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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와인 따라 익는 가족애…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취재파일] 와인 따라 익는 가족애…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진 부르고뉴의 한 포도밭

잘 익은 샤도네이 청포도를 한입 깨물어 본 줄리엣은 “월요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빠인 장은 “월요일이라면 8일 뒤? 나라면 목요일.4일 뒤”라고 맞선다. 포도 수확(vendange) 시기를 놓고 남매가 의견 차이를 보이는 장면이다. 햇볕이 잘드는 쪽 포도, 언덕 위의 포도까지 먹어보고, 비오는 시기까지 살펴본 뒤, 장의 의견을 따라 포도 수확 시기를 앞당긴다.

# 3남매의 어린 시절 와인 테이스팅 장면

5살짜리 막내부터 장남까지 귀여운 꼬마들을 앉혀 놓고, 와이너리 주인인 아버지는 와인 테이스팅 훈련에 들어간다.

아버지 : 무엇부터 해야 하지?
장(장남): 냄새요?
줄리엣(둘째딸): 색깔이요.
아버지: 그렇지.
제레미(막내): 화이트.


화이트 와인 색깔이 화이트라는 막내의 말에 아버지는 웃으며 칭찬한다. 이어 삼남매의 눈을 가린 채 진행되는 후각 테스트.

줄리엣: 헛간 냄새요.
아버지: 그렇지 짚향이지.


드디어 와인 맛을 본 3남매. 신맛에 가려진 달콤한 맛을 중국집에서 먹어본 과일(리치)이라며 뛰어난 미각을 보인 줄리엣은 커서 결국 와이너리 총책임을 맡게 된다.
[취재파일] 우리를 연결해 주는 것? (Ce qui nous lie)
포도나무 새잎이 돋는 모습에 이어 청포도 샤도네이 수확과 적포도 피노누아 수확까지 마치고 겨울이 오면 앙상한 나무들을 솎아내고 태우는 장면까지, 부르고뉴 포도밭의 사계절도 눈 앞에 펼쳐진다.

처가살이를 하는 막내 제라르의 장인 집에서 펼쳐진 와인 파티를 비롯해 곳곳에서 몽라셰, 뫼르소, 샤산느, 뽀마르, 볼네 등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 시음 장면이 등장하지만, 영화 스토리와 전혀 튀지 않게 잘 버무려졌다.클로즈업 된 입에서 나는 ‘호로록’소리. 입 속에서 공기와 함께 포도주 향을 음미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면 향긋하면서도 힘있는 부르고뉴 와인 먹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취재파일] 우리를 연결해 주는 것? (Ce qui nous lie)
영화는 와인 다큐멘터리가 아닌 가족 드라마이다. 가족을 등지고 세상을 떠돌던 장남 장이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돌아와 동생 줄리엣, 제레미와 10년 만에 다시 만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아버지 유산인 포도밭을 팔아야 할 위기에 처하지만 삼남매의 우애로 지켜나간다는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영화다. 여기에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살충제 문제와 유기농 와인을 만드는 어려움, 화려할 거라 생각되는 와이너리 생활과는 달리, 끊임없는 노동을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삶까지 담겨있다.
[취재파일] 우리를 연결해 주는 것? (Ce qui nous lie)
영화를 만든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는 이 영화를 만든 뒤 프랑스 최대 와인 잡지인 <Revue du vin de France>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잡지는 특히 클라피쉬 감독이 유기농 와인 산업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잡지 편집장 드니스 사베로는 이 영화가 “심미적이고 깊은 와인의 세계”를 잘 그렸다고 평가했다.

클라피쉬 감독은 일간지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파리지엔으로서 와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와인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해 보고 싶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자랑스럽다. ”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찍기 위해 30여명에 이르는 와인 생산자들을 만났다면서, 특히 영화에서 삼남매를 묵묵히 돕는 포도밭 관리자 마르셀 역을 맡은 배우 장 마크 룰로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영화는 룰로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도멘 룰로(Roulot)의 포도밭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영어 제목 <Back To Burgundy>탓일까? 가족을 떠났던 장남이 나중에는 부르고뉴로 돌아와 삼남매가 와이너리를 꾸려나갈 거라 생각했지만 반전이 있었다. 장남은 자신의 지분을 동생들에게 넘기고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 와이너리로 돌아간다. 형제들 사이에서 가족애를 재발견했지만 “지구 반대편에도 내 식구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을 남기고.
[취재파일] 우리를 연결해 주는 것? (Ce qui nous lie)
준비에 7년, 촬영에 1년이 걸렸다는 영화,<부르고뉴,와인에서 찾은 인생(ce qui nous lie)>. “와인도 인생도 숙성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대사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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