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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美 관세 면제하면 시장 개방 협상"…이란제재 대책은 '고심'

유럽연합(EU)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을 앞두고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 카드를 꺼내며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

미국의 이란제재법과 관련해선 EU 각 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을 보호할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17일(소피아 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이틀째 미국의 관세 부과 저지와 이란핵합의 유지 방안을 모색하고,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관련, EU 정상들은 무기한 면제를 전제로 다른 시장을 일부 내주는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나 되는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EU에 대해선 이를 다음달 1일까지 유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 요구는 유럽에 조건없이 무기한으로 관세가 면제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미국이 끝내 관세를 면제하지 않는다면 28억 유로에 이르는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상품 목록까지 작성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가) 국제 무역규정을 위반한다면, 우리가 이것저것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평화롭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EU는 자동차 등 4개 분야에서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이 먼저 관세 면제를 결정한 후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역에 관한 우리 입장은 명확하다"면서 "먼저 관세 면제가 안 된다면 미국과 구체적인 협상도 없다"고 단언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EU는 목에 칼이 겨눠진 채로" 협상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란핵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면서도, 미국의 '3자 제재'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할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대책으로 거론되는 방안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고, 효과도 불투명하다.

이미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이 이란 가스전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는 등 피해가 가시화했다.

마크롱은 "여러 국가에 이해관계가 있는 다국적기업은 각자의 계산에 따라 선택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미국이나 다른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란핵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모든 EU 국가는 이란핵합의가 완벽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은 문제를 놓고 이란과 더 협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미국의 제재 무력화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미국의 쿠바 제재를 겨냥해 만들어진 이 규정은 미국의 제재로 발생한 벌금이나 비용을 보전해주는 내용 등을 담았지만, 한 번도 이행되지 않았다.

전날 EU 정상회의 만찬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런 상대가 우방이라면 적과 다를 게 무엇이냐"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결정을 작심 비판하고, EU의 단결 대응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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