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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인천 초등생 살인' 공범 감형…'살인' 아닌 '살인방조' 혐의 인정된 이유는?

[리포트+] '인천 초등생 살인' 공범 감형…'살인' 아닌 '살인방조' 혐의 인정된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인천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유괴돼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당시 17세였던 김 모 양과 19세였던 박 모 양이 공모해 저지른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오늘(30일) 김 양과 박 양의 2심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요. 재판부는 주범 김 양에게 1심과 같은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1심에서 살인 공모자로 인정돼 무기징역을 받았던 박 양에게는 징역 13년을 선고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는 이 사건의 전말을 짚어보고 선고 결과가 1심과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 "사냥 나간다"…초등생 납치해 살해한 뒤 유기한 10대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인 김 양은 지난해 같은 아파트에 살던 초등학생 A 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살해하고 흉기로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며칠 뒤 이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 양도 붙잡혔습니다. 김 양과 박 양은 살인 계획을 공모하고 피해 아동인 A 양의 시신 일부를 유기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김 양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3월 29일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박 양과 지속적으로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주범 김 양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박 양에게 "사냥을 나간다"고 말했고 유괴한 뒤에는 "잡아 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리포트+] '인천 초등생 살인' 공범 감형...'살인' 아닌 '살인방조' 혐의 인정된 이유는?
범행 이후 김 양은 박 양을 만나 시신 일부를 건넸고, 두 사람은 술을 마시는 등 태연하게 행동하다 훼손된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검사도 중형 내려달라며 '울먹'…징역 20년과 무기징역 선고된 1심

피해 아동 A 양의 유족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법정에서 김 양과 박 양을 처음으로 마주했습니다. 당시 A 양의 어머니는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어떤 아이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며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맞는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주범인 김 양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 내내 "김 양이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계획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박 양 측은 "김 양과 공모하지 않았고 '역할극 놀이' 같은 가상의 상황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공범 박 양에게 무기징역을, 주범 김 양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2000년 10월생인 김 양은 만 19세 미만에게 적용하는 소년법 대상자이기 때문에 무기징역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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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심 재판의 주임검사였던 나창수 검사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누가 맡더라도 그 나이 또래의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열심히 수사해야 할 사건이었다"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피해 아이와 부모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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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죄'에서 '살인방조죄'로…공범 박 양, 1심과 선고 결과 달라진 이유는?

오늘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인 김 양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살인 공모자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박 양은 2심에서 '살인'이 아닌 '살인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13년으로 감형됐습니다. 1심부터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박 양이 살해 행위의 구체적 실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강조해온 박 양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겁니다.

재판부는 "김 양은 박 양의 공모나 지시 여부가 자신의 선고 형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사실을 과장되게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평소 대화나 행동에 비추어 두 사람이 지시를 받거나 복종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다만 김 양이 초등생을 유괴해 살해하는 동안 두 피고인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박 양도 미필적으로나마 김 양이 실제 살인을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살인방조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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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양에 대해 재판부는 "전문가 진술을 종합하면 범행 당시 김 양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는지 불확실하다"고 언급했고 "설령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어도 범행 당시 사물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선고를 유지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형량이 무겁다는 김 양 측의 주장에 대해 "사람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빼앗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김 양의 범행과 항소심에서까지 보여준 태도 등을 종합하면 1심 선고 형량은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항소심 결과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1심에서 공범의 살인죄가 유죄로 인정됐던 사건인 만큼 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전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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