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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약촌 오거리 사건 누명 피해자는 어떻게 살고 있나?"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3월 27일 (화)
■ 대담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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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 피해자 무죄 입증 예상… 사필귀정
- 두 아이 아빠 된 피해자에게 당당하게 살라고 얘기해
- 당시, 강도범 안 잡히고 살고 있다는 첩보 받아
- 친구의 진술 사실적이었고 진범도 쉽게 자백
- 당시, 이유 모른 채 갑작스럽게 파출소로 발령…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 피해자, 형사보상 전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워
- 결혼도 하고 보통 사람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 옥살이 후 구멍가게에서 물건도 혼자 못 사
- 금전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트라우마 치료도 필요
- 냉소적이던 피해자, 처음엔 재심 청구도 달가워하지 않아


▷ 김성준/진행자:

18년 전에 당시 16살 소년이 한 택시 기사를 흉기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됐습니다. 결국 이 소년 최 씨는 징역 10년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진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접수되면서 반전이 일어나죠. 사건은 재심에 들어갔고, 재심 1심에서 최 씨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진범이 체포됩니다. 그 유명한 약촌 오거리 사건입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27일) 대법원이 이 진범에게 15년형을 원심대로 확정하면서 최 씨는 완전히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먼저 진범을 체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예.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2003년에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따로 받으셨고. 그러고 나서 15년 만에 최 씨의 무죄가 입증된 건데. 오늘 대법원 확정 판결 소식 들으시면서 심경이 어떠셨어요?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예상을 했었죠.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요. 사필귀정이라고 할까요.

▷ 김성준/진행자:

사필귀정. 누구보다도 원래 범인으로 체포돼서 10년 만기 출소했던 최 씨가 반장님께 참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 같은데. 연락은 받으셨습니까?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아직 연락 못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세요? 그 사이에 연락을 나누시거나 그런 건 있으셨겠죠?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가끔 있었죠.

▷ 김성준/진행자:

주로 어떤 말씀을 나누셨나요?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이제는 당당한 가장이고. 두 아이의 아빠가 돼있기 때문에. 그래서 항상 당당하고 멋지게 살라고 얘기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2003년에 확보하신 건데. 그 때 그 첩보가 어떻게 확보된 겁니까?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그 때 당시에 제가 강력팀장을 하면서 택시 강도 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어요.

▷ 김성준/진행자:

이 건과 다른.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예. 다른 거죠. 익산에 택시 강도를 하고 안 잡히고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받고 내사를 시작했던 거죠. 그랬는데 저희 사건과는 관계없이 유사한 사건이더라고요. 그런데 더 난감한 것은 이미 형을 확정 받아 3년째 살고 있는 범인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갈등을 불러일으킨 거죠.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그 당시에도 이미 형을 3년이나 살고 있는 최 씨가 진범이 아니겠다는 확신 또는 최소한의 의심이라도 있었으니까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셨던 것 아니겠습니까?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내사를 좀 구체적으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해서 진범이 맞다. 그런 확신이 안 들었으면 수사를 못하죠.

▷ 김성준/진행자:

진범이라는 확신은 특히나 어떤 점에서 진범이라고 확신하게 되셨나요?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숨겨졌던 가장 친한 친구의 진술. 그게 너무 사실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죠. 그리고 그 친구의 진술을 토대로 해서 가서 검거를 했는데. 쉽게 자백을 하고 입증을 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당시 수사할 때 얘기를 들어보면 한참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파출소 발령을 받았다. 이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갑자기 발령이 난 것도 난 것인데. 좀 의외예요. 발령이 나면 하루나 이틀 전에 발령 나는 게 보통 통상적인데. 다른 사건을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 도중에, 책상에 앉아있는 저를 바로 보따리 싸고 가라고 해서 나간 거죠.

▷ 김성준/진행자:

그건 왜 그랬는지에 대한 진실 규명은 차후에 됐나요?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쉽게 밝혀질 수 있는 사항은 아니겠죠.

▷ 김성준/진행자:

이미 앞서서 최 씨를 수사해서 형사 처벌을 받게 만든 다른 경찰이 있는데, 다시 진범 수사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그 때는 검찰 측에서는 계속 한 마디로 얘기해서 수사를 중지해줄 수 없겠냐는 메시지가 있었죠. 쉽게 얘기하면 공식적으로 내놓고 수사하지 마라,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수사 지휘라고 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암암리에 그런 게 있었는데. 제가 끝까지 그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까 아마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도 없잖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제가 파출소로 발령난 원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것은 확인이 안 되고. 어쨌든 이런저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수사하셔서 진범을 잡아내고. 또 억울한 피해자가 뒤늦게나마 명예 회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것에 대해서 대단히 큰 일 하셨다는. 저희로써도 오늘 최종 확정된 것을 축하드리겠습니다.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건 진범 수사):

