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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전달이 되나요?"…로맨스 예능 속 숨은 주인공

"사랑도 전달이 되나요?"…로맨스 예능 속 숨은 주인공
짝짓기 예능의 묘미는 ‘리얼리즘’이다. 재채기와 사랑가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하듯, 로맨스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날 것의 출연자들의 감정을 그대로 화면에 옮기기 위해 노력한다.

관찰 카메라 형식을 따르지만 로맨스 예능에는 최소한의 전달자가 필요하다. 2014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원조 짝짓기 프로그램 SBS ‘짝’은 그 역할을 제작진이 했다. 제작진이 출연자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찰나를 포착한 뒤 이를 성우의 입을 통해 설명했고 이런 포멧은 당시 큰 반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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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짝짓기 프로그램에서도 전달자 역할이 크게 중요해지고 있다. 3박 4일 동안 벌어지는 로맨스 감정을 역추적하는 SBS ‘로맨스 패키지’는 그 역할을 노련한 전현무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임수향이 하고 있다.

‘로맨스 패키지’에서 수십 대의 카메라들이 101호, 102호 등 호수의 이름을 딴 출연자들을 지켜보면서, 첫 만남과 식사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장치 속에서 그들의 감정의 화살표를 세심하게 따라간다.

최근 제주 편에서 MC 전현무는 남자 102호가 갈치를 손질하다가 107호 옷에 갈치 국물을 튄 사건에 집중했다. 이른바 ‘갈치 국물 로맨스’. 전현무는 102호의 실수에서 불거진 사건이 두 남녀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예측했고, 그런 해석이 시청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출연자들의 마음의 향방을 미리 추적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MC들의 역할이다.

‘로맨스 패키지’가 합숙에서 벌어지는 출연자들의 ‘상황’을 그린다면, tvN ‘선다방’은 출연자들이 카페에서 만나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한다. ‘선다방’은 카페 안에서 이뤄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4개의 인연을 관찰하며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녀가 어떻게 처음 만나서 인연을 맺게 되는지를 집중하게 한다.

‘선다방’은 로맨스에서 MC들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2시, 4시 등 시간대별로 남녀 만남이 이뤄지면, 유인나와 양세형 가수 이적 등은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MC들은 저마다 다른 역할을 한다. 유인나는 30대 여성을 대변하고 양세형은 평범한 30대 남성을 마음을 전한다. 이적은 기혼자로서 가진 폭넓은 경험을 이들과 공유한다. 테이블과 4~5m 떨어진 주방에 있는 MC들은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 소개팅 커플의 모습을 보면서 조바심을 내기도 하고, 덩달아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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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다방’은 판타지보다는 평범한 연애에 집중한다. 실제 소개팅처럼 나이와 직업, 연애 스타일과 이상형 등 일상적으로 나올 법한 출연자들의 대화가 이어지면 MC들은 순간순간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유일한 여성 MC인 유인나는 “결혼 적령기라고 하지만, 사랑에는 정답이 있을까 망설이게 된다” 등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더한다.

‘로맨스 패키지’와 ‘선다방’이 관찰 예능을 표방한다면, 채널A ‘하트시그널’은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 드라마에 가깝다. 요리사, 학생,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매력적인 청춘 남녀들이 서울의 한 주택에서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지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영상미를 더해 보여준다.

출연자들의 ‘썸’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 전달하는 게 바로 연예인 예측단의 역할이다. 윤종신, 이상민, 김이나 등은 출연자들이 쉐어하우스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드러내는 시그널을 함께 찾는다. 특히 작사가 김이나는 여성들이 일상적이지만 크게 매력을 느끼는 남성의 행동에 대해 짚어내며 공감을 산다. 김이나는 '하트시그널' 출연자 김현우가 무심한 듯 보였던 행동의 진짜 이유와 의미를 짚어줬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심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로맨스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에겐 대본도 없고 결말에 대한 각본도 없다. 자신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고 그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는 것. 그래서 전달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달자가 출연자에게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설렘, 사랑, 실망 등 감정을 솔직하고 공감 가능하게 전달을 해줘야만 시청자들도 로맨스 프로그램에 빠져들 수 있다. 로맨스 프로그램에서 전달자가 또 다른 주인공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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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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