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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0살 맏형, '13번째 플레이오프'서 마지막 불꽃 태운다!

프로농구 DB 김주성 "Again, '02-03'을 꿈꿔요"

[취재파일] 40살 맏형, '13번째 플레이오프'서 마지막 불꽃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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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가 오늘(28일)부터 시작됩니다. DB와 SK, KCC, 인삼공사 4개 팀, 60명의 선수 모두에게 플레이오프는 큰 의미가 있겠지만, 이번 ‘봄 농구’를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DB 김주성에게는 자신의 13번째 플레이오프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16년 프로 생활에 화려한 마침표를 준비하고 있는 40살 베테랑을 만나 마지막 플레이오프를 앞둔 각오와 지난 농구 인생에 대해 들었습니다.

● 데뷔와 함께 우승···새로운 역사의 시작
2002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삼보에 입단한 김주성
2002년 1월 29일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원주 삼보가 1순위 지명권을 뽑자 전창진 감독과 최고참 허재 선수는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습니다. 전창진 감독은 망설임 없이 중앙대의 김주성을 선발했고, 허재는 밝게 웃으며 “김주성 선수가 왔으니 마음먹고 있던 은퇴는 미루고 이번에는 말로만 하던 우승을 꼭 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김주성은 데뷔 첫해부터 감독과 선배의 기대에 100% 부응했습니다. 2002-2003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17.04득점에 8.7리바운드로 신인상을 거머쥐었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활약을 이어가며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최강 동양(現 오리온)을 꺾고 삼보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김주성> 
모든 감독과 선배님들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전창진 감독님과 허재 선배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 감독은) 저의 첫 번째 스승님이었고, (허재는) 형님이자 선배님이었기 때문에 그 두 분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첫 시즌 챔프전 때는 오리온이 워낙 강팀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삼보 우승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이겨냈잖아요. 아마 그 때 평가가 10명이면 뭐 8대 2로 오리온의 우승을 꼽는 정도 됐을 거예요.


김주성은 이내 KBL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데뷔 2년 차인 2003-2004시즌에는 평균 18.35점을 몰아치며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데뷔 이후 14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16시즌 동안 5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13번의 플레이오프 진출, 7차례 챔피언 결정전 진출과 3차례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흔들림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친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주성>
제가 이렇게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건 인복 때문인 것 같아요. 좋은 감독님들 만나고 좋은 동료들을 만난 덕분이죠. 또 원주라는 특정 지역에서 잘 보호 받았다는 느낌입니다. 좋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심하게 다칠 것도 적게 다치고, 적게 다칠 건 더 약하게 다쳤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어차피 몸무게(힘)로 운동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평소 훈련 때 무거운 걸 드는 것보다는 내 몸에 맞게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집중했어요. 키가 크기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지면 넘어질 때 잘 다치거든요. 그래서 다치지 않기 위한 그런 훈련을 꾸준히 잘 했던 것 같습니다.


