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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진 3남매 사익편취 통로' 의심받는 트리온 무역에 가봤더니…

[취재파일] '한진 3남매 사익편취 통로' 의심받는 트리온 무역에 가봤더니…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음료수병을 던지고 물을 뿌리며 행패를 부렸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기자들이 하나둘 확인에 나섰고, 반나절 만에 소문은 기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2주일 만에 재벌 2세의 일탈행위로만 보였던 이 사건은 사주 일가 전체의 갑질 의혹으로, 나아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져 온 탈세 등 범죄 의혹으로 파문이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제보가 연일 쏟아지자, 당국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폭행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더니, 급기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관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한진그룹과 사주 일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공정위는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기업집단국 소속 조사관 30여 명을 동원해 대한항공과 계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벌였습니다.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건 사주 일가의 사익편취 혐의, 구체적으로는 기내면세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입니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파는 면세품 중 상당 부분을 면세품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신 '트리온 무역'이라는 업체를 거쳐 납품 받아왔습니다. 트리온 무역은 이 과정에서 물품 공급가의 3~5%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온 이 트리온 무역은 어떤 회사일까요?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2010년 설립된 이 업체는 자사의 사업 내용을 ‘면세품 중개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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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자는 원 모씨 외 3명.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원 씨는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의 고위 임원을 지낸 인물이었습니다. 그럼 원 씨의 이름 뒤에 가려진 3명은 누구일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조현아·원태·현민 즉 조 씨 3남매였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기내면세품 거래 과정에 이들 한진 3남매가 사실상 소유한 회사인 트리온 무역을 끼워 넣고 통행세를 챙기도록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대한항공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사주 일가가 빼돌려 사적으로 챙기는, 전형적인 ‘사익편취’ 행위에 해당합니다.

실체 확인을 위해 저희 취재팀이 트리온 무역의 주소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지난 24일, 트리온 무역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잠긴 문에는 공정위 조사관들이 증거훼손을 막기 위해 붙이고 간 봉인 딱지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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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관리인은 “조그마한 사무실인데, 폐쇄해버리고 이사간 지 며칠 됐다”고 말했습니다. 관리인이 이사를 갔다는 지난주 금요일은 대한항공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본격화 된 시기와 일치합니다.

건물 관리인은 무역회사로만 알고 있다며, '원 사장'이라는 사람이 대표로 있었고 여성직원 2명과 남성직원 1~2명이 왔다 갔다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2010년 임대 계약을 맺었는데, 8년 간 임대료가 밀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대체 이 회사는 하는 일이 무엇이었길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업무를 종료하고 직원들이 순식간에 짐을 챙겨 사라져버린 걸까요? 업계에선 트리온 무역과 같은 업체가 추가로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대한항공이 2010년 이전에도 총수 일가가 사실상 소유한 업체들을 통해 30년 가까이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무의 고함소리가 세상에 공개되자 사과 대신 조양호 회장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음공사는 사실무근”이랬다가 “회장실 문틈에 실리콘을 메우는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꾸며 끝내 현장 공개는 거부한 대한항공의 해명은 이런 의혹을 더욱 키웠습니다.

직원들은 사라지고 봉인 딱지가 붙은 채 굳게 문이 닫힌 트리온 무역을 보며, 어쩌면 이 사무실이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대응방식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총수 일가가 스스로의 허물을 되돌아보는 대신 미래의 내부고발자를 회유하고 증거를 감추는 데 급급한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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