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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심증'으로 내린 양의지 징계, 앞으로가 문제다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작성 2018.04.14 11:36 수정 2018.04.14 13: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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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 KBO는 지난 1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두산 포수 양의지 선수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습니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경기에서 발생한 일 때문입니다. 당시 양의지는 7회 말을 앞두고 바뀐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않고 피했는데, 이로 인해 바로 위치한 정종수 구심이 공에 맞을 뻔 했습니다. 직전 7회 초 공격에서 양의지가 정종수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벌어진 일이라 ‘고의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양의지는 구단을 통해 “순간 공이 보이지 않아 놓쳤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김용희 경기 감독관과 해당 경기 심판진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경기 종료 뒤 KBO에 경위서를 제출했습니다. KBO 관계자는 “경위서를 접수한 뒤 내부 논이 끝에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상벌위원회는 1시간 30분 넘는 회의 끝에 양의지에게 벌금 300만원과 유소년 봉사활동 80시간 징계를 부과했습니다. 벌칙 내규 7항 ‘선수가 심판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 언행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 제재 한다’는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상벌위원회는 양의지의 언행, 비신사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며 “앞서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는 의도성에 대해선 크게 보지 않았다. 고의성에 대해선 단정 짓지 않았다. 양의지 선수가 대단한 선수고, 평가도 좋고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 고의적으로는 하지 않았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선수들이 심판 부분에 대해 동업자로 보고, 보호 의무가 있다. 공이 날아왔을 때 주의 깊게 보고, 심판이 있을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주의를 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면, ‘양의지의 행동에 고의성은 없지만,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에 징계를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벌위원회의 징계 결정 근거와 장윤호 사무총장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상벌위원회의 징계 근거인 벌칙 내규 7항은 선수가 심판과 마찰을 일으켰을 때를 의미합니다. 즉, ‘양의지가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다음 공수 교대 때 바뀐 투수 곽빈의 공을 잡지 않아 심판에게 <빈볼>을 만들었다’는 해석 외엔 징계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KBO는 “양의지가 부주의한 부분에 대해 징계를 줬다고”고 밝혔습니다.

징계 근거와 전혀 다른 KBO의 해석이 나온 건 왜일까요. ‘고의성’ 여부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상벌위원회는 “양의지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확신할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심증’만으로 징계를 내려야하니, ‘부주의’라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KBO와 상벌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동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기자는 현장을 취재하면서 이번 양의지의 ‘공 패싱’ 상황과 비슷한 사례를 자주 접했습니다. 바뀐 투수가 연습 투구 때 폭투를 던지면 포수가 일부러 잡지 않는 모습을 왕왕 목격했습니다. (넥센이 목동구장을 사용할 시절 1층 기자석 방향으로 공이 종종 날아왔습니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 체력 소모를 막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정이지만, 양의지가 직전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면 그가 공을 피한 행동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었을까요. 흔히 이야기하는 ‘경기 중 발생하는 여러 상황 중 하나’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야구장에선 수많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팀과 팀 간의 마찰, 볼 판정에 따른 선수와 심판의 갈등 등등 보기 불편한 상황도 나올 수 있습니다. 양의지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럴 경우 KBO와 상벌위원회는 다시 ‘심증’만 가지고 징계를 내려야 합니다. 벌칙 내규와 다른 내용이 징계의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장은 물론 야구팬의 동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거고, 리그 전체의 신뢰 하락의 문제까지 올 수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 없이 단순히 심증만으로 징계를 내린 KBO의 결정이 여전히 아쉬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