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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 특별사면과 평창 로비…삼성-파파디악 사이엔 무슨 일이? (풀영상)

▶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①] 삼성, IOC 위원 명단 담긴 '로비 리스트' 받았다

<앵커>

지난겨울 저희 취재진은 수상한 이메일 여러 통을 확보했습니다. 이메일에는 삼성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 IOC 위원들을 상대로 탈법, 편법 로비를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보도를 하기 전까지 솔직히 저희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국민적 자부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 또, 국익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반론들을 끊임없이 곱씹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진실은 불편하더라도 감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사안은 단지 한 특정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유착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라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결과를 위해서라면 편법과 탈법을 묵인하고, 그 과정의 공정성을 무시하는 시대를 이제는 더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SBS는 판단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하나씩 풀어드리기에 앞서 지난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된 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보신대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단독 특별 사면했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복귀해서 유치활동에 힘을 보태는 것과 올림픽 공식 주요 후원사인 삼성이, 편법, 탈법 로비를 위해서 회사의 자금과 조직을 동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IOC 국제올림픽위원회 규정상으로도 공식후원사 삼성은 특정 후보 도시 지원이 금지돼 있는데도 회사 자금과 조직을 동원해서 편법, 탈법 로비에 나선 겁니다.

특히 오늘(9일) 검찰의 이명박 전 대통령 공소장에도 삼성은 지난 2007년부터 4년 동안 뇌물을 제공하면서 2009년 말에 특별 사면을 받는 등 혜택을 누린 걸로 적시돼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 SBS가 취재한 특별 사면과 평창 올림픽, 정경유착의 은밀한 뒷거래에 대해서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2010년 삼성에 전달된 IOC 위원 27명의 이름이 담긴 비밀 리스트부터 보시겠습니다.

전병남 기자입니다.

<기자>

2010년 5월 7일, 이영국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사흘 뒤 회의 때 쓸 거라면서 내용 검토를 요청합니다.

'Confidential list' 즉 비밀 리스트라는 제목 아래 영문 이름이 빽빽하게 나열돼 있습니다.

모두 27명, 2010년 당시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 위원들로, 올림픽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발신자는 파파 마사타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자, 당시 아프리카 IOC 위원이던 라민 디악의 아들입니다.

라민 디악의 이름을 앞세운 명단에는 국제육상연맹 전 현직 임원들과 아프리카 지역 IOC 위원 12명을 포함한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의 이름이 적혔습니다.

라민 디악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IOC 위원들로 파악되는데, 삼성은 이 명단을 '디악리스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중간에 적힌 '프랑스가 진다면'이라는 문구, 평창의 경쟁 상대이던 프랑스 안시가 1차 투표에서 탈락하면 포섭할 수 있는 IOC 위원들이라는 뜻으로 추정됩니다.

이 리스트의 목적은 삼성 관계자 간 이메일 안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윤주화 경영지원실 사장에게 보고한 이메일입니다.

파파 디악과의 미팅 결과라면서 파파디악을 라민 디악의 대리인으로 세워 리스트 속 26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평창을 위한 로비 활동을 하는 게 라민 디악의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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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②] '로비자금'에 '성공보수'까지…삼성에 돈 요구한 파파디악

<앵커>

그런데 파파디악은 IOC 위원 27명의 명단만 삼성 쪽에 보낸 게 아니었습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후원금과 로비자금, 그리고 성공보수까지 노골적으로 요구했습니다. SBS가 이 돈의 전체 규모를 계산해 봤더니 정확히 얼만지 모르는 성공보수를 빼고도 약 1천2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0억 원이나 됐습니다.

계속해서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파파디악이 삼성 측에 IOC 위원 27명의 명단을 보내고 18일 뒤인 5월 25일, 파파디악이 당시 삼성전자 황성수 상무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제목은 Strictly Confidential, '절대적 기밀'이라며 보안을 강조합니다.

파파디악은 IAAF, 국제육상경기연맹과 삼성 간 후원 계약 액수를 제시합니다.

국제육상연맹 주관 대회인 다이아몬드 리그에 삼성이 2010년 250만 달러, 2011년과 12년 각각 350만 달러씩 총 3년간 950만 달러,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우리 돈 110억 원을 후원해달라고 합니다.