● 기록의 사나이 "기록지는 보지도 않았어요"
정규경기 우승 후 헹가래 받는 김주성
김주성은 16시즌 동안 숱한 기록도 세웠습니다. 2003-2004시즌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블록슛 1위에 오르는 등 2차례나 용병들을 제치고 블록슛 타이틀을 차지했고, 2008-2009 시즌에는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와 올스타전, 챔프전까지 MVP를 휩쓸며 ‘MVP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정규경기 출전(742경기, 주희정에 이어 2위)과 통산 득점(10,288득점, 서장훈에 이어 2위) 통산 리바운드(4,425개, 서장훈에 이어 2위)는 모두 2위에 올랐고, 통산 블록슛은 2위 로드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압도적인 1위(1,037개)를 차지했습니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기록을 세웠지만, 정작 본인은 선수 생활 대부분 기간 기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주성>
어려서부터 저는 공격적인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 했었고 실제로 그런 선수기 때문에 Stat.(기록)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내가 몇 득점을 하고 몇 리바운드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16년을 (프로생활) 하면서 실제로 기록지를 본 게 10번도 안 될 거예요. 정말 기록지를 본 게 기억이 안 나요. 저는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팀이 이기면 되는 거거든요. 제가 0점을 넣어도 팀이 이기면 되는 거고, 그럴 때 내가 수비를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하지만, 기록에 무관심하던 본인도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는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주성>
저도 사람인지라 마지막에는 기록이 신경 쓰였어요. 어렸을 때는 기록이란 걸 신경 안 쓰다가 마지막에 오니까 기록이 쌓여서 ‘어, 조금 있으면 10,000득점이고, 조금 있으면 1,000 블록슛이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더 스트레스받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기록에 대해서 신경을 썼으면 기록 수립을 앞두고 무덤덤하게 갔을 텐데, 신경을 안 쓰다가 갑자기 10점 남고, 2점 남고 하니까 빨리 해버리고 싶어서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요. 또, KBL의 대부분 기록은 장훈이 형, 서장훈 선배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한테 값진 기록은) 그래도 제가 ‘숫자 1’을 가지고 있는 1,000블록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록슛 기록이 특별하고, 블록슛이 좋은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김주성>
블록슛은 3점슛이나 덩크슛 할 때보다 좀 더 쾌감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앞에 상대 선수를 놓고 맞대결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따라가서 블록하고, 상대의 길을 잘라가면서 블록하는 것들이요. 그건 수비를 전체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블록슛이 좀 더 좋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또, 제가 상대 속공 상황에서 뒤따라가서 블록슛 한 적이 좀 많이 있거든요. 그런 블록슛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솔직히 포기할 수도 있는데, 포기하기 싫고 한골이라도 막고 싶었던 그런 의지가 몇 미터 뒤에서 따라가서 블록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요.


● 주연에서 조연으로…식스맨으로의 변신
DB의 새로운 에이스 버튼과 대화하는 김주성
하지만, KBL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주성도 세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한국 나이로 올해 40살이 된 김주성은 특히 덩크슛을 할 때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김주성은 올 시즌 두 차례(12월 7일 전자랜드전 속공 덩크, 올스타전 앨리웁 덩크) 덩크슛을 터뜨렸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김주성>
(전자랜드전 덩크는) 시즌 초반이어서 가능했어요. 뭔가 상황이 긴박하고 분위기가 오를 때여서 힘이 좀 난 것 같아요. 그리고 올스타전 때 덩크는 정말 쥐어짜서 한 것 같아요. 올스타에 못 뽑힐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팬들이 뽑아주셨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는 거예요. 계속 밖에서 슛만 쏘기는 그렇고.. 그래서 제 덩크슛이 멋이 없더라도 한 번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쥐어짜서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올스타전 덩크) 그 이후로 무릎이 너무 아파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어요.


점차 세월의 무게를 실감한 김주성은 올 시즌 화려한 주연이 아닌 묵묵한 조연의 역할을 택했습니다. 리빌딩을 준비하는 팀을 위해 ‘식스맨’으로 뛰라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데뷔 15시즌 동안 한 번도 20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던 평균 출전 시간은 12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주성은 오히려 식스맨으로의 변신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김주성>
(후보 선수로 뛰는 게 싫지 않았냐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솔직히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어요. ‘제가 식스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감독님께서 ‘앞으로는 3쿼터나 4쿼터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신 걸 받아들이는 데 걸린 시간이 10초도 안될 정도로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제가 올해 1년밖에 식스맨을 안 해봤지만, (식스맨으로 뛰는 게) 많이 힘든 건 사실이었어요. 몸이 좀 풀렸다가 다시 굳은 상태에서 경기를 뛰고, 시간도 많지 않기 때문에 식스맨들이 코트에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되도록 (후보 선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거랑 몸으로 이해하는거랑 또 다르거든요. ‘이제까지 머리로 이해했다면 올 시즌에는 몸으로 차이점을 느끼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깜짝 반전···통산 5번째 정규리그 우승
올시즌 처음으로 식스맨상을 수상한 김주성
연봉을 절반 이상 삭감(지난해 연봉 4억 5천만 원 → 올시즌 연봉 2억 원)하고 후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린 최고참은 음지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했습니다. 평균 12분만 뛰면서도 5.26득점에 2.1리바운드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고, 10월 25일 KT전에서는 결승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개막 초반 5연승을 견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꼴찌 후보로 꼽히던 DB는 대반전을 만들었습니다. 김주성과 윤호영 대신 두경민과 버튼이 팀의 중심이 되고 김태홍, 서민수 등 만년 후보들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코트를 누비면서 정규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깜짝 성적을 거뒀습니다. 

