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이대목동병원, 과연 열악한 의료 현실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안상우 기자 ideavator@sbs.co.kr

작성 2018.04.09 16:16 수정 2018.04.09 17:1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대목동병원, 과연 열악한 의료 현실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잇따라 아이들이 숨지지 않았다면"

이대목동병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없었던 유족들의 상실감과 후회를 마주할 때마다 그랬습니다. 하루는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기자님, 만약 우리 아이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숨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리는 이 사고가 균 감염에 의한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요?"

이게 무슨 뜻일까? A 군(첫 번째로 심폐소생, 두 번째로 사망)이 숨질 때만 해도 A 군의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너무 약하게 태어나 이렇게 곁을 떠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의료진 역시 '원래 NICU(신생아중환자실)에 있는 아이들은 약하기 때문에 손 쓸 수 없이 숨질 때도 있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각 다른 신생아의 부모님도 황급히 신생아 중환자실로 찾아왔고,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A 군의 부모님은 '저 아이도 우리 아이와 똑같이 약하게 태어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과 한두 시간 만에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네 번째 희생자까지 나오면서 유가족들은 그제야 병원 측의 해명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신생아들이 시간을 두고 서로 다른 시기에 숨졌다면 유족들은 병원 측의 해명을 그저 납득해야 했을 겁니다. 희생자와 유족만 남긴 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갔을 거란 의미입니다.

● 이대목동병원의 명백한 과실, '분주'

사건은 우연하게 밖으로 드러났을지 몰라도 그 이면엔 이대목동병원의 명백한 과실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이대목동병원에서 일어난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의료진의 투약실수나 어떤 병원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균 감염이 우연하게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4명의 신생아가 잇따라 숨졌습니다. 국과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거쳐 4명의 신생아는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실제로 숨진 아이들 모두 지질영양제를 정맥을 통해 혈액으로 공급받고 있었는데, 숨진 아이들에게 지질영양제를 투여했던 주사기 등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발견됐고, 숨진 아이들의 혈액에서도 동일한 균이 발견된 겁니다. 당연히 경찰은 지질영양제를 신생아들에게 투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경위로 균 감염이 일어났는지를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사용 신생아 주사제, 미국 FDA 미숙아 사망위험 경고이대목동병원은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 1병을 신생아 5명에게 나누어 투여했습니다. 이처럼 한 병의 영양제를 여러 명의 환아에게 나누어 쓰는 이른바 '분주' 행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됩니다. 첫 번째로 균 감염 위험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수사기관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의 내용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분주를 하지 않으면 굳이 주사기에 나누어 담을 필요 없이 1병을 그대로 환자의 중심정맥관에 곧바로 간편하게 연결하여 투여하거나 1병에서 주사기 1개에만 소분하여 투여하면 간이함에 반하여, 분주를 하면 1병에서 여러 개의 주사기에 나누어 담아야 하기 때문에 수액세트, 3-way 등을 연결하고 주사기를 3-way(3-way에 연결된 니들리스 락킹캡)에 꽂아 지질영양제를 뽑아낸 후 주사기 입구를 ('18게이지 니들'로) 막았다가 다시 투여용 수액세트를 연결하는 등 불편하고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감염관리 차원에서도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사제 준비 및 투여과정에서 의료진의 불필요한 접촉횟수를 줄여야 하는바, 분주를 하는 경우에는 그 분주 과정에서 다수 접촉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오염가능성이 분주를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하여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구속영장 중-

보다 정밀한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긴 내용을 인용해 봤습니다만 핵심은 분주를 하게 되면 영양제를 준비하고 투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접촉 횟수가 높아져 균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스모프리피드 지질영양제는 한 병에서 아무리 적은 양을 뽑아 썼다고 하더라도 남은 양은 균 감염을 우려해 전량 폐기해야 합니다. 실제로 스모프리피드 제조사의 사용지침에도 한 번 사용하고 남은 액은 버려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대목동병원의 분주 관행의 두 번째 문제점은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한다는 점입니다. 이대목동병원이 사용하는 스모프리피드 한 병의 용량은 500ml입니다. 그런데 신생아들에게 투여되는 양은 한 번에 0.4CC~1.0CC에 불과했습니다. 즉, 500ml 한 병에서 극히 적은 양을 뽑아낸 다음 나머지는 사용하지 않고 다 버려야 했던 것이죠. 너무 아깝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여러 번 나눠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병원 측이 지질영양제 한 병 가운데 얼마를 사용하다 버리든 관계없이 한 병 전체에 대한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했을 때 비용 등의 문제로 영양제 한 병을 여러 명의 환아에게 나눠서 사용하는 비위생적 의료행위를 미연에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은 이러한 제도적 배려를 오히려 악용했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대목동병원이 1병의 영양제를 5명에게 나눠 써 놓고는, 보험금 청구를 할 땐 마치 각각의 환아에게 1병씩, 5병을 사용한 것처럼 비용을 청구하려 했다는 점을 확인한 겁니다. 분주 관행에서 파생된 두 가지 문제점을 종합해보면, 이대목동병원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라는 비위생적인 뿐더러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에 매몰돼 감염 관리 의무를 외면한 결과 균 감염에 의해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25년간 묵인된 분주 관행

