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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다시 뜨겁게!] 강렬했던 월드컵 데뷔…20년 만에 재현을 꿈꾸는 크로아티아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분석 : D조 크로아티아

[취재파일-다시 뜨겁게!] 강렬했던 월드컵 데뷔…20년 만에 재현을 꿈꾸는 크로아티아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분리 독립한 크로아티아는 (1994년 월드컵 유럽 예선에 참가하기에는 너무 늦은 1993년 UEFA에 가입해) 1996년 유럽 선수권(유로 1996)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무대에 데뷔했고, 월드컵에는 1998년 처음으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메이저 데뷔전부터 연이어 돌풍을 일으키며 유래 없이 짧은 시간에 축구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98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크로아티아의 전설 슈케르
● 사상 최고의 월드컵 데뷔전

메이저 데뷔전인 유로 1996에서 8강에 진출한 크로아티아의 돌풍은 2년 뒤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슈퍼 태풍으로 커졌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일본, 자메이카와 함께 프랑스 월드컵 H조에 속한 크로아티아는 첫 경기에서 역시 처녀 출전국인 자메이카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습니다.

전반 23분 스타니치가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뽑아낸 크로아티아는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8분 프로시네치키가 역전골을, 24분에는 슈케르가 쐐기골을 뽑아 3대 1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꿴 크로아티아는 일본과 2차전에서도 슈케르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추가하며 가볍게 조별리그를 통과했습니다. 이미 16강행을 확정한 뒤 치른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대 0으로 첫 패배를 당했지만, 크로아티아는 이어진 토너먼트에서도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16강전에서는 G조 1위로 올라온 루마니아를 슈케르의 결승골로 잠재웠고, 8강에서는 우승 후보 독일을 3대 0으로 완파했습니다. 유로 1996에서 독일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던 크로아티아는 2년 만에 다시 만난 8강 무대에서 제대로 복수에 성공했습니다. 초반부터 대등한 경기를 펼쳐가던 크로아티아는 전반 40분 독일 뵈른스의 퇴장으로 주도권을 잡은 뒤 전반 종료 직전 야르니가 선취골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체력 저하로 삐걱대는 전차군단을 상대로 34분 블라오비치가 추가골을, 40분 슈케르가 쐐기골을 터뜨려 대회 최고의 이변을 완성했습니다.
▲ 1998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크로아티아의 전설이 된 슈케르

크로아티아는 4강전에서 슈케르가 선제골을 넣고도 홈팀 프랑스에 2대 1로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3·4위 결정전에서 슈케르가 또 한 번 결승골을 작렬하며 네덜란드를 2대 1로 꺾고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습니다.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하며 FIFA 랭킹 125위로 출발한 동유럽의 작은 나라는 첫 월드컵을 치르자마자 FIFA 랭킹 3위로 수직 상승해 전 세계에 크로아티아라는 이름을 각인시켰고, 이 대회 조별리그부터 3·4위전까지 전체 7경기 중 6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슈케르는 득점왕을 차지하며 전설이 됐습니다.
크로아티아 FIFA랭킹 변화 (연간 평균 랭킹)
● 시작은 강렬했지만…연이은 조별리그 탈락 그리고 힘겨웠던 러시아행

단숨에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크로아티아는 이후 단 한 번(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험난한 유럽 예선을 통과해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데뷔전 이후 본선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고, 2006년에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10년 첫 본선 진출 실패 후 절치부심하고 나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브라질과 멕시코에 밀려 조 3위에 그쳤습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유럽 예선 통과도 쉽지 않았습니다. 유럽 예선에서 죽음의 조 중 하나로 꼽힌 I조(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터키, 핀란드, 코소보)에 속한 크로아티아는 초반에는 잘 나갔습니다. 터키와 홈 1차전에서 1대 1로 비긴 뒤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원정 6차전에서 1대 0 패배를 당하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8차전 터키 원정에서 다시 패배를 기록했고, 약체로 분류된 핀란드와 9차전 홈경기에서도 승점 1점만 추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크로아티아는 우크라이나와 마지막 경기를 이틀 앞두고 감독을 교체하는 극약 처방을 썼고, 결국 원정 10차전에서 2대 0으로 승리를 거둬 조 2위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신임 달리치 감독이 급하게 균열을 메운 크로아티아는 그리스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첫 경기에서 4대 1 대승을 거두며 1승 1무로 러시아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 유로 2016 예선에서 환상적인 골을 몰아친 크로아티아의 특급 미드필더들

● 최강의 허리 라인을 믿는다!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와 바르셀로나의 이반 라키티치, 인터 밀란의 이반 페르시치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까지.. 크로아티아의 허리 라인은 유럽 명문 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중원의 사령관 루카 모드리치는 크로아티아 전력의 핵입니다.
크로아티아를 이끄는 최정상급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모두 뛸 수 있는 모드리치는 라 리가에서 두 차례나 최고의 미드필더에 뽑힌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UEFA 베스트 11'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ESPN이 선정한 올해의 미드필더' 등에 이름을 올리며 33살의 나이에도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끊고 곧바로 역습을 이끌 수 있는 미드필더들 덕분에 크로아티아는 유럽 예선에서 조 1위 아이슬란드보다 좋은 득실 마진(+11, 15득점 4실점)을 기록했습니다.

공격 라인의 이름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벤투스의 만주키치와 AC밀란에서 활약 중인 칼리니치를 비롯한 정상급 공격수들이 대표팀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문제는 선수들이 아닌 외부에 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축구협회와 미디어, 정치권 등의 내부 분열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며 대표팀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심심하면 감독이 교체되면서 팀 내 단결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또, 모드리치를 비롯해 주전 선수 대부분이 30대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고민거리 중 하나입니다. 20년 만의 조별리그 통과와 영광 재현은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다리치 감독이 노장들의 출전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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