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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코드명 V11] 삼성 해외법인 총동원해 로비…'정경유착 관행' 청산해야

SBS뉴스

작성 2018.04.12 11: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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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지난 이틀 동안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을 둘러싼 당시 이명박 정권과 삼성 그룹의 정경유착 그리고 이어진 삼성의 평창올림픽 유치 로비와 관련된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과정이 어쨌든 결국 다 나라를 위한 일 아니었냐는 논리 앞에 침묵하기보다는, 언론으로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편한 진실도 직시해야 한다는 판단에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된 이후 삼성은 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만듭니다. 'V11'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2011년에 승리하자는 뜻입니다. 이 조직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 김재열 씨였습니다.

먼저 이 조직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정경윤 기자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기자>

2010년 3월 16일 황성수 전 상무의 메일에서 새로운 단어가 눈에 띕니다.

'V11' 2011년에 필승하자, 'Vicotry in 2011'의 준말로, 앞으로 평창 유치 문구 대신 이 코드명을 쓰자고 윤주화 전 사장에게 보고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각 해외 법인에 업무연락과 IOC 위원이라는 이름의 파일을 보냅니다.

V11의 업무는 또 다른 메일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매월 위원별 접견 실적과 성향 변화를 분석해 달라, 지역별로 목표를 정해놓고 진행 사항을 보고한다, 즉, IOC 내부 현안을 파악하고 IOC 위원들을 관리하는 겁니다.

12월에는 현지 법인장들이 참여하는 연말 보고회까지 준비합니다.

해외법인을 전진기지로 삼성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관여한 겁니다. 이런 V11의 활동 상황은 황성수, 이영국 상무, 윤주화 사장 등 삼성 내에서도 극소수의 인사들만 공유했습니다.

평창 유치 성공하면 누가 뭐래도 공은 회장님과 그룹 몫으로 돌아올 테니라는 문구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을 보고받은 사람은 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전무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전무는 황성수 상무와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삼성 해외 법인을 통해 입수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이건희 회장의 일정을 함께 다니며 IOC 위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부 구멜/나이지리아 IOC 위원 : 아카풀코에서 김재열, 그리고 다른 한국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했어요. 같이 업무도 하고 대화를 나눴죠.]

2010년 10월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 총회에서는 IOC 위원들은 물론, 라민디악과도 미팅을 추진했습니다.

IOC 규정을 따라야 하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김재열 전무가 나선 걸로 보입니다.

당시 제일모직 소속의 김재열 전무가 직접 만났거나, 간접적으로 관리를 지시한 IOC 위원들은 메일에 드러난 것만 30여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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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전무는 올림픽 유치 로비를 위한 조직을 총괄하면서 국제스포츠계 거물급 인사들과 접촉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삼성은 올림픽과 관련된 계약을 맺은 걸로 보입니다. 그런에 이 계약 과정에서 주고 받은 이메일 내용이 좀 이상합니다.

그 내용을 전병남 기자가 자세히 풀어드립니다.

<기자>

2010년 10월 2일 V11의 김재열 전무가 동구권 국제스포츠계 유력인사 A 씨와 만난 뒤, 삼성은 A 씨가 설립한 마케팅 회사와 제일기획 간 홍보 대행 계약을 추진합니다.

황성수 삼성전자 상무는 10월 18일, 5천만 불 규모의 협상안을 준비했고 한 달 뒤 미팅을 진행한다고 김 전무에게 보고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합법적인 마케팅 계약 과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은 의미심장합니다.

실제 삼성과 A씨 간 협력 관계는 이 마케팅 계약을 추진하기로 한 이후 급물살을 탄 걸로 파악됩니다.

김재열 전무는 10월 20일 A씨의 이름이 달린 '질문 리스트'를 황성수 상무에게 보고받습니다.

11명의 IOC 위원에 대해 각각 어떤 성향인지 비밀유지가 가능한 인물인지 등을 묻는 질문 리스트입니다.

A 위원에게 섭외를 부탁할 IOC 위원 리스트를 따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삼성은 이후 A 씨가 버진아일랜드의 소유 회사를 통해 400만 유로의 로비자금을 계약했던 과거 계약서 사본도 입수합니다.