또 자신의 아버지인 라민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의 정치 홍보 자금 150만 달러, 약 17억 원을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이 돈은 자신의 컨설팅 회사와 사적으로 계약하자고 제안합니다. 떳떳한 돈이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파파디악은 나아가 2011년 1월부터 6월까지 '캠페인 비용' 150만 달러를 요구했습니다.

2011년 7월은 남아공 더반에서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 투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직전 6개월 동안의 로비 활동비를 의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단어가 있습니다. success fee, 성공보수입니다. 평창유치가 확정됐을 때 받는 금전적 대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파파디악이 요구한 돈은 금액을 명시하지 않은 성공보수를 제외하고도 1,250만 달러, 우리 돈 140억 원입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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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③] 삼성과 파파디악, 실제 '후원 계약' 이뤄졌나?

<앵커> 

파파 디악은 삼성에 올림픽 유치를 위한 로비 대상으로 추정되는 IOC 위원들의 명단을 넘겼고 동시에 약 14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요구했습니다. 

방금 보신 대로 콕 찍어서 국제 육상 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를 후원해 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삼성은 이런 요구를 과연 들어줬을지 정경윤 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국제육상연맹이 주관하는 다이아몬드 리그 영상입니다. 2010년 8월 파리에서 열린 대회 이름 앞에는 '삼성'이 붙어 있습니다. 

삼성 다이아몬드 리그.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육상 경기를 치르는데 경기장 곳곳에도 삼성의 배너가 노출됩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삼성 로고는 다이아몬드 리그에 이런 방식으로 등장했습니다. 

파파디악도 자신이 운영한 스포츠 컨설팅 회사 '파모찌'의 홍보자료에서 삼성이 이 기간 다이아몬드 리그의 타이틀 스폰서, 즉 대회 이름에 대한 권리를 갖고 경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높은 단계의 후원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파파 디악이 2010년 7월 30일 삼성 다이아몬드 리그 계약 성사를 홍보하는 이메일을 삼성 측과 공유한 걸로 볼 때 계약은 이즈음에 성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SBS의 취재에 세계육상연맹의 공식 파트너로서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후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끝내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파파디악이 요구한 대로 140억 원대의 돈이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특히 후원 규모를 물었지만 여기에 대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세부계약 내용은 계약 시 통상적으로 삽입되는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면서 스포츠 마케팅과 글로벌 사회공헌 차원에서 후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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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④] 디악 부자는 누구?…'적색 수배령' 아들·'뇌물 기소' 아버지

<앵커>

그렇다면 삼성이 거래했던 파파디악과 라민디악, 두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도 알아봐야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 두 사람은 국제 스포츠계 거물급 인사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걸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수사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특히 리우와 도쿄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이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파파디악의 뒤에는 아버지 라민디악이 있습니다. 세네갈 출신의 라민디악은 올해 85살로 1958년 프랑스 챔피언십에서 멀리뛰기 우승을 차지한 선수 출신입니다.

이후 세네갈 체육부 장관과 국회 부의장까지 역임하고 1999년에는 IOC 위원으로 선출됐습니다.

1999년부터 장장 16년간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었습니다. 라민디악의 위세를 등에 업고 아들 파파디악은 국제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진출합니다.

파파디악은 지난 2007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의 마케팅 컨설턴트가 됩니다.

'파모찌'라는 이름의 컨설팅 회사를 차려 국제육상연맹과 기업들 사이 후원계약의 대리인으로 나섰습니다.

지난 2015년 11월, 아버지인 라민디악은 뇌물을 받고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을 눈감아준 혐의로 프랑스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아들인 파파디악은 지난 리우 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를 도와주는 대가로 올림픽 유치위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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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⑤] 삼성 내부 이메일 139건 입수·분석…"법적 처벌 가능성"

<앵커>

전병남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전 기자, 넉 달가량 취재를 했다고 들었는데 보도의 근거가 된 이메일은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 건가요?

