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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다시 뜨겁게!] 끝나지 않은 '아이슬란드 동화'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분석 : D조 아이슬란드

[취재파일-다시 뜨겁게!] 끝나지 않은 '아이슬란드 동화'
▲ 멋진 골 행진을 펼치며 유로 2016 본선 티켓을 따낸 아이슬란드

● '신데렐라 스토리'를 쓴 유로 2016

2년 전 열린 유럽 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인구 33만 명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유럽선수권 첫 출전에 선수 23명 전체의 몸값이 호날두 한 명의 1/3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개막전부터 호날두가 버티는 포르투갈과 무승부를 거두며 돌풍을 예고했습니다. 2차전에서 동유럽의 강호 헝가리를 상대로도 승점 1점을 따낸 아이슬란드는 3차전에서 복병 오스트리아를 꺾고 16강에 진출했고, 기세를 몰아 축구 종가 잉글랜드까지 무너뜨리며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이뤘습니다. 비록 8강전에서 홈팀 프랑스에 패하며 도전은 끝이 났지만, 축구하기에 최악인 추운 날씨와 얼어붙은 땅에서 살아온 바이킹의 후예들은 유로 2016에서 해피 엔딩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유럽 예선에서 팀 내 최다골(4)을 기록한 길피 시구르드손
●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또 한 번의 역사

이렇게 끝난 줄 알았던 동화는 진행형이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크로아티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핀란드 등 까다로운 팀들과 한 조를 이룬 아이슬란드는 유로 2016의 8강 진출이 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첫 원정을 1대 1 무승부로 시작한 아이슬란드는 핀란드와 홈 2차전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했습니다. 2대 1로 밀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1분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동점골을 터뜨렸고, 종료 직전 라그나 시구르드손이 역전골을 뽑아내 짜릿한 첫 승을 신고했습니다.

이후 조 1위를 다투는 크로아티아와 원정 4차전에서 첫 패배를 당한 아이슬란드는 크로아티아와 홈 6차전에서 시원하게 되갚아줬습니다. 이번에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후반 45분) 결승골을 뽑는 특유의 뒷심을 과시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7차전인 핀란드 원정에서 2번째 패배를 당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터키, 코소보에 연승을 거두며 또 하나의 역사를 썼습니다. 10경기에서 7승 1무 2패, 승점 22점을 기록하며 크로아티아를 밀어내고 I조 1위로 사상 첫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치과의사 출신인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할그림손 감독
● '부상 이탈' 공격수와 '홀로 서기' 감독…위험 요소도 곳곳에

유로 2016에서 활약했던 아이슬란드 선수 대부분은 러시아 월드컵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축구의 전설 구드욘센이 지난해 은퇴한데 이어 스트라이커 콜베인 시그도르손이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빠진 것은 어느 정도 전력에 타격이 있을 전망입니다. 시그도르손은 유로 2016 잉글랜드와 16강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고, 프랑스와 8강전에서도 연속 골을 터뜨렸던 아이슬란드 공격의 핵으로, 핀보가손과 뵈드바르손 등이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입니다. 또 23명의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유럽 예선에서 팀 내 최다 득점(4골)을 기록한 중원의 지휘자 길피 시구르드손도 현재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치과 의사 출신의 할그림손 감독이 최고의 무대에서 제대로 용병술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성적을 좌우할 변수입니다. 유로 2016 당시 공동 지도자 체제를 구성했던 라거백 감독이 노르웨이 대표팀으로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할그림손 감독은 무난하게 유럽 예선을 치렀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가 주는 중압감은 또 다릅니다. (유로 2016이 끝난 뒤 치과 일을 그만두고 대표팀에만 전념하고 있는 할그림손 감독은 라거백 감독이 있을 때처럼 아이슬란드 특유의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쓰면서도, 경우에 따라 4-5-1 포메이션을 운영하는 등 전술적으로는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유로 2016에서 8강행을 확정한 뒤 바이킹 박수를 치는 아이슬란드 선수들

● 다시 한번 승리의 박수를 준비하는 바이킹의 'Son'들

유로 2016 당시 아이슬란드는 "후(Huh~)"라고 크게 외치면서 손뼉을 치는 바이킹 박수와 대부분 선수의 이름이 '손(-son)'으로 끝나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선수들의 이름이 '손'으로 끝나는 이유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성 대신 아버지의 이름 끝에 '누구의 아들'이란 뜻인 '손'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유로 2016에 나선 23명의 스쿼드 가운데 '손'으로 이름이 끝나지 않은 선수는 구드욘'센' 단 한 명이 있었는데(cf. '센(-sen)'도 '손'과 마찬가지로 '누구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구드욘센이 은퇴한 뒤에도 아이슬란드 전사들 가운데에는 '손'으로 이름이 끝나지 않는 선수가 한 명 들어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23살의 골키퍼 프레데릭 스크람으로, 스크람은 덴마크인 아버지와 아이슬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이슬란드식 작명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시구르드손과 핀보가손, 잉가손과 마그누손, 귀드뮌드손 등 2년 전 유럽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바이킹의 'Son'들은 이제 더 큰 무대에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아이슬란드는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은 나라로 주목받기보다는 화려한 성적으로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각오입니다.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는 이들의 바이킹 박수가 러시아에서도 울려 퍼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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