진의 숙련도도 한 이유가 됩니다.

전체 군의관 가운데 6% 정도를 제외하고는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막 마치고 입대한 단기 군의관입니다.

[황일웅/전 국군의무사령관 : 자기 전문과가 아닌 모든 과 환자가 다 오는 거죠. 군의관도 당황스러운 거예요. 자기가 (레지던트) 4년 동안 그런 환자들을 본 적이 없거든요. 병사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군의관 입장에서도 불안하죠.]

진료의 질이 아니라 양으로 판단하는 군 병원의 평가 시스템 역시 의료의 질 개선을 막고 있습니다.

[의사 A씨 (군의관 출신) : 진료 숫자가 병원의 실적이 돼요. 병원장님도 수술 개수, 난 필요 없다. 진료 숫자만 유지하라고…한창 많이 (진료) 볼 때는 의사 1명이 (환자) 100명 본다고 했어요. 하루에…]

'군대가 다 그렇지 뭐…', '큰 기대 하지 마라'는 푸념 속에 아버지 세대 때에 머물러 있는 군 병원은 아들 세대 병사들의 불신과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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