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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공평한 기후변화…가난한 나라에 더욱 혹독한 폭염이 몰려온다

[취재파일] 불공평한 기후변화…가난한 나라에 더욱 혹독한 폭염이 몰려온다
폭염은 흔히 침묵의 살인자라 불린다. 지난해(2017년) 국내에서는 모두 1,57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2016년에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2,12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다(자료: 질병관리본부).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염은 점점 더 극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있지만 국지적으로는 극단적이고 기록적인 폭염이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어느 정도나 상승할 것인가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지적으로 기온 변동 폭이 얼마나 커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중용한 이유다. 국지적으로 기온 변동 폭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은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영국 공동연구팀이 지구온난화에 따라 2100년까지 지역별로 기온 변동 폭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기온의 월평균 표준편차가 얼마나 커지는가를 산출해 기온 변동 폭이 커지는 정도를 산출했다. 2100년까지 전 지구 각 지역별 기온 예측자료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차 평가보고서 작성에 이용된 37개 기후모델이 산출한 자료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하는 경우(RCP8.5)를 가정했다.

조사결과 북반구 여름철의 경우 남미 대륙 남부와 남극을 제외한 전 지구 대부분 육상에서 여름철 기온 변동 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전반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특이한 것은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북미 같은 북반구 지역뿐 아니라 남미 대륙과 아프리카 등 남반구 지역에서도 고온현상과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2100년까지 월평균 기온의 변동 폭(자료: Bathiany et al., 2018)
반면 북반구 겨울철의 경우는 아프리카 남부와 남미 대륙 중북부 지역,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동남아시아 지역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프리카 남부와 남미 대륙 중북부 지역,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서는 변동성이 적어도 20%에서 크게는 40% 이상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도와 그 주변지역으로 이들 지역에서 기온 변동 폭이 커진다는 것은 단순히 따뜻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북반구 겨울철에도 여전히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반도나 미국, 유럽 등 북반구 중위도 지역이나 고위도 지역의 경우는 기온 변동 폭이 오히려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인 만큼 당연히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기록적인 한파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연 평균 기온 변동 폭을 보면 적도 주변과 주로 남반구 지역에서 변동 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북반구 중위도 지역과 고위도 지역은 1년 평균으로 봤을 때 기온 변동 폭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평균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국민 소득이 낮은 나라가 많은 적도 주변과 남반구 지역에서 기온 변동 폭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가 많은 북반구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은 기온 변동 폭이 작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살기 어려운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선진국들이 많은 북반구 중위도나 고위도 지역은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반면에 적도 부근이나 남미, 아프리카 지역은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었던 지역이 점점 더 극심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의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혹독해지는 것은 단지 폭염만이 아니다. 연구팀은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는 이들 지역에는 가뭄 또한 더욱더 혹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먹을 물이 없어지고 곡물 생산량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동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는 않았지만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 물 부족, 식량 부족까지 3중고, 4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재앙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도와 그 주변 지역에는 현재 지구촌 인류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참고 문헌>

* Sebastian Bathiany, Vasilis Dakos, Marten Scheffer, Timothy M. Lenton. Climate models predict increasing temperature variability in poor countries. Science Advances, 2018; 4 (5): eaar5809 DOI: 10.1126/sciadv.aar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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