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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널리스트] '라돈 침대' 취재기자가 말하는 100일의 방사능 추적기

※ SBS 뉴스가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시리즈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순서는 대진 침대 제품에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많게는 기준치의 9배가 넘게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정책사회부 강청완 기자입니다. <편집자 주>

■ 이른바 '라돈 침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첫 보도 이후 지금까지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주시죠.

취재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소비자가 집에서 쓰는 침대 매트리스의 방사능 검출량이 좀 이상하게 나온다고 신고를 해서 라돈 측정 업체에서 재 봤더니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했는데 이분이 처음에는 취재를 사양을 하셨습니다. 아이를 조산하셔서 아이가 폐가 좀 안 좋게 태어났다는 어머니였는데요. 이 소비자가 그래서 미세먼지라든지 이런 실내공기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도 "아니 평범한 주부가 왜 라돈을 재 봤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아이 때문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어요.

요새는 휴대용 측정기가 그렇게 비싼 값이 아니라 뭐 저렴하게 구할 수 있거든요. 이걸 가지고 재봤는데 다른 데는 낮게 나오는데 침대에서 유독 엄청 높은 수치가 나온 거죠. 그래서 " 기계가 고장 난 게 아니냐"라고 측정기 판매 업체에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계를 몇 번을 바꿔줬대요. 그런데 수치가 똑같이 나왔던 거죠.

똑같이 나오니까 이건 문제가 있다 해서 정밀 측정을 했습니다. 샘플 매트리스를 수거해서 전문 기관에 맡겼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거죠. 소비자분은 처음에 오히려 취재를 거부하셨던 게 왜냐하면 충격이 굉장히 컸던 겁니다. 안 그래도 아픈 아이가 몇 년 동안 이 침대를 썼기 때문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거죠.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고요. 아이에 대한 암 검사 같은 걸 진행하신다고 하더라고요.

■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차 조사 결과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요. 기준치의 최대 9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니 1차 조사를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발표였죠?

정부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2차 조사 때 다시 측정을 했더니 대진침대 7개 모델에서 최대 9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행정조치를 해서 해당 제품에 대해서 전량 수거하겠다고 밝혔고요. 1차 조사 때는 매트리스의 속 커버 그러니까 처음에 방사능이 나온다고 알려진 속 커버만 쟀다는 거예요. 그런데 두 번째로 이제 스펀지를 측정한 거죠. 우리 침대는 알다시피 푹신푹신한 그런 스펀지 재질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런데 스펀지에도 모나자이트라는 방사능 원인 물질이 들어갔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걸 총 합하니까 굉장히 많이 나왔다는 겁니다.

우리가 지적했던 부분인데 라돈(Rn)의 주요 핵종을 나눠 말할 때 라돈(Rn-222)과 토론(Rn-220)으로 나눕니다. 근데 우리가 실내 공기 질을 기준으로 할 때는 토론은 'RN220'이라고 해서 라돈(rn-222)을 기준으로만 해요. 근데 사실 토론(RN220) 같은 경우는 55.6초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공기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관리를 해오지 않았던 것이죠. 이런 면에서 이번 이슈는 굉장히 새로운 얘기가 됩니다.

이 토론 가스는 침대에서 55.6초면 반으로 줄어드는 가스인 건데 실내 공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죠. 그렇지만 55.6초면 침대에서 바로 나오는 시간을 계산할 때 토론 가스가 나온다면 55.6초가 흐르기 전에 코와 입으로 바로 마시잖아요. 그 래서 위험하다는 게 저희 보도였습니다. 원안위가 1차 조사를 할 때는 그런 기준이 없다고 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실내 공기기준을 만을 가지고 평가를 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적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지적이 있으니까 원안위에서 전문가들을 모아 위원회를 개최해서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 다시 기준을 정립을 했고 조사를 했더니 이번 결과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방사능 측정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권위기관인데 이렇게 발표가 번복된 건 쉽게 이해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1차 조사 때 "안전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 신속성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하다 보니까 실수가 있었다고 어제(15일) 원안위에서 인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1차 조사 때 국민 불안을 가라앉힌다고 신속하게 한 건데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1차 조사 때 발표의 문제는 기준치 이하라고 했는데 "안전한지는 모르겠다"라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또 기준치 이하라고 했는데 정작 중요하다는 내부피폭에 대해서는 기준치가 없으니까 잘 이해가 안 가는 거죠. 그리고 심지어 그냥 안전하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가니까 사람들도 혼란해 하고요.

