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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과다처방, 멀쩡한 신장 제거? 대학병원 맞아?"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5월 21일 (월)
■ 대담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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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6알 과다처방, 최근에는 거의 없던 실수
- 시스템이나 약국에서 걸러질 수 있었던 의료사고
- 신장을 혹으로 착각하고 제거…흔한 일은 아냐
- 예기치 못한 수술이라도 사전에 환자 측 동의 필요
- 의료사고,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 부각
- 기술만 높아지고 안전문화 없어…안전 불감증 심각
- 의료사고의 70%,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어



▷ 김성준/진행자:

요즘 병원 가기가 무섭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오염된 주사제 때문에 신생아가 집단 사망하는 사건 잘 기억나시죠. 같은 병원에서 이번에는 약을 과다 처방해서 환자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인천의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난소에 붙은 혹인 줄 알고 환자의 멀쩡한 신장을 제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더 안전할 것이라고 일부러 찾는 대형병원에서 왜 이렇게 의료 사고들이 반복되는 것인지.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연결해서 말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 들으신 대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죠. 60대 환자가 일주일에 6알을 먹어야 하는데 하루에 6알 먹으라고 처방 받아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는데. 이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까?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과거에는 종종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인데요. 최근에는 거의 이런 실수가 없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실수가 생기냐는 말이죠.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이게 아마 처방을 입력하는 와중에 컴퓨터상에서 클릭을 하다가 잘못 됐을 가능성이 높죠. 수기로 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그럴 수 있는데요. 대개는 시스템적으로 잘못된, 너무 오버된 처방이 나가면 걸러지게 돼있거든요. 그런 제도, 그런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한 거죠.

▷ 김성준/진행자:

예를 들어서 한 번에 몇십알을 먹으라는 처방이 나가면 컴퓨터가 알아서, 알고리즘이 이건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를 주는군요.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그렇죠. 그런 것이 걸러지게 돼있고요. 그 다음에 제가 알고있기로는 원외에서 처방을 받은 것으로 돼있는데. 이렇게 되면 원외 약국에서도 저희에게 전화가 와요. 아주 예외적인 처방의 경우는 이 처방이 맞는지 다시 한 번 걸러져야 되거든요. 원내에서 처방한 사람도 실수가 있었고, 그 다음에 약사도 이것을 걸러내지 못했던 거죠.

▷ 김성준/진행자:

사실 걸러낼 수 있었던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었네요. 제대로만 시스템이 가동됐으면.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그럼요. 처방 단계에서도 걸러질 수 있었고, 그 다음에 약을 직접 제조해서 줄 때도 걸러질 수 있었어야 되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그리고 경보 시스템도 작동할 수 있었고요.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그렇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또 이번엔 말이죠.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혹이라고 생각해서 제거했는데 알고보니까 멀쩡한 신장을 떼어냈다. 이소신장이라서 혹으로 착각했다. 그런데 이 이소신장이라는 게 뭡니까?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이소신장이라는 말 그대로 원래 위치하고 있는 정상적인 신장이 아니었다. 그런 취지이기는 한데요. 저도 내막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사를 보니까 결국 떼어낸 신장은 정상적인 신장이었다. 이런 보도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이소신장, 말 그대로 아주 정상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신장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실 그것을 양성혹으로 착각하고 제거했다는 것은, 그것은 설명하기가 좀 어렵죠. 아주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죠.

▷ 김성준/진행자:

환자 가족에 따르면 의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신장에 혹이 같이 있어서 절제했다고 했다는데, 이 해명이 사실 엇갈리는 것들이 자꾸 나오는데. 만약에 그게 맞더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신장이었고, 거기에 혹이 있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원래 신장을 제거했다는 얘기 없이 수술에 들어갔다면...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잘못된 거죠.

