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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에 버닝하다…이창동의 영화 세계에 취한 밤

'버닝'에 버닝하다…이창동의 영화 세계에 취한 밤
충격적인 엔딩 후 극장에 모든 불이 꺼졌다. 그리고 이내 극장 전체를 밝히는 환한 불이 켜지고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기립박수의 시간이었다. 스포트라이트는 객석 중앙에 자리한 이창동 감독,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제작자 이준동 대표에게 향했다. 칸영화제에선 관례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그 순간의 감동은 만든 이에게도, 보는 이게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8년. 이창동 감독이 이 무대에 다시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가 한 번도 눈길을 돌리지 않았던 이 시대의 청춘에 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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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2,000여 명의 관객은 2시간 28분간 '버닝'에 버닝(Burning: '불태우다' 혹은 '빠지다'라는 뜻의 영단어)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어느 공간, 어느 세대의 한 풍경을 뚝 떼어내 현미경을 비춘 듯했다. 그 자리에 유아인이 연기한 종수가,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가, 스티븐 연이 연기한 벤이 있었다.

"우리나라엔 개츠비가 너무 많아."(종수)
"그냥 놀아요." (벤)
"난 그레이트 헝거가 될 거야."(해미)

'버닝'은 세 남녀를 통해 대한민국 청춘들의 초상을 들여다본 영화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안갯속 같은 미래를, 목표 없이 방황하는 청춘들의 불안함과 애달픔이 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버닝'까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버닝을 원하지만 버닝할 세상과 상대를 찾지 못한 청춘들에 고개를 돌렸다.

종전의 영화가 음악과 촬영, 미술 등 영화를 채우는 요소들 그러나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했다면 이번 영화는 한껏 공을 들였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수려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다. 

이미지보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둬 온 그의 연출 스타일과 비춰봤을 때 '버닝'에는 인상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신과 시퀀스가 많다. 그를 통해 청춘이 세상을 바라보는 이미지와 환영을 영화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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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버닝'을 풍성하게 채우는 요소는 배우들이다. 다소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세 청춘 군상을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밖으로 분출해서 뜨거운 것이 아닌 분노와 열망이 침전돼 있어 더욱 애달픈 청춘들이었다. 

특히 유아인은 종수 그 자체였다. 초라한 행색과는 반대로 등장 시마다 화면을 장악하며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게 했다. "추구하던 본연의 연기에 다가갔다"는 말처럼 유아인이 연기하는 종수가 아닌 유아인이 종수가 됐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향한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영화잡지 아이온시네마는 '버닝'에 5점 만점의 3.9점의 평점을 내렸다. 이는 17일까지 공개된 16편의 경쟁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이다.

이탈리아 영화지 ICS 필름(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 Films)도 '버닝'에 최고점을 선사했다. ICS는 '버닝'에 4.83점을 내렸고 이는 '이미지의 책'(장 뤽 고다르 감독)이 받은 평점 4.43점보다 0.40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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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개별 매체에서 내린 평점일 뿐이다. 이 수치는 칸영화제 심사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다만 영화에 대한 외신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한 기록이다.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자랑한다. 두 차례의 수상('밀양'으로 여우주연상, '시'로 각본상)을 받았으며 한차례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8년 만의 귀환에 영화제는 두 팔 벌려 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작품에 대한 현지의 반응이 뜨거워 영화제 후반부를 향하는 현재 수상에 대한 청신호를 밝혔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 폐막한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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