IOC 위원 성향 분석과 접촉 리스트, 거기다 로비 수법 조언까지. 도대체 어떤 마케팅 계약이길래 이런 내용의 메일이 오고 갔는지, 취재팀은 삼성에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2016년 국제스포츠계의 부패 문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마케팅 회사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유한범/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 사무총장 : IOC 위원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회사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마케팅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회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보이는 자금들이 흘러가서 실제 뇌물로 기능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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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신들의 이런 로비 작업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삼성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던 거로 보입니다. 지난 201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둘러싸고 국제축구연맹 FIFA의 뇌물 스캔들이 터지자 그 시기 삼성도 조심하기 시작합니다.

이현영 기자입니다.

<기자>

국제축구연맹 피파 집행위원들의 뇌물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후 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전무는 황성수 삼성전자 상무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2010년 10월 19일. 제목은 '조심'. 이메일을 통해 삼성 해외 거점장들이 IOC 위원들을 접촉할 때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린 겁니다.

당시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피파 위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IOC 위원들이 몸을 사린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다음날 황성수는 지시대로 IOC 위원 접촉 주의사항 네 가지가 담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해외법인 책임자들로 추정되는 이른바 해외 거점장들에게 전달했습니다.

IOC 위원들과 계속 접촉해나가되 신중한 대응을 요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평창' 관련한 언급은 절대 금지하라는 지침과 함께 선물 특히 삼성 제품 선물에는 '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

또, 신뢰 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대사관이나 제3자의 추가 개입도 막았습니다.

반대로 IOC 위원들이 삼성 측에 취업알선 등 대가를 요구할 경우 "V11과 긴밀히 협의해 대응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면서 '순수 마케팅 차원 후원 검토로만 접수할 것'을 지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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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취재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들의 부끄러운 민낯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근히, 이권을 요구하는 IOC 위원들의 모습이 삼성 이메일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황성수 상무가 김재열 당시 제일모직 전무에게 보고한 이메일입니다. 아프리카 지역 IOC 위원 이름 옆에 이렇게 각종 후원 협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대회나 행사에 수억 원씩 후원하는 내용인데, 한 위원에게는 '막내딸 취업 결정 통보 예정'이라고도 나와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한 위원은 올림픽 관련 기념관 건립에 대한 삼성의 지원과, 또, 5성급 호텔에 대한 신라 호텔의 위탁경영을 희망해온 걸로 나옵니다.

유럽의 한 IOC 위원은 김재열 당시 전무에게 지금은 FIFA 부패 스캔들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평창을 지지할 테니 유치에 성공하면, 협력 프로그램을 논의하기로 약속해달라고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삼성은 실제로 평창유치 이후 이 위원이 수장으로 있는 한 국제연맹과 후원 계약을 체결합니다.

황성수 상무가 김재열 당시 전무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또 다른 유럽 IOC 위원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품 발표회에 참석했는데, 접근 의도는 본인 이권이 개입된 사업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업하는 친구를 법인장에게 소개했는데 파악 결과 이 위원이 이사회에 속해 있는 회사 사장이었다, 일단, 동 회사에게 용역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자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취재팀은 유럽의 이 IOC 위원 측에 이메일을 보내고 사무실도 방문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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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SBS 보도에 대해서 어제(10일)에 이어 오늘도 해명문을 내놨습니다.

편법이나 탈법은 없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SBS가 기초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삼성 말이 맞는 것인지 이세영 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삼성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두 번째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편법, 탈법 계약은 단 한 건도 체결되지 않았다며 스포팅 에이지, 파모찌 등 컨설팅 회사와는 단 한 건도 계약을 체결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먼저 SBS는 삼성이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했다고 단 한 차례도 보도한 적이 없음을 밝힙니다.

로비자금을 요구한 파파 디악의 제안대로 컨설팅 회사들과 3자 계약을 검토하다가 결국, 국제육상경기연맹 또, 아프리카 육상연맹과 직계약을 맺었다는 게 지금까지 보도 내용입니다.

삼성은 특히 '아프리카 육상연맹 AAC'라는 기사 일부의 표현에 대해 AAC란 단체는 없고 CAA의 오타로 추정된다며 SBS가 '아주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적었습니다.

하지만 Confederation of African Athletics, CAA와 African Athletic Confederation, AAC는 모두 아프리카 육상연맹입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의 홈페이지만 들어가 보더라도 시기에 따라 AAC 와 CAA라는 명칭이 함께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