<김주성>
(1위의 비결은) 믿음인 것 같아요. 믿음.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열심히 한만큼 게임을 뛰게 해주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그게 정말 지켜졌을 때 그 믿음에 선수들이 보답하기 위해 하고자 하는 의욕과 절실함을 보였어요. (이전에는 정규리그) 54게임 중에 10게임 정도 뛰고 (경기당) 1분 뛰고 2분 뛰고 그랬던 친구들이 '아! 이거 내가 실수해도 뛸 수 있구나, 뛰게 해 주는구나' 라는 걸 느끼다 보니까 코트에서 폭발력이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올 시즌은 더욱 좋았어요. 다른 우승도 다 좋았지만, (이번에는) 하위팀의 반란이었거든요. 하위팀이라고 분류되더라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고, 후배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최하위 연봉에 있는 선수들이 우승을 했다는 그 자체가..
 
(올 시즌 DB 선수 15명의 전체 보수(연봉 +인센티브)는 삼성보다 6억 가량 적은 16억 9,880만원으로 전체 10개 구단 중 가장 적습니다.)

김주성은 덕분에 자신의 농구 인생에 기분 좋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김주성>
그동안 제가 (저한테 점수를) 박하게 줬거든요. 그런데 올해 보니까 85~90점까지 줘도 될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제 개인적으로는 60점 정도 주고 싶은데, 후배들이 20~30점을 채워준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85점, 90점을 주고 싶어요.


● '마지막 플레이오프'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며…
인터뷰하는 김주성
이제 마지막 플레이오프만 남긴 김주성은 마지막 힘을 짜내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DB를 우승 후보로 꼽은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을 만큼 아직 ‘언더독’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던 신인 때처럼 화려한 뒤집기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주성>
(강팀인) 오리온을 뒤집어서 이겼던 (2002-2003시즌 챔피언전) 그때 느낌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금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어서 (정규경기와는) 다른 전략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지만 또 힘든 부분을 이겨내고 싶어요. 플레이오프에서 당연히 통합 우승을 하는 게 우리의 목표고 플레이오프에서 우리 선수가 MVP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선을 다 할 거고 좀 더 재밌는 경기, 멋있는 경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통산 4번째이자 선수 생활 마지막으로 챔피언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김주성>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냥 바닥에 누워서 울겠죠. 진짜 이거는 뭐 상상을 해도 막 떨려요. 몸이. 우승했다고 치면 지금도 몸이 떨려요. 처음과 마지막을 같이 우승한다는 자체가.. 어우, 소름 끼치는데요.


KBL의 전설은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긴 뒤, 농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김주성>
경기를 뛰든 못 뛰든 자신감을 잃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프로선수가 됐다는 것 자체가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이거든요. 프로에 있는 모든 선수는 백지 한 장 차이에요. 그런데 게임을 많이 뛰고 못 뛰고는 어떤 감독님을 만나고 어떤 팀을 만나냐에 따라서 바뀌는 거고, 거기서 실력 차가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기회를 자기가 잘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열심히 해서 감독님 마음에 들고, 팀에 맞는 선수가 되도록 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했던 것 같은 그런 절실함을 잘 간직한다면 DB는 올해 끝나는 팀이 아니라 앞으로도 올라갈 거고, 그 다음에 후배들도 자기 이름의 값어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파이팅 했으면 좋겠고, 제일 중요한 거는 부상이겠죠. 후배 모두가 선수 생활 마무리할 때까지 항상 부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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