제가 처음 보도했던 기자니까 1차 정부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 때 제가 회견장에 직접 들어갔어요. 그런데 처음에 이 보도자료를 받고 발표를 듣고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표가 나오니까 "SBS가 과장 보도해서 이런 꼴이 나왔다"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된 거죠. 그때는 어떻게 보면 역적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3달 이렇게 오래했으니까 측정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질문을 하는데 기자들 사이에서 약간 억지 쓰는 거 같은 분위기도 되고 해서 무슨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 몇몇 언론은 원안위의 잘못된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했죠. '라돈 침대 문제 없다'는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국내 구독부수 1위라는 조선일보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이 신문은 1차 발표가 난 다음날 "SBS가 법석 떤 라돈 침대, 기준치 이하"라고 제목을 달아서 기사를 썼어요. 그런데 본인들도 생각하기에 좀 심했는지 "SBS가 보도한~"으로 나중에 바꾸긴 했더라고요. 기사 내용은 'SBS가 어설프게 잘못 측정했고 과장 보도로 한 기업을 망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SBS가 특종에 눈이 멀어서 과장된 보도로 한 기업을 죽이는 게 아닌가'라는 거죠. 실제로 그런 보도가 많이 나왔고 그런 보도를 보면 정말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그런 보도를 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취재 기자로서는 마음이 굉장히 좀 힘들었죠. 분명히 특종에 눈이 멀어서 한 건 아니거든요. 취재를 하면서 쓰레기 만두 파동을 떠올렸었습니다. 수사 기관의 무리한 성과주의와 언론에서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업계에서 굉장히 파동을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엄청나게 타격을 입고 심지어 한 업주는 자살을 하고 이런 일이었죠. 저도 그런 걸 생각했지만 아마도 다른 언론에서도 그런 부분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언론에서 이런 사례가 꽤 있었잖아요? 무책임한 보도를 해서 한 기업을 죽이고 국민 불안을 가중 시키고 하는 일이요. 취재 과정부터 그런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꼼꼼하게 했고 굉장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소비자와 국민을 위해서 무엇이 옳은가'라는 생각에 보도를 했고 결국에는 2차 조사가 나왔고요. 다른 기사의 방향도 지금은 그렇게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늦었지만요.

걱정을 했던 건 "몇몇 언론들의 오보로 SBS 보도가 폄훼된다'는 걸 떠나서 시청자들이 잘못된 기사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스승의 날이라서 제가 대학의 은사님한테 전화를 했더니 그 잘못된 기사를 보시고 저한테 "왜 너는 잘못 취재해서 보도를 했냐"고 나무라시더라고요. 그래서 "아닙니다. 오늘 결과가 이렇게 나왔습니다" 하고 알려드렸습니다. 이렇게 결과가 발표가 나왔지만 모든 사람이 뉴스를 항상 챙겨보는 건 아니거든요. 심지어 어느 매체들은 없었던 일처럼 보도 안 하는 곳도 있어요. 이건 국민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 2차 조사결과 이후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방사능을 얼마나 쬐면 위험하냐는 질문도 있고요. 우리 보도에서는 이런 시청자들께 '알라라(ALARA) 원칙'을 알리고 있습니다.

