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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보이' 이상호 선수가 13년 전 아버지에게 쓴 편지

관련 사진이 아이는 커서
세계 2위가 됩니다
13년 전, 11살 소년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한 장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말투가 
인상 깊습니다.

이 소년의 꿈은 
세계 최고의 스노보드 선수가 되는 것.

아버지는 편지에 적힌 아들의 바람대로
꿈을 이룰 수 있게 돕고 싶었지만, 
당시 한국엔 스노보드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사무실 업무를 빼놓고는
보드만 찾아봤어요.”

- 소년의 아버지

그래서 아버지는 직접 전문가가 되기로 했고,
밤까지 새워가며 스노보드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사이트를 찾아 공부하고,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분석하고,
블로그에 모든 걸 기록했습니다.
“아버님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시다 보니까,
오히려 제가 더 배우게 됐습니다.”

- 장태열 / 당시 소년의 스노보드 강사
그렇게 13년이 지나 이 소년은, 
평창 올림픽에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스노보드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는 바로 배추보이,

이상호 선수.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한 썰매장에서 
꿈을 키웠기에 ‘배추보이’라고 불립니다.
물론 최고의 선수가 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기업의 지원이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땐,
전국 스노보드 대회에서 
성적 압박감에 무리하게 레이스를 펼치다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그 결과
지난 1년간의 기억을 잃었고, 

아버지조차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그날만 생각하면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이 찢어집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 제가 무서워서 못 했죠. 스노보드를 하지 말자.”

- 이차원/이상호 선수 아버지
6개월 만에 
기억을 찾은 이상호 선수는 어느 겨울, 
내리는 눈을 보더니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가자”
“그래서 다시 했어요.”

- 이차원/이상호 선수 아버지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다시 아들을 지원했습니다.

아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항상 제게 
세계 최고라며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이상호 선수(24)
이상호 선수를 성공으로 이끈 자신감은 
아버지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꿈을 이룰 때까지
꼭 이끌어 주셔야 돼요.”
아버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13년 전, 11살 소년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꿈을 이룰 때까지 저를 잘 이끌어달라”는 어른 스러운 말이 적혀있습니다.

이 소년은 바로 얼마 전 개최됐던 평창 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스노보드 메달을 획득한 이상호 선수.

그가 꿈을 이루게 되기까지의 과정 속엔 그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스노보드 불모지인 한국에서 아버지는 밤까지 새워가며 스스로 전문가가 되었고,

언제나 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는 ‘잘 이끌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글,구성 권재경, 옥수진 인턴, 이규민 인턴 /그래픽 김민정 /기획 하현종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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