<기자>

2010년 당시 황성수 삼성전자 상무와 삼성 관계자들, 그리고 로비스트 파파디악이 주고받은 이메일 일부를 확보했습니다.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총 139건에 달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특검에서 삼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자료 중 일부입니다. 이 안에는 '디악리스트'로 이름 붙여진 IOC 위원의 명단부터 삼성의 후원계약과 로비활동, 자금 집행 계획 같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앞서, 삼성은 정식 후원 계약이라고 밝혔는데, 이게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파파디악이 삼성에 요구한 여러 후원계약 가운데, 오늘(9일) 저희가 전해 드린 건 국제육상연맹의 다이아몬드 리그인데요, 삼성 해명대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메일에 드러나 있듯이 문제의 본질은, 디악 부자가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요구한 것 중의 하나가 이 후원계약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겉모습은 정상적인 스포츠 경기 후원계약이지만 실상은 대가성 후원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삼성은 IOC의 '올림픽 탑스 폰서', 그러니까 올림픽위원회가 선정한 전체 올림픽 후원사입니다. IOC 윤리규정은, 이런 탑 스폰서의 특정 도시 유치 지원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자기 나라 도시라고 하더라도 지원 활동을 하는 게 IOC 윤리규정 위반이다. 그러면 법적인 문제는 어떻습니까?

<기자>

이건희 회장은 IOC 위원이니까 금전적 거래가 없는 한 평창 유치 활동은 개인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이 회장은 개인적으로 뛰는 척하고 실상은 회삿돈을 스포츠 후원금으로 포장해 로비 자금으로 가져다 썼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법률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정세형/前 평창올림픽 스포츠 중재 변호사단 : 이건 주면 안 되는 돈이니까, 회삿돈으로 줬다면 이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할 수도 있는 거죠.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디악이란 사람한테 부정한 청탁을 한 거니까. 그래서 배임증재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정리하면 부정한 청탁을 하며 돈을 건넨 '배임증재'와 이때 회삿돈이 갔으니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여기에 더해 IOC의 공정한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아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앵커>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도 들여다볼 소지는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전병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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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⑥] 숨기고 감추고…'로비 꾼' 에 넘어간 기업 자금

<앵커>

이제 저희 취재팀이 스스로 던졌던 질문을 시청자 여러분과 다시 한번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을 특별사면했습니다. 그렇다면 IOC 규정을 어기고 기업의 자금을 편법, 탈법적 로비에 활용하는 것까지 그대로 용인하고 묵인해야 할지 또 이런 활동의 대가로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되는 게 과연 정당한건지 SBS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삼성도 이런 거래들이 불법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든 후원 계약에서 삼성전자 본사와 파파디악의 존재를 숨기려고 한 흔적들을 이메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세영 기자입니다.

<기자>

삼성은 파파디악과 또 다른 후원계약을 추진하는 내내 삼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합니다. 황성수 상무도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윗선에 집중적으로 보고합니다.

'삼성이 직접 표면에 나타나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제일기획과 제 3자 계약 추진', '표면상 파파디악의 관여가 나타나지 않음' 최종 계약 직전에는 삼성과 라민디악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떻게든 디악 부자와 접촉한 사실을 지우려고 했습니다. 순수한 스포츠 발전을 위해 후원하는 기업 행동이라기엔 석연치 않습니다.

[연기영/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 : 아주 이렇게 자기들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했네요. 직접적인 거래가 아니고, 그런 우회적인 방법. 일종의 약간 세탁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

당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유치 활동을 돕지 못해 안타까웠다는 대외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실은 이 회장 개인 돈이 아닌 회사 자금이 IOC 위원 매수 로비에 쓰였다는 걸 삼성의 이메일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 회사 자금이 여러 올림픽 유치 도시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로비 꾼'에게 넘어간 걸로 추정되는 겁니다.

더군다나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 투표는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파파디악이 제시한 '리스트'의 IOC 위원들이 평창에 투표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어 '눈먼 로비'나 다름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김남성, 영상편집 : 위원양, CG :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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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⑦] 취재 피한 삼성 황성수 전 상무…이메일에 답한 파파디악

<앵커>

저희는 좀 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삼성과 디악 쪽 사이의 거래를 전담한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 바로 파파디악과 삼성의 황성수 전 상무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 여러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두 사람이 취재진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민경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메일 주소, 영문 이름 써니 황.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상무입니다. 파파디악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직접 만나기도 한 삼성의 IOC 로비 의혹 핵심인물입니다.

황 전 상무는 또 삼성의 '정유라 말 로비'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메일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근교에 있는 자택을 찾아갔습니다.

[(계신가요?) 누구 찾아오셨죠? (황성수 씨요.) 어디십니까?]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기자라고 밝히자 만남을 거절합니다.

[지금은 만날 수 없습니다.]

