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해 보도한 뒤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용기를 내 본인의 피해사실을 폭로한 이태경 작가에 대한 비방 글이 이곳 저곳에 올라왔다. 이 씨가 그린 만화 중 일부가 성인물이라며 내용이 '토 나올 것 같다', '이런 만화를 그리니 그런 일을 당한다' 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엉뚱한 여성이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람으로 지목되어 신상을 털리고, 각종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마 '(받은글)' 이라고 제목이 붙어 돌아다니는 김지은 씨에 대한 음해성 사설정보지를 주고 받은 사람들이나 이태경 작가에 대한 비방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 그리고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각종 욕설을 내뱉은 사람들 모두 본인들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달 초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는 2차 피해에 대한 각종 대책들을 쏟아냈다. 문화예술분야에서는 2차 피해가 파악되면 행정감사 등을 하고, 보건의료분야에서는 2차 피해가 일어날 경우 의료기관에 과태료를 물리고, 사업장에서 피해자가 해고 될 경우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사이버모니터링 팀을 가동해 피해자에 대한 악성댓글을 상시 모니터링 하고 포털에 요청해 댓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악성 사설정보지에 대한 대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해자를 특정해 필요하면 구속수사까지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들은 2월 12일 처음으로 1차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로부터 또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그 안을 내놓는 자리에서조차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은 "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신고 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데이터베이스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감독 관리하면서 임시 대책 이후에 피해자들이 잊혀 지거나 2차 피해 발생하는 것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대책은 중장기 대책이라 더 논의 필요하겠지만,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성평등 문화 확산하는 것도 2차 피해 확산하는 방법. 이 부분은 더 보완해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라고 답했다. 미투 폭로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되고, 피해자는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하는데 도대체 언제쯤 보완 대책이 나올까. 지금 내놓은 2차 피해 방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완 대책이 나오더라도 시행은 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미투를 외친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려던 누군가가 다시 그 용기를 접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