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즐라탄의 밀당…"이제는 전화기를 들어야 할 때"

[취재파일] 즐라탄의 밀당…"이제는 전화기를 들어야 할 때"
즐라탄(37·LA갤럭시)이 돌아왔습니다. 경기장에선 골을 연거푸 폭발하고, 밖에선 여전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자신의 트위터에 "월드컵에서 뛸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고 하더니 어제(18일) 미국 ABC 방송국의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서는 "월드컵에 출전하겠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내가 없는 월드컵은 월드컵이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즐라탄은 그라운드에서만큼이나 방송국 스튜디오에서도 거침이 없었습니다.
토크쇼에 나온 즐라탄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키멜)당신은 스웨덴 출신이잖아요. 스웨덴 사람들은 보통 '자뻑'(braggadocious)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요?
(즐라탄)스웨덴 사람들은 너무 착하죠. 나는 그렇게 착하진 않아요.

-그래서 모국을 떠나 미국으로 온 건 가요? (웃음)
"아뇨. 아뇨. 제가 전형적인 스웨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MLS 데뷔전에서 정말 엄청나고, 환상적인 골을 그것도 먼 거리에서 넣었잖아요. 미리 예상했나요?
"오기 전부터 생각했어요. LA에선 가끔 지진이 난다고 들었어요. 땅을 흔들만한 첫발을 내가 내디뎠죠. 모든 영화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잖아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월드컵에서 뛸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어요.
"나는 월드컵에 나설 겁니다. 분명히요. 내가 없는 월드컵은 월드컵이 아닙니다."
 
● "여론은 반반"…안데르손 감독 "즐라탄이 은퇴했다는 사실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
지난달 신태용호의 북아일랜드전을 취재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온 마이클 바그너 기자
이렇게 떵떵거렸지만 여전히 스웨덴 대표팀 반응은 뜨뜻미지근합니다. 여론도 그렇습니다. 스웨덴 유력일간지 아프톤블라데에서 20년 넘게 스웨덴 대표팀을 취재한 마이클 바그너 기자는 오늘 SBS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찬반 분위기는 반반"이라고 답했습니다. 바그너 기자는 "오늘 안드레손 감독과 인터뷰 했다"면서 "감독은 '즐라탄이 축구대표팀에서 은퇴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즐라탄은 여러 인터뷰에서. 또 소셜미디어와 TV 프로그램에서 대표팀 복귀 의사를 드러냈지만 정작 안데르손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복귀 의사를 전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안데르손 감독 입장에선 다소 불편한 모양입니다.

즐라탄은 유로 2016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뒤 당시 새로 부임한 안데르손 감독에게 "대표팀에서 영원히 은퇴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웨덴은 사상 최고 스타이자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를 잃었지만 안데르손 감독은 대표팀을 전과 다른 강팀으로 다져왔습니다. 유럽예선에서 프랑스, 네덜란드와 '죽음의 조'에 속하고도 조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선 이탈리아를 60년 만에 탈락시키며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스웨덴이 월드컵 무대에 서는 건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2년 만입니다. 즐라탄의 '원맨팀'에서 진정한 '원팀'으로서 더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안데르손 감독으로선 월드컵 본선행에 조금도 기여하지 않은 즐라탄이 갑자기 합류해 팀 조직력에 균열을 낼까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벤치 멤버라도 상관없다"며 백의종군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떵떵거리는 즐라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분명 고민거리일 겁니다. 그가 복귀하면 전세계 언론이 즐라탄에 집중할 겁니다.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운명의 1차전’을 치르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즐라탄이 돌아오면 우리에게 더 좋다"고 말한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즐라탄 트위터
즐라탄도 이 부분을 의식하는 듯 보입니다. 배우이자 토크쇼 진행자 키멜이 스웨덴 대표팀 사상 최다골(62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즐라탄에게 ‘당신의 그림자가 팀 동료를 가리는 점을 걱정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바로 받아쳤습니다.
 

"아뇨. 아뇨. 내가 (나와 인터뷰하는) 당신을 슈퍼스타로 만든 것처럼 그들도 내가 슈퍼스타로 만들 겁니다."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월드컵에 나가겠다는 것만 분명히 한다. 내가 더 말하면 사람들이 내 목을 죌 거다. 조심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 "즐라탄은 빨리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한다"
 
바그너 기자는 "즐라탄이 대표팀에 돌아오려면 한시라도 빨리 전화기를 들어 안데르손 감독과 통화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는 감독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그는 "즐라탄은 마지막 30분을 남겨 놓고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슈퍼 서브(교체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웨덴 축구 영웅의 대표팀 복귀를 바랐습니다.

즐라탄과 대표팀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헤어진 연인처럼 서로 먼저 전화를 걸어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죠. 자존심을 세우다 서로 상처를 줄 수도 있고, 극적으로 다시 만나 전보다 뜨거운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드라마는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있고, 절정이 가까웠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