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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온난화도 막고 조기 사망자도 줄이고

온실가스 일찍 줄이면 서울서 대기오염 조기 사망자 25만명 줄어든다

[취재파일] 온난화도 막고 조기 사망자도 줄이고
꽃샘추위가 물러가자마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기 정체로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까지 쌓이면서 주말 내내 온통 희뿌연 하늘이 이어졌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는 올 들어 4번째 미세먼지 저감조치까지 발령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PM2.5)를 발암물질로 분류한 지 오래다.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에 초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시나리오보다 온실가스를 초기에 급격하게 감축하면 지구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3백만 명, 서울에서만 25만 명이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Shindell et al., 2018).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파리협정대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표준 시나리오(RCP2.6)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인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연구했다. 즉 2020년부터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표준 시나리오대로 할 것인지 아니면 초기에 표준 시나리오보다 더욱 급격하게 감축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지 반대로 초기에 표준 시나리오보다 서서히 감축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지 실험했다.

대기오염의 대부분은 인류가 사용하는 각종 화석 연료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경우 대기질 또한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 국가들이 지구온난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것을 가정해 전 세계 154개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경우 각 지역과 도시별로 표준 시나리오를 따를 때보다 대기오염에 의한 조기 사망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산출했다.

산출결과 온실가스 배출을 표준 시나리오보다 초기(2020년대)에 급격하게 감축할 경우 2020년부터 210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5억 3천만 명이 추가로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운데 미세먼지(PM2.5) 농도가 낮아지면서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9억 3천만 명, 오존(O3)이 줄어들면서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이 6억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 표준 시나리오보다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해 조기 사망자를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역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과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 참조).
[취재파일] 온난화도 막고 조기 사망자도 줄이고
온실가스를 초기에 표준 시나리오보다 급격하게 줄일 경우 2020년~2100년까지 도시별로 피할 수 있는 조기 사망자 수를 보면 인도의 콜카타(Kolkata)가 44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인도 델리(Delhi)에서도 400만 명이 조기 사망을 피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60만 명, 이집트 카이로 93만 명, 중국 상하이 80만 명,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에서도 각각 36만 명이 추가로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서도 서울에서 25만 명, 평양 8만 9천 명, 대구 5만 5천 명, 부산에서도 4만 7천 명이 초기에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대기질 개선으로 추가로 조기 사망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조기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초기에 급격하게 감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나중에는 서서히 감축하더라도 초기에 급격하게 감축하면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효과는 같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나중에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고 대체 에너지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 때 화석연료 의존도를 급격하게 낮추고 기술이 부족한 지금은 서서히 줄이겠다는 생각은 인류 건강에 큰 해가 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2017) 전 세계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325억 톤으로 줄어들기는커녕 2016년보다 오히려 1.4% 증가해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구온난화 억제뿐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초기에 급격하게 줄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고 또 현실적이면서도 조속하게 에너지 산업을 전환할 수는 없을까?

<참고문헌>

* Drew Shindell, Greg Faluvegi, Karl Seltzer and Cary Shindell. Quantified, Localized Health Benefits of Accelerated Carbon Dioxide Emissions Reductions. Nature Climate Change, 2018 DOI:10.1038/s41558-018-010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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