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박수의 시간이었다. 스포트라이트는 객석 중앙에 자리한 이창동 감독,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제작자 이준동 대표에게 향했다. 칸영화제에선 관례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그 순간의 감동은 만든 이에게도, 보는 이게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8년. 이창동 감독이 이 무대에 다시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가 한 번도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이 시대의 청춘에 관한 영화였다.
"우리나라엔 개츠비가 너무 많아."(종수)
"그냥 놀아요." (벤)
"난 그레이트 헝거가 될 거야."(해미)
'버닝'은 세 남녀를 통해 대한민국 청춘들의 초상을 들여다본 영화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안갯속 같은 미래를, 목표 없이 방황하는 청춘들의 불안함과 애달픔이 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버닝'까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버닝을 원하지만 버닝할 세상과 상대를 찾지 못한 청춘들에 고개를 돌렸다.
종전의 영화가 음악과 촬영, 미술 등 영화를 채우는 요소들 그러나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했다면 이번 영화는 한껏 공을 들였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수려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다.
이미지보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둬 온 그의 연출 스타일과 비춰봤을 때 '버닝'에는 인상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신과 시퀀스가 많다. 그를 통해 청춘이 세상을 바라보는 이미지와 환영을 영화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유아인은 종수 그 자체였다. 초라한 행색과는 반대로 등장 시마다 화면을 장악하며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게 했다. "추구하던 본연의 연기에 다가갔다"는 말처럼 유아인이 연기하는 종수가 아닌 유아인이 종수가 됐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향한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영화잡지 아이온시네마는 '버닝'에 5점 만점의 3.9점의 평점을 내렸다. 이는 17일까지 공개된 16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이다.
이탈리아 영화지 ICS 필름(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 Films)도 '버닝'에 최고점을 선사했다. ICS는 '버닝'에 4.83점을 내렸고 이는 '이미지의 책'(장 뤽 고다르 감독)이 받은 평점 4.43점보다 0.40 높다.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두 차례의 수상('밀양'으로 여우주연상, '시'로 각본상)을 받았으며 한차례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8년 만의 귀환에 영화제는 두 팔 벌려 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작품에 대한 현지의 반응이 뜨거워 영화제 후반부를 향하는 현재 수상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 폐막한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