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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부충격설 공식 조사 하지만 '앵커침몰설'은 가능성 낮아

[취재파일] 외부충격설 공식 조사 하지만 '앵커침몰설'은 가능성 낮아
● 선체조사위원회 '외부충격설' 공식 조사

세월호가 참사가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외부의 물체가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세월호의 마지막 항적이 발표된 이후입니다. 세월호는 침몰 마지막 순간에 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었는데, 선체는 좌현(왼쪽)으로 넘어가며 침몰했습니다. 마치 오른쪽(시계방향)으로 달리던 사람이 왼쪽으로 넘어진 경우여서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 3월에 세월호는 완전히 물 밖으로 올라왔습니다. 외부에서 충격을 받은 흔적은 찾기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외부 충격설은 사고 원인에서 제외 됐습니다.

그런데 사고 4년, 인양 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외부충격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외부충격설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는 것은 아니고, 선원들의 실수나 선체 결함으로 인한 '자체침몰설'과, '외부충격설' 두 가지를 동시에 투트랙(two-track)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입니다.

● 비틀어진 스태빌라이저와 왼쪽으로 넘어진 선체, 외부 충격의 증거인가?

논란이 된 부분은 운항 중 배의 안전을 위해 양쪽에 설치된 스태빌라이저입니다. 스태빌라이저는 배가 옆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입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 침몰한 만큼 좌현 스태빌라이저가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인양과정에서 인양업체 상하이 샐비지는 스태빌라이저를 잘라냈고, 사고 당시 스태빌라이저가 어떤 상태였는지 복원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스태빌라이저는 잘렸나갔지만 스태빌라이져와 배를 연결하는 핀안정기 부분은 남아 있었습니다. 핀안정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스태빌라이져는 외부의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태빌라이져는 최대 25도까지 기울어질수 있는데, 50.8도나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왼쪽 후방에서 외부 물체가 세월호 좌현 스태빌라이저 부근에 충돌한다면, 스태빌라이저에 손상이 오고, 오른쪽으로 가던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침몰할 수 있다는 가설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선체조사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외부 충격설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겠다고 밝힌겁니다.

그러나 선체가 침몰하면서 스태빌라이저가 바닥에 부딪혀 휘어졌을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선체조사위원회가 제공한 핀안정기 추돌설 개요
● 급변침으로 인한 침몰? 아직도 모르는 급변침 이유

물론 이미 검찰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혔습니다.

"조타수의 조타미숙으로 인한 대각도 변침으로 배가 좌현으로 기울며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려" (2014년 10월, 검찰발표)

배들은 원래 한쪽으로 기울어져도 오뚝이처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설계가 되어있는데, 세월호의 과적과 불법 증축으로 인해 '복원성'을 상실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타수의 실수로 배는 급격히 기울어져 침몰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배를 기울게했다는 조타수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조타수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법원은 조타수의 잘못이 확실하지 않다며 양측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배의 주요기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수밀문이 사고 당시 열려 있어서, 배의 침몰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침몰한 원인 자체에 대해서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 잠수함 추돌까지 가능성 열어놓고 조사, 그러나 '앵커 침몰설'은 가능성 낮아

최근 세월호에 관한 그날 바다 영화가 개봉하면서 침몰원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상영 중인 영화여서 내용을 다 말하긴 어렵지만,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가설 중 하나인 세월호의 '앵커 침몰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배의 닻인 '앵커'가 어떤 이유로 바다 속에 내려가 있었고, 앵커가 해저면과 부딪히며 배가 휘청거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잠수함추돌설까지 거론하며 외부충격설을 검토하겠다던 선체조사위원회는 앵커로 인한 침몰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앵커로 인한 침몰설은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가능성이 낮은 이유에 대해 몇가지 설명을 덧 붙였습니다. 하나는 앵커가 드나드는 출입 구멍입니다. 세월호가 바다 속에 내려져 있던 앵커로 인해 침몰했다면 앵커의 쇠줄이 출입 구멍을 긁거나 짓누르며 손상을 가했을 텐데, 구멍에 녹슨 흔적은 보이지만 손상이나 변형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한 앵커를 내리고 올릴 때 20분정도 되는 시간이 걸리고 소리 또한 상당히 큰 데, 앵커를 내리고 올리는 모습을 보거나 소리를 들은 목격자가 아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출입구에 손상이 발견되지 않아 앵커 침몰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외부충격설이나 앵커침몰설 등을 지나친 '음모론'이라고 여기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침몰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 "세월호는 이제 잊을 때가 됐다",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참사의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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