분주 관행의 문제점을 파악한 경찰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이러한 분주 관행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 의해서 유지되고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5년, 10년도 더 된 기록들을 검토해야 했고,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참고인들을 불러 시간이 오래 걸려도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분주 관행은 이대목동병원이 개원했던 1993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경찰은 확인합니다. 분주 관행의 뿌리를 찾기 위해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겁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개원 당시 초대 신생아중환자실장은 바로 이번에 구속된 피의자 박 모 교수입니다. 구속영장에도 명시돼 있고 이대목동병원 관계자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인했지만, 박 모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과 관련해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교수입니다. 또한 숨진 신생아들의 주치의이자 사건 당시 신생아중환자실장인 조수진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이대목동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해 지난 2010년 3월부턴 신생아중환자실의 임상(부)교수로서 피의자 박 교수와 함께 번갈아 가면서 주치의를 맡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경찰은 박 교수와 조 교수가 분주 관행을 폐지시켰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오히려 분주 관행을 시작하고, 유지시킨 장본인이라 봤습니다.

"지질영양제 1병을 분주 하는 관행은 피의자 박 모 교수가 이 사건 병원에 입사한 1993년(이 사건 병원 개원시점)부터 이 사건 발생 시까지 계속되어 왔다. …박 교수, 조 교수는 비록 환아에게 실제로는 매일 지질영양제를 투여하고 있었음에도 보험청구가 삭감이 되지 않게 하려고 처방받은 다른 아이의 지질영양제를 나누어 사용하게 했다." -구속영장 중-

특히 지난 2010년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대목동병원은 2010년부터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을 통과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합니다. 이때 이대목동병원의 NICU도 '처방전 내용과 투약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JCI 기준에 따라 '투약할 때마다 1회 1병'으로 처방내용을 변경했습니다. 한 마디로 분주를 금지한 겁니다. 따라서 박 교수와 조 교수는 신생아들에 지질영양제를 처방하는 전공의들에겐 이런 변경 내용에 대해 교육했습니다. 그런데 영양제를 준비하고 투여하는 간호사 사이에선 여전히 분주관행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두 교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간호사들을 상대로 시정 조치를 지시한 적도 없고 오히려 분주 관행을 묵인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분주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대목동병원 스스로 포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두 교수는 처방 단계에서만 분주를 금지시키고, 투약 단계에선 여전히 분주가 이뤄지도록 묵인하고 방치했습니다. 그 덕분에 한 병을 몇 번을 나눠 쓰든 그 횟수만큼 처방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부풀려 받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실제로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010년부터 처방된 지질영양제의 수만큼 보험을 청구했고, 심평원에선 삭감 없이 청구한 만큼 보험금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 단순히 열악한 의료현실의 문제였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을 취재하며 여러 반론들에 직면했습니다. 반론들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열악한 의료현실과 구조 속에서 우리 의료진들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열악한 현실 속에서 발생한 균 감염의 문제를 의료진 몇 명의 문제로 치환시켜 책임을 묻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오히려 의료진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신생아 감염 경로, 의료진 손, 의료진, 중환자실만약 우리의 문제제기가 '대형종합병원이라면 당연히 병원 자체를 무균 상태로 관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NICU에서 균이 나오냐' 혹은 '어쨌든 병원 내에서 균 감염 문제가 발생했으니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의료진이 모두 책임져라'식의 물음에 그쳤다면, 그리하여 의료진에게 감염 문제와 관련한 무한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 의료계의 반론은 수긍할 만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문제제기는 전혀 다릅니다. 분주라는 하지 말았어야 할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이 분주 관행을 25년간 묵인하고 방치해 사망사건을 초래한 구조적 책임에 대한 물음입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분주라는 비정상적 의료행위를 멈췄다면 신생아들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의료진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운운한다면, 동어반복을 통한 책임회피라 할 수 있습니다. '분주 역시 어디에나 있는 열악한 의료계 현실의 한 단면'이라 주장한다면, 이는 이윤에 눈이 멀어 환자를 얼마든지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고 싶은 의사는 그저 환자를 아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지금의 의료계가 스스로의 과실을 회피하고 감추려 드는 전문가들이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