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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수사 축소하면 검사님한테 선물 폭탄'"

"드루킹, '댓글 수사 축소하면 검사님한테 선물 폭탄'"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 주범인 '드루킹' 김 모(49·구속기소)씨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의혹 수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수사당국과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형사사법 절차 진행에 협조하고 그 대가로 형벌을 감면받거나 형량 조정을 시도하는 일종의 플리바기닝 성격의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플리바기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김 씨는 협상 제안이 거절당하자 18일 언론에 '옥중편지'를 보내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김 씨의 제안 자체가 불법"이라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사와 면담을 요청해 자신의 2차 공판이 열리기 이틀 전인 14일 오후 수사·공판 담당 검사와 50분간 면담했습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검사님께 '폭탄 선물'을 드릴 테니 요구조건을 들어달라"며 담당 검사와 수사·재판 사항과 관련한 일종의 '거래'를 시도했습니다.

그는 "매크로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한 사실을 김 전 의원에게 이야기해줬다"며 "김 전 의원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검찰에서 증언해 수사실적을 올리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김 전 의원에 관한 진술을 하는 대신 댓글 여론조작 수사의 폭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자신이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은 처벌하지 말 것과 자신을 추가기소하지 말고 재판을 빨리 종결해 조속히 석방해달라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담당 검사가 제안을 일축하자 김 씨는 특정 언론을 거론하며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경찰 조사에서 폭탄 진술을 하겠으며 변호인을 통해 ○○일보에 다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의 혐의 사실과 김 전 의원의 연관성, 김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축소 의혹'을 언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검찰은 그러나 여론조작 의혹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공모 회원에 대한 추가 조사가 우선이며, 드루킹 요구를 받아들여 댓글수사를 축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경찰에 가서 사실대로 진술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다음 경찰에 면담 내용을 알렸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 씨를 추가 조사했습니다.

검찰은 핵심 공범인 박 모(30·필명 '서유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김 씨를 한 차례 소환했으나 김 씨는 "변호인 없이 조사받을 수 없다"며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에는 검찰 출석 자체를 거부하다가 14일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김 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한 언론에 탄원서란 이름으로 A4 용지 9장 분량의 옥중편지를 보내 "다른 피고인의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며 "경찰은 믿을 수 없고 검찰은 수사를 축소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에게 수차례 구술한 내용을 작성(정리)'한 탄원서 형식을 취한 것은 향후 법정에서 사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편지에 적힌 5월 14일에 검사가 다른 피고인을 조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 여론조작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며 "면담을 모두 녹화·녹음했으며, 필요하면 공개할 용의도 있다. (의혹 제기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옥중편지에서 "김경수 전 의원이 매크로 댓글 작업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보고도 받았다"며 "김 전 의원에게 속았다"는 주장을 폈고, "검·경이 사건을 축소하고 나와 경공모에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16일 열린 자신의 2차 공판에서 여론조작 댓글을 2개에서 50개로 늘리는 내용으로 변경된 공소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백하는 상황에서 추가 수사를 위해 인신을 구속하는 건 피고인의 권리를 굉장히 저해하는 것"이라며 재판을 빨리 끝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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