전화를 걸고 문자와 SNS로도 연락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취재 요청 편지도 보내봤지만 봉투째 기자에게 돌아왔습니다.

세네갈에 있는 파파디악에게는 먼저 이메일을 통해 연락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8년 전 삼성과 소통했던 개인 지메일 주소를 이용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유치 과정에 관여한 의혹에 대해 취재하고 있으며 입장을 듣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메일을 보낸 지 반나절만인 현지 시각 낮 1시쯤 답장이 왔습니다. 짧지만 의미심장했습니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 화가 난 듯한 표현을 써가며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거듭 인터뷰를 요청하자 자신의 얘기는 듣지도 않고 하는 말들은 불명예스럽다면서 질문을 미리 보내면 인터뷰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은 IOC 위원들에게 평창 지지를 설득한 적 있는지 삼성과 도움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파파디악은 질문지를 받고 나서부터는 답이 없습니다. 황성수와 파파디악 사건 실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완전히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유미라, 화면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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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사면, 은밀한 뒷거래⑧] 디악 부자와의 '검은 거래'…이건희 특별사면 대가?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한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핵심 인물인 파파 디악과 라민 디악 부자는 다른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도 뇌물 받은 혐의가 드러난 인물 아닙니까? 삼성이 이들과 검은 거래를 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유치전을 펼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원포인트 특별사면과 복권을 받을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치주의 파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평창올림픽 유치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의 조건으로 사실상 내걸었기 때문에 이 회장 입장에서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서는 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즉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은 잘한 일이다'라고 정당화하기 위해서 무리한 로비를 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앵커>

2010년, 2011년 당시 분위기를 돌이켜보면 당시 평창 3번째 도전이니까 꼭 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유치 열기가 뜨거웠었는데 그랬던 만큼 삼성에서도 국익을 위해서 한 일이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지 않나요?

<기자>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요,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10년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시절 2007년에도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을 벌입니다. 그런데 당시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강청완 기자의 리포트를 보고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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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두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지난 2007년, 삼성은 이때도 아프리카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 즉 아노카와 후원 계약을 추진합니다.

아노카 측이 먼저 3백만 유로, 우리 돈 39억 원의 후원금을 요구하지만, 결국엔 30만 달러, 2억 8천만 원가량의 집기 제공으로 잠정 합의했고 이마저도 결국 무산됩니다.

[엘리자베스 엠마나/ANOCA 공보이사 : 삼성과 논의한 적은 있습니다. 다만, 아무런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3년 후인 2010년 파파디악과 협상할 때 삼성은 정반대 모습을 보입니다.

시종일관 저자세로 디악 부자와 무려 140억 원 규모의 후원협상을 진행합니다.

그러면서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후원금 계약을 맺는 데만 몰두합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유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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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후원한 액수나 협상 태도를 봐도 확실히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때 차이가 느껴지네요.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은 삼성 총수 이건희 회장이 원포인트 특별사면을 받은 직후입니다. 또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2013년 봄까지 3년여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은 노무현 정부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상태였습니다.

올림픽 유치라는 목표는 같은데 삼성의 이런 태도 변화, 순수한 국익을 위한 희생으로 볼 수 있을지 의혹이 남는 대목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삼성이 당시 이명박 정부에게 뭔가 바라는 점이 많았다 이런 부분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오늘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삼성이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는 동안 이건희 회장이 특별사면 등 혜택을 누렸다는 겁니다. 권력과 삼성 간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구조가 존재했다는 걸 검찰도 인정하는 대목입니다.

저희가 오늘 전한 특별사면과 삼성의 은밀한 움직임 역시 권력이 아쉽고, 가려운 걸 자본이 긁어주고, 자본은 그 대가로 원하는 혜택을 얻는 정경유착의 한 고리라고 생각됩니다.

<앵커>

이 부분이 SBS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기도 하고요, 앞서 보도를 보면 파파디악이 삼성 쪽에 국제육상연맹 후원계약 말고도 따로 정치자금이나 성공보수 이런 것도 요구했단 말이에요?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 아닙니까?

<기자>

전해 드릴 내용이 참 많습니다.

이 정치자금과 성공보수를 건네기 위해 삼성과 파파디악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갔고, 허울 좋은 계약으로 어떻게 포장했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취재했는데요, 내일 이어서 보도하겠습니다.

<앵커>

내일도 오랫동안 취재한 내용 기대하겠습니다. 이한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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