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05.08 18:0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을 일으킨 대진침대가 오늘(8일)부터 리콜을 시작했습니다. 대진침대 측은 어제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문제가 된 매트리스에 대해 리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진침대의 일부 모델에서 라돈 검출을 확인한 SBS 보도 이후 나흘 만입니다.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이어 대진침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소비자의 질책을 달게 받을 것이며,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7년 넘게 써왔는데"…기준치 3배 넘는 방사성 물질 나온 침대

주부 이 모 씨는 7년 전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 이 제품을 사서 아이 방에 놨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휴대용 라돈 측정기로 침대를 쟀더니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양의 라돈이 나왔습니다. 측정 업체가 이 씨의 집에 직접 방문해 전문 장비로 측정하자 결과는 더 놀라웠습니다.

발코니와 안방에서는 기준치 이하의 라돈이 검출됐는데, 유독 침대 위에서 2000베크렐(Bq)/㎥이 넘는 라돈이 나온 겁니다. 실내 주택 라돈 기준치인 200베크렐의 10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매트리스 천을 가로, 세로, 30cm 크기로 잘라 전문기관에 정밀 검사를 맡겼더니, 실내 기준치의 3배를 넘는 평균 620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침대 전체로 따지면 훨씬 더 많은 양의 라돈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 "숲에 있는 것처럼 건강에 좋아요"…음이온 만들려다 '라돈' 생긴 이유는?

라돈은 WHO(국제보건기구)와 EPA(미국환경보호국)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토양이나 암석에는 우라늄과 토륨이라는 물질이 존재하는데요. 이 두 물질이 연속으로 붕괴하면 라듐이 되고, 이 라듐이 붕괴할 때 만들어지는 방사성 기체가 '라돈'입니다. 라돈은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호흡을 통해 들어온 라돈은 붕괴하면서 폐포나 기관지 등에 달라붙어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방사선은 세포 유전자를 손상시켜 폐암에 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간 2만여 명이 라돈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다는 통계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폐암 사망자의 12.6%가 라돈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라돈이 침대 매트리스에서 검출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제는 침대에서 음이온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한 '음이온 파우더'였습니다. 음이온 파우더는 희귀 광물인 희토류 원석을 곱게 간 것이었는데, 이 가루 안에 토륨이나 우라늄 등이 남아 방사성 물질인 라돈을 만들어 낸 겁니다.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상모 지질학 박사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음이온 파우더에 토륨이나 우라늄이 함유돼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며 "희토류에서 토륨이나 우라늄을 분리하는 처리를 제대로 못 해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고 오염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 업체도 정부도 몰랐다...일상용품에 쓰이는 방사성 물질, 이대로 괜찮나?

더 큰 문제는 위험천만한 방사성 물질이 침대 같은 일상용품에 쓰이고 있는데도 해당 회사는 물론 정부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진의 하청 침대 공장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희토류 파우더를 납품했던 업체는 관련 규정상 신고 의무를 지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이 업체는 2013년 원자력 원료 물질 취급자로 처음 등록한 이후, 재작년까지 4년간 희토류 파우더를 납품해왔습니다. 방사성 물질을 침대 회사에 납품한다는 사실이 보고됐지만, 방사능 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행 규정상 보고 절차만 있을 뿐 방사성 물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는 규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등록된 취급업자가 방사성 물질을 외부에 처음 판매할 때는 보고하게 돼 있지만, 그 이후 누구에게 얼마만큼 팔았는지는 보고할 의무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분노와 불안감을 호소하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진상 규명과 더불어 다른 제품도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수십 건 올라왔습니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진상 조사에 나섰고, 음이온이 나온다고 광고한 타사의 침대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리포트+] 라돈 검출된 '대진침대' 리콜 시작...발암물질이 침대에 쓰인 이유는?(취재: 장세만, 강청완, 강민우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전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