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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종대 의원 "깃털만 들여다본 5·18 특조위", 사실은…

[취재파일] 김종대 의원 "깃털만 들여다본 5·18 특조위", 사실은…
▲ 김종대 정의당 의원(왼쪽), 서주석 국방부 차관(오른쪽)

"5·11 연구위원회가 5·18에 대한 왜곡 대응 논리를 작성하고 관련 문서를 왜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상은 그와 다릅니다. (중략) 종범만 수사하고 주범은 수사하지 않겠다. 깃털만 들여다보고 몸통은 비켜가겠다는 것은 5·18 특별조사의 취지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 4월 17일 김종대 의원 정의당 의원총회 발언

● '5·11 연구위' VS '육군 80대책위'…또 시작된 논쟁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에 '엄중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사를 잘못했다는 것입니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들여다봤다'며 핵심을 놓친 조사라고 혹평했습니다. 김 의원이 말하는 핵심은 88년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군 기록과 증언 조작을 한 왜곡 기관입니다. 특조위는 '5·11 연구위원회'라고 했는데, 김 의원은 그게 아니라 '육군 80대책위원회'라고 합니다.

김 의원의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지난달부터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서 차관은 특조위가 왜곡의 핵심 기관으로 결론 내린 5·11 연구위의 명단에서 이름이 발견돼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서 차관은 "실은 육군 80대책위가 대부분의 왜곡을 했다"며 "특조위 조사가 잘못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자신과 관련된 5·11 연구위는 책임이 덜하다는 취지였지요. 김 의원은 서 차관과 같은 주장을 하며 "특별조사의 취지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 한쪽 말만 듣고 비판…"연락이 안 된다"

SBS 취재진은 김종대 의원에게 주장의 근거를 물어봤습니다. 김 의원은 "특조위 관계자의 설명은 듣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국방부 말만 듣고 특조위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5·11연구위가 아니라 육군 80대책위가 왜곡의 핵심'이라는 서 차관 측 주장을 만들어낸 곳입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 논리를 만들었을 때는 특조위는 이미 해산된 뒤였습니다. 관련 전문가 한 명 없이 특조위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검증 작업을 한 것입니다. 국방부 스스로도 그럴 권한도, 역량도 없었다는 것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조사 결과를 부정당한 특조위 조사관은 김 의원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특조위에서 5·18 왜곡과 은폐 부분을 담당한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김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후 두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지만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특조위 조사가 잘못된 게 아니라 서 차관 주장이 오류라는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김 의원은 한 쪽의 주장만 듣고 조사의 오류를 지적하며 특조위에 엄중 경고까지 한 것입니다.

● 의미 없는 논란…대체 왜?

사실 육군 80대책위와 5·11 연구위 중 누가 더 나쁜지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기관 모두 조사가 이뤄져야 할 왜곡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5·11 연구위를 왜곡의 핵심 기관으로 볼 근거도 더 많습니다. 육군 80대책위는 '실무적 차원의 사전 준비 작업'으로 역할이 규정돼 5·11 연구위에 인사를 파견하고 관련 내용을 보고한 군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종대 의원 발언 이후 '서주석 차관 명예회복?', '5·18 왜곡 핵심은 육군본부" 같은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의미 없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6월 23일, 서 차관은 차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 의원도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청와대에서도 같이 일을 했고 옛날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적임자가 오셨다"면서 부임을 축하했습니다. 이런 관계가 이번 김 의원의 의원총회 발언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김 의원은 발언 배경을 묻는 SBS 취재진에 "서 차관이 계속 논란이 되니까 국방부에 설명을 요청한 것"이라며 "서 차관이 책임 있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사퇴라는 표현을 할 필요는 없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단체는 지난 9일 "특조위 결과 보고서와 국방부 제공 자료를 검토한 결과 5·11 연구위는 5·18 왜곡 조직이며 서주석 차관이 이 조직에 참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서 차관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5·11 연구위가 왜곡 조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육군 80대책위와 잘못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입니다. 서 차관은 "진솔한 사과와 해명을 했다"면서 사퇴 거부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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