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다시 뜨겁게!] 고공 비행을 준비하는 젊어진 '슈퍼 이글스'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분석 : D조 나이지리아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작성 2018.05.28 17:2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다시 뜨겁게!] 고공 비행을 준비하는 젊어진 슈퍼 이글스
▲ 2013년 U-17 대회 멕시코전에서 4골을 몰아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이끈 이헤아나초
(現 성인 대표팀 공격수)

● 아프리카 축구의 자존심? 2% 부족했던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는 세계무대에서 여러 차례 아프리카 축구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각각 한 차례씩 획득했고, 현재는 U-20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에서도 1989년과 2005년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꿈나무들의 경연장인 U-17 월드컵에서는 최근 6개 대회에서 3차례 정상에 오른 것을 비롯해 역대 최다인 통산 5회 우승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나이지리아 대표팀 '슈퍼 이글스(Super Eagles)'가 아닌 '플라잉 이글스 (Flying Eagles)'가 거둔 성과입니다. 나이지리아 축구 대표팀은 남녀와 연령대에 따라 별명이 다른데, '슈퍼 이글스'는 남자 성인 대표팀만 지칭하는 별명이고, 청소년 대표팀은 '하늘을 나는 독수리'라는 뜻의 '플라잉 이글스', 여자 대표팀은 독수리 대신 매를 뜻하는 '슈퍼 팰콘스(Super Falcons)'로 불립니다.

월드컵에 나서는 성인 대표팀 '슈퍼 이글스'도 그동안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해 왔지만 그래도 '플라잉 이글스'만큼 좋은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슈퍼 이글스'는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축구의 선두 주자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까지 통산 6차례 본선에 진출했지만, 카메룬(7회)보다는 통산 출전 횟수가 적습니다. 또, 3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16강 너머에는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나이지리아가 밟지 못한 8강 무대를 카메룬과 가나, 세네갈 등 다른 아프리카 팀들은 이미 진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 일찌감치 획득한 러시아행 티켓

나이지리아는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 예선에서 최악의 조 편성표를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팀으로는 월드컵 최다 출전에 빛나는 카메룬과 2014년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알제리, 그리고 2012년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와 한 조에 속해, 조 1위 1팀에게만 주어지는 러시아행 티켓을 따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나이지리아는 첫 경기인 잠비아 원정에서 2대 1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알제리와 카메룬을 연파하며 초반 3연승을 질주했습니다. 그리고 4차전 카메룬 원정에서 1대 1로 비긴 뒤 5차전에서 다시 잠비아를 눌러 일찌감치 러시아행을 확정했습니다. 마지막 경기인 6차전에서 알제리와 1대 1로 무승부를 거둔 나이지리아는 이 경기에서 출전 금지 상태였던 선수(최종 예선에서 이미 두 차례 경고를 받아 1경기 출전 금지가 내려졌던 세후 압둘라히)를 출전시킨 것이 확인돼 나중에 3대 0 몰수패를 당했지만, 그러고도 2위 잠비아를 승점 5점 차로 가볍게 따돌렸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젊은 공격진을 이끄는 이워비(왼쪽)와 이헤아나초(오른쪽)● 젊어진 슈퍼 이글스의 힘

나이지리아가 러시아행을 확정하는 데에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큰 힘이 됐습니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나란히 2골을 기록한 공격수 알렉스 이워비와 켈레치 이헤아나초는 모두 1996년생입니다. 또 미드필더진에도 윌프레이 은디디와 모제스 사이먼, 오그헤네카로 에테보 등 1995년~96년생의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축구 전문 조사기관인 'CIES FOOTBALL'에 따르면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지역 예선 당시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가장 어린 팀이 나이지리아입니다. 아프리카 예선 당시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4.9세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았던 파나마(29.4세)보다 4.5살이나 젊었습니다. 여기에 나이지리아 중원을 책임지는 31살의 존 오비 미켈과 지역 예선에서 3골을 뽑은 27살의 빅터 모제스는 여전히 팀의 중심으로 안정감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존 오비 미켈과 대화를 나누는 게르노트 뢰르 감독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도 신구의 조화를 이루게 한 주인공은 독일 출신의 게르노트 뢰르 감독입니다. 가봉과 부르키나파소의 감독을 역임하는 등 아프리카 축구를 잘 알고 있는 뢰르 감독은 최종 예선을 앞둔 2016년 8월 나이지리아의 지휘봉을 잡은 뒤 이워비와 이헤아나초 등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역습으로 본선행을 이끌었습니다. 지도자 경력이 30년 가까이 되는 뢰르 감독은 빅 클럽을 맡은 적은 없지만, 1996년 UEFA컵에서 프랑스 보르도를 지휘하며 강호 AC 밀란 등을 격파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언더 독'의 반란을 이끈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노련한 사령탑 아래 한층 젊어진 '슈퍼 이글스'는 이제 '플라잉 이글스'만큼이나 높이 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1994년 아르헨티나와 첫 맞대결에서 2대 1로 패한 나이지리아 대표팀

● 아르헨티나와 악연도 끊을까?

나이지리아는 본선에서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 크로아티아와 함께 D조에 편성되며 또 한 번 아르헨티나와 악연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나이지리아가 본선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와 만나는 건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3회 연속이자 통산 5번째로(6차례 본선에 오른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를 만나지 않은 대회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유일합니다.) 월드컵 역사상 이렇게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유례가 없습니다. 1994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대 1로 처음 패한 나이지리아는 이후에도 아르헨티나만 만나면 고개를 숙였습니다.

2002년과 2010년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잇따라 1대 0으로 패했고, 지난 대회 맞대결에서는 아메드 무사가 2골을 터뜨리고도 메시를 막지 못해 3대 2로 졌습니다. 4번의 대결에서 모두 1점 차로 패한 나이지리아는 이번만큼은 아르헨티나 징크스를 탈출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지금까지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에 4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그래도 이 중 한 번은 조 1위, 한 번은 조 2위를 기록해 2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