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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숨 쉬는 데도 돈 내야 하는 사회

생수 값 뛰어넘는 마스크 값

생수 (사진=연합뉴스)
우리에게는 아직도 물은 공짜라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식당에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물컵과 물부터 주는 게 당연합니다. 만약 식당에서 물값을 받겠다면? 영업을 포기한 걸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 물에도 질이 있습니다. 좀 더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데 우리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휘발유 1리터에 평균 가격 천 550 원, 생수 0.5 리터에 800원. 이미 기름보다 물이 비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럽의 빙하를 녹여 '핑크빛' 물통에 담은 어떤 생수는 한 병에 휘발유 2리터 값도 넘습니다. 물론 그 핑크빛 생수통 자체가 과시효과, 즉 베블런 효과를 내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맑은 물에 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그만큼 맑은 물의 희소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미세먼지, 마스크, 가격
물처럼 공기도 당연히 공짜라고 여겼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숨 좀 제대로 쉬려면 만만치 않은 대가를 내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는 게 일상이 된 요즘,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습니다. 특히 65살 이상의 노인들과 어린이들에게 미세먼지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65살 이상 남성의 3분의 1이 만성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노인들은 미세먼지에 취약한 상황입니다. 어린이들 역시 성인에 비해 호흡기가 약할 수밖에 없어 마스크 착용이 필수입니다. 물론 성인들도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얼마나 입자가 더 작은 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느냐에 따라 KF80에서 KF94까지 번호가 정해진 보건용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개당 가격은 2천 500원 안팎입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만원 가량에 구매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 마스크가 사실상 '일회용'이라는 겁니다. 세탁을 하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재사용할 수 없고, 하루 8시간 이상 착용했다면 역시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재사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매일 한 사람에 2천 500원꼴의 돈이 들어가는 겁니다. 성인 한 명이 하루 1.5리터의 물을 마실 경우 이 만큼 생수를 사려면 2천 400원이 필요합니다. (유럽 빙하 녹인 '핑크빛' 물통 생수는 제외) 결국 제대로 숨 쉬는 비용이 이미 하루 종일 생수를 사서 마시는 비용과 맞먹는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경제학을 전공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경제학 원론 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는 경제학의 출발점은 자원의 희소성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희소성의 정도에 따라서 가격이 정해진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돈 주고 사야 하는 물건과 세상에 널리고 널려서 공짜로 쓸 수 있는 물건 또는 서비스를 나누면서 한 얘깁니다. 이 중 세상에 널리고 널린, 공짜의 대표 상품이 바로 '공기'였습니다. "우리가 공기는 돈 주고 사지 않잖아요? 이런 걸 '자유재'라고 합니다." 다행히 이 교수님은 정년 퇴직을 하셔서 이런 강의를 하실 일이 없지만 요즘 교수님들은 자유재, 즉, 공짜의 대표 상품으로 어떤 걸 예로 들지 궁금해집니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마스크 선택법
우리 정부도 더 이상 숨 쉬는 게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건용 마스크 판매량은 2010년에 비해 지난해 60배가 늘었습니다. 2010년 5억 7천 만 원어치 팔리는데 불과했던 보건용 마스크가 2017년에는 무려 337억 원어치가 팔린 겁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건 역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입니다. 공과금 내는 것도 빠듯한 상황에서 숨 쉬는 데도 돈이 들어가다 보니 생활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마스크 살 돈 아끼고 미세먼지 좀 마시겠다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숨 쉬는 데도 빈부격차가 생기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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