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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온서적' 헌법소원 낸 군법무관 강제전역 "위법"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강제 전역을 당한 전직 군법무관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22일) 전직 군법무관 지 모 씨가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군인의 헌법소원 제기는 복종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군인이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대해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그것이 위법·위헌인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이라며 "군 내부의 상명하복 관계를 파괴하고 명령불복종 수단으로서 재판청구권의 외형만을 빌리거나 그 밖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군 특성상 헌법소원을 내기 전에 사전 건의 의무가 있다는 국방부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사전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 또는 오류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명령권자의 과오나 오류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군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군내 사전절차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은 국방부가 2008년 7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서적이라며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에 지씨 등 군법무관 7명은 같은 해 10월 이 조치가 장병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은 2009년 3월 지씨를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냈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했지만, 지씨가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1·2심은 모두 "파면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자 참모총장은 2011년 10월 다시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고, 국방부는 이 징계를 근거로 2012년 1월 지씨를 강제 전역시켰습니다.

여기에 불복해 지씨는 두 번째 소송을 2012년에 냈습니다.

헌법소원을 냈다고 해서 군 지휘계통이나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고 볼 수 없고, 의견과 주장을 직접 대외에 공표해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한 사실도 없으므로 부당하다는 취지였습니다.

1, 2심은 "지휘계통을 통하지 않고 외부에 해결을 요청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소원 제기는 복종 의무와 상관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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