▷ 김성준/진행자:

수술 상황에서 의사 임의로 뗄 수 있는 겁니까?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절대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수술 현장에서 벌어지더라도요. 중간에서 누군가 나와서 보호자를 불러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지금 이것은 우리가 사전에 예기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 수술을 진행해야 되겠다고 분명히 사전에 공지하고 동의를 얻어야죠.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말이죠. 그것은 지금 말씀하신 절차는 법적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반드시 의무적으로 해야 되는 거죠?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그럼요. 보호자 동의 없이 절제하는 것은 안 되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여기까지는 사실인지 제가 모르겠는데. 게다가 병원 측이 신장 한 개만 갖고서도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 많다. 그러니까 운동 열심히 해라, 이렇게 말을 했다는데.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겁니까?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실제로 신장 한 개로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의학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건가요?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의학적으로 신장은 하나만 있으면 되기는 하죠. 그렇기는 한데 이 상황에서 그렇게 얘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 김성준/진행자:

예를 들어서 신장 하나로 살 수는 있지만. 만약에 인생을 살다가 한 개가 문제가 생겼다. 그럴 경우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 아닌가요?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그럼요. 당연한 거죠. 신장이라는 것이 하나만 있어도 되기 때문에 한쪽 신장을 떼어서 신장 이식 수술을 남에게 줄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지금 앵커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그렇다고 해서 하나 없어도 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오늘 본론은 결국. 대형 병원, 대학 병원. 이렇게 좀 더 전문가들이 많이 있고, 좀 더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해서 찾아가는 병원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굉장히 아픈 지적인데요. 이게 사실 요즘 이렇게 벌어지는 것들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요. 이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들이에요. 다만 최근 들어서 이것이 부각되고 있을 뿐인데. 대한민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불감증이라고 저는 봅니다.

이게 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 의료가 전 세계 어느 의료 못지 않게 수준이 높아졌다고 했지만. 술기만 높아졌지, 다시 말해서 기술적인 것만 높아졌지. 가장 중요한 안전 문화는 없었던 거예요. 외국의 의료를 받아들여 오면서 외국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의료 안전 문화가, 그것만 생략되고 테크닉만 갖고 들어온 것이거든요.

이 부분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개선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고요. 지금 문제가 되고있는 모든 것들을 근본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잘 안 해요. 이것을 개인의 실수라든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까 처방 잘못된 것도 시스템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것이고. 이소신장이라고 해서 예기치 못했던 신장을 떼는 것도 얼마든지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거예요.

이러한 문제를 자꾸 의료진 개개인의 질의 문제, 수준의 문제로 보면 안 되고요. 의료기관 전반의 안전 문화에 대한 시스템. 그러니까 누가 수술하고, 누가 처방을 하더라도 이런 일이 안 생겨야 되는 것이지.

▷ 김성준/진행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 의료 문화의 안전 의식이 분명히 정착하려면. 의대 단계에서부터 종합병원까지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까?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기본적으로 의료사고를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해요. 학문적으로 보게 되면 의료사고의 1/3은 불가피한 의료사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술하다보면 발생할 수 있는 것. 그렇지만 약 70%에 가까운 2/3 정도는 얼마든지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게 정설이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다들 간과하고 있는 거예요. 바로 그런 부분들이 의과대학 교육부터 시작되어야 하고요. 그 다음에 병원의 운영자들, 관리자들도 이런 부분, 안전에 대한 부분에 매우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있어야 하거든요.

제가 병원장으로 있으면서도 제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뭐냐면 바로 이런 의료 안전사고들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생길 때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완을 해야 되는데. 그것을 한 개인의 일탈이라든지 개인의 실수로 평가하고, 그 사람만 잘 교육하면 된다는. 아직도 그런 사고를 갖고 있거든요.

의료사고는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거예요. 인식이 안 돼있다 보니까 각각의 문제들을 각각으로 해석하는 거예요. 처방이 잘못되고, 잘못된 수술하고, 어린 신생아가 죽고, 메르스 사태. 이런 것들은 하나로, 통으로 보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기관, 의료 시스템에서 부재되고 있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다 발생되는 일들인데. 이것을 시스템적으로 보완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없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의료사고를 개개의 사건, 개개의 책임으로 보지 말고 종합적인 인식 부재로 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겠다. 이런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오늘(21일) 말씀 고맙습니다.

▶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

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과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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