네. 고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약촌 오거리 사건의 진범을 수사했던 황산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의 말씀을 들었고요. 곧바로 이어서 최 씨의 변호를 맡아서 재심을 청구해 결국 무죄를 받아낸 박준영 변호사를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오늘 최종 판결 18년 만에 최 씨가 누명을 완전히 벗게 된 날인데. 오늘 통화는 해보셨나요?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오늘 통화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떤 대화를 하셨나요?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몸살이 좀 있어서요. 목 상태도 안 좋아서 결과 얘기해주고, 그렇게 소감까지 물어본다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가볍게 통화하고 끊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까 황산만 전 형사반장님 말씀 들어보니까 지금 아이 둘 낳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하던데. 최 씨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고요. 형사보상을 받기 전에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형사보상 결정이 있고 보상금으로 집도 사고, 경제적인 부분의 문제점도 많이 해결하고. 보통 사람과 같이 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살려고 노력한다는 말씀에서 느끼는 게.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초중반까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생활을 했던 것 아닙니까? 그게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일상에서도 극복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맞습니다. 15살에 들어갔고 10년을 살다 보니까. 옥살이 하고 나와서 동네 구멍가게 가서 물건도 혼자 못 샀다고 합니다. 감옥 생활이라는 것이 밖에서 문을 열어줘야 나갈 수 있고, 또 밥도 넣어줘야 먹을 수 있는 수동적인 삶이거든요. 그런 생활을 10년 이상 했고. 또 가장 중요한 시기를 거기서 보내다 보니까. 그 트라우마가 정말 심한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시간이 좀 걸리겠죠?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예.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실은 변호를 하면서 약을 먹고 자살 시도까지 했었거든요. 국가가 돈을 통해서 억울한 분에게 피해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트라우마 치료와 관련된 부분도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게 훨씬 더 중요하겠죠. 사실. 애초에 최 씨에게 재심 청구를 해보자고 변호사님이 제안을 하셨던 거죠?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저도 SBS 이대호 기자라는 분을 통해서 사건을 소개 받고, 재심을 한 번 해보자고 설득하러 갔었는데. 도와주겠다고 다가서는데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진범이 잡혔다고 해서 나갈 줄 알았는데, 자기는 계속 가둬놓고 진범을 무혐의 처리하는 상황을 경험했는데 어떻게 세상을 신뢰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아주 냉소적이었죠. 그러다가 조금씩 신뢰를 쌓고 설득을 해서 갔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것보다 앞서서 말이죠. 제가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사실은 최 씨에 대한 1심, 2심 재판에서 증거도 지금에 와서 보면 굉장히 부실하고. 자백에 많이 의존해서 1심, 2심 판결이 내려졌었는데. 보니까 대법원 상고심을 포기했더라고요.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주변에서 이건 상고해봤자 필요 없다, 소용없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1심에서 15년을 받고 2심에서 다퉈보려고 했는데 당시 국선 변호인도 조금이라도 깎으려면 인정해야 한다고 해서 사실상 인정해서 5년을 깎았거든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다시 다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본인도 깨달은 것이죠. 그게 좀 많이 안타깝죠.

▷ 김성준/진행자:

수사 같은 게 잘 됐었다면 오히려 피해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뒤늦게라도 명예 회복이 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 약촌 오거리 사건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이것도 변호사님이 관여하셔서 진범이 밝혀졌죠?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제가 관여는 했는데요. 어찌 보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많이 보도해줬고요. 그 PD님, 작가님들 고생 많이 하셔서. 여러 자료들을 많이 수집해 주셨습니다. 삼례 사건 같은 경우에 기록 자체가 파기돼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록을 참고해 찾아 저희에게 건네주셨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이게 99년에 벌어진 일인데. 삼례 나라슈퍼라는 곳에서 집주인이 질식사한 사건. 19살짜리 청소년 한 명을 포함해서 세 명이 체포됐고 아주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이었는데. 절도 전과도 있었고. 그래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고, 재판은 일사천리로 지속됐고. 이것도 하마터면 세상 밖으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뻔 했던 사건이네요.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그 사건도 진범이 따로 있는 사건인데도 진범의 자백을 다 묵살해버리고, 그 친구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끔 만든 사건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게 말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진실을 밝혀야 되는 억울한 사건들 계속 추적하실 거죠?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제게 주어진 사건들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서 하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이 누명을 벗게 된 최 씨. 지금 형사보상금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그 트라우마에서 회복돼서 가족과 함께 정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준영 변호사 (사건 피해자 변호인):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약촌 오거리 사건을 재심 청구했던 박준영 변호사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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