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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연쇄살인범이 피해자 가족에 보낸 뻔뻔한 문자

[뉴스pick] 연쇄살인범이 피해자 가족에 보낸 뻔뻔한 문자
지난 3월, 연쇄 살인 피해자 21살 여성 A씨의 시신이 실종 8개월 만에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습니다. 'A씨가 혹시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품었던 형사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렀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A씨의 행적은 지난해 7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A씨는 7월 중순 남자친구인 30살 B씨와 함께 렌터카를 타고 포천시의 한 야산에 왔습니다. A씨가 B씨에게 이때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당시 A씨가 살해됐다고 단정 짓기에는 걸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살해 예상 시점인 7월 이후 A씨가 휴대전화 메신저로 가족·지인과 연락한 기록이었습니다.

메신저 속 A씨는 7월 이후에도 부모에게 연락이 오면 "잘 지내요?", "다음 주에 만나요"는 등 안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고, 부모가 전화하고 싶다고 하면 "전화기 상태가 안 좋아서 힘들다"고 하거나 "졸리네요"라며 둘러댔다. "최근에 채무자들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대화를 하며 앞으로 연락이 어려울 것이라고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메신저 속 A씨는 부모뿐만 아니라 지인들이 보낸 메시지에도 자연스럽게 답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말투와 대화 습관도 평소 A씨와 비슷해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조사에서야 살인범 B씨는 해당 메시지들을 자기가 보냈다고 시인했습니다. A씨를 둔기로 살해한 후 챙긴 휴대전화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동안 대화했던 기록들을 보며 맥락을 파악했고, 범행을 감추고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범행을 은폐하려는 B씨의 치밀하고 뻔뻔한 행각은 문자 메시지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범행에 이용한 렌터카는 깔끔하게 스팀 세차해 반납했습니다. 혹시나 차에서 발견될지 모를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후에는 구치소 수감자 신분을 최대한 이용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또 다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이 접견을 신청하면 거부하다가 체포 영장 신청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관들이 A씨의 말을 믿고 구치소를 방문하면 돌연 접견을 거부해 헛걸음하게 만들었습니다. 구치소에서 '공범이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직후부터 B씨가 쌓아온 거짓의 벽을 뚫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실종 신고가 이뤄진 지난해 말부터 경찰은 야산을 수색하는 동시에 밤마다 의정부 상가 일대를 뒤지며 잠적했을지 모를 A씨를 찾아다녔습니다.

결정적 증거인 시신도 어렵게 발견됐습니다. 수색 당시 추운 날씨에 땅이 얼어 경찰 탐지견이 활약하기 힘들었습니다.

사건 당시 차량의 행적을 추적하며 유력 매장 장소를 선정해 막대기로 땅을 찌르며 수색하는 작업이 한 달간 이어졌습니다.

경찰은 B씨가 범행에 이용하고 인천의 길가에 버린 삽까지 찾아냈습니다. 삽에는 범행 장소의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던 B씨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에 결국 "뇌출혈로 죽은 전 연인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해 바람을 쐬러 가자고 유인해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의정부경찰서는 18일 B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습니다.

B씨는 현재 지난해 12월 또 다른 여자친구 23살 C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의정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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