알라라(ALARA) 원칙은 영어 약자를 줄인 건데요.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은 무조건 최소화 하는 게 좋다(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ALARA)'는 겁니다. 최대한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는 게 국제적인 권고 기준입니다. 우리 원안위를 비롯해서 해외의 원자력 규제 기관도 모두 이 규범을 준수하고 있거든요. '이정도면 괜찮아'라는 기준이 있긴 있는데 불필요한 방사선은 쬐면 안 된다는 거죠. 이 문제의 핵심은 그런 겁니다. 침대에서는 방사선이 나오면 안 되는 거죠.

침대에서 자는 것만으로 엑스레이를 몇 번 찍었다는 방사선이 나오면 그거부터가 굉장히 잘못된 겁니다. 그런데 '기준치 이하고 안전하다' '이 정도는 된다'고 하는 건 사실은 국민을 호도하는 거죠. 이번에 2차 조사 결과가 다행히 제대로 나왔는데 가장 많이 나온 건 연간 9.35 밀리시버트였습니다. 계산하니까 엑스레이 100번 찍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1년 동안 침대에서 그냥 잠만 잤는데 엑스레이 100번 찍는 것과 같은 방사선을 쬐게 됐다고 하는 건 정상이 아니거든요. 저희가 이 보도를 하면서 중점을 뒀던 건 '방사능 쬐면 당장 암이 걸리고 죽는다' 이렇게 위험성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알아야 되고요. 두 번째는 이런 위험 소지가 있으면 관리를 하고 줄여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 2차 조사결과가 나오고 정부가 '라돈 침대'에 대한 강제 수거 명령을 내렸죠. 그래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아 보입니다.

대진침대 측도 어쨌든 이런 안타까운 사태가 생겨서 굉장히 힘들어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리콜은 하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 저희한테도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게 '전화해도 안 받는다'는 말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표하더라고요. 직원이 32명인데 이 32명이 모두 투입돼서 리콜에 응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콜 센터를 쓰려고 했는데 내용을 알아야 되기 때문에 콜 센터를 못 쓰고 32명 중에서도 열 몇 명이 다 응대를 하고 있다 보니까 대응에 좀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굉장히 많은 물음표가 남아있습니다. '다른 회사 제품은 괜찮냐' 아니면 '음이온이 들어간 다른 것들은 괜찮냐'라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추가로 취재를 할 계획이고요. 당연히 밝혀야겠죠. 그런데 저희가 지금 쉽사리 말씀드리지 못하는 부분은 개별 업체와 회사들이 관련이 돼 있고 또 저희가 예단해서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확인을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발표가 나왔을 때 이 원안위 전문가 한 분이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음이온이나 모나자이트라는 부분이 사실 굉장히 골치였다'는 말이었습니다. 음이온이라는 건 사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부분이 없는데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다보니까 위험의 소지가 있고 하지만 그걸 규제할 마땅한 기준이 없어서 굉장히 골치가 아팠는데 이번 일로 말미암아 기준을 삼고 또 조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강청완 기자 / SBS 정책사회부
[더저널리스트] '라돈 침대' 취재기자가 말하는 100일의 방사능 추적기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있었죠. 우리가 무분별하게 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화학물질이 어떻게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 사건이었잖아요. 그럼으로 말미암아 많은 피해가 있었고 많은 법과 제도가 바뀌었고요. 방사능이라는 건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또 냄새가 나거나 그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해외보다는 기준이 많이 약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집을 사고 팔 때 라돈에 대한 정보를 기재해서 사고팔게 돼 있어요. 이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관리를 해야 된다는 개념이 잡혀있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번 사태가 그런 쪽으로 도움이 돼서 앞으로 소비자가 적어도 알게 하고 사용할지 말지를 판단하게 해야 합니다. 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보다 정확한 연구가 좀 진행이 되어야겠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희도 후속 취재를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기획 : 정윤식 / 구성 : 장아람, 전인아 / 촬영 : 정상보 / 편집 : 이홍명, 김보희 / 내용정리 : 배소영, 오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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