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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귀 후 두 번째 대회마다 우승…박인비의 새 우승 공식?

[취재파일] 복귀 후 두 번째 대회마다 우승…박인비의 새 우승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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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박인비가 미국 LPGA 투어(뱅크 오브 파운더스컵)에서 1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녀에게 새로운 우승 공식이 생겼습니다.

'부상-휴식-복귀-두 번째 대회 우승'이라는 루틴이 최근 3개 대회 우승에서 공식처럼 이어진 것입니다.

먼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2016년 8월 리우올림픽 금메달 장면으로 돌아가 보시죠. 당시 박인비는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두 달 이상 대회에 나서지 못하다가 올림픽 직전인 8월 초 국내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해 경기 감각을 조율했습니다. 복귀전에서 컷 탈락했지만 박인비는 "떨어졌던 경기 감각을 되찾고 무엇보다 내가 실전에서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는 대회였다"며 긍정적인 인터뷰를 한 후 브라질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2주 뒤 손가락 통증을 참아내고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여자골프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두 번째 경기에서 말이죠.

금메달 이후 박인비는 손가락 치료에 전념하느라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모든 걸 잊고 가족과 여행하며 푹 쉬었습니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고 2017년 2월, 박인비는 혼다 클래식을 통해 LPGA 투어에 복귀했습니다. 그 대회에서 공동 25위로 경기 감각을 조율하더니 바로 그다음 대회, 그러니까 '복귀 두 번째 대회'인 HSBC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통산 18승째를 따내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그녀는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고 8월 브리티시오픈 이후 이번엔 허리 통증 때문에 일찍 시즌을 접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업적을 이룬 박인비가 더는 이룰 것이 없어서 동기 부여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7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달 초 HSBC 월드챔피언십으로 2018시즌을 시작한 박인비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에 나서 공동 31위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7개월 만의 복귀전이라 경기 감각이 문제였습니다. 곧바로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 퍼터 교체였습니다. 박인비는 이번 파운더스컵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부터 종전의 반달형 퍼터 대신 일자형 퍼터로 변화를 줬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전성기의 퍼트감이 살아났고 19언더파로 5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번에도 '복귀 두 번째 대회' 우승 공식이 통한 것입니다.
골프 선수 박인비
위의 세 가지 우승 사례의 공통점은 '휴식과 재충전, 선택과 집중' 입니다. 박인비는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 동기 부여가 안 되거나 몸이 지치면 일단 골프채를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몸이 다시 골프를 원할 때, 몸이 다시 준비됐을 때 복귀 계획을 세우고 출전 대회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는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경이적이었습니다. 쉴 때는 확실히 쉬고 한 번 마음 먹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골프 여제'의 위엄과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박인비는 어제 3라운드가 끝난 뒤 LPGA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푹 쉬다 보니 '골프 외에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마냥 나태해질 것 같았지만 아픈 데가 없어지고 나니 저절로 골프가 다시 그리워졌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휴식기 없이 계속 대회에 나왔다면 더 많은 우승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결과로 다시 우승할 수 있고, 통증 없이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시즌 우승 목표를 예상보다 빨리 이뤘으니 다음 목표는 메이저 우승"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달 말 열리는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ANA 인스퍼레이션은 2013년 그녀가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바로 그 대회입니다.

박인비가 로라 데이비스와 우승 경쟁을 하던 시각, 그녀의 부모는 이른 아침부터 경기도 일산의 친구 집에서 TV로 딸의 경기를 지켜보며 친구들과 함께 응원했다고 합니다.
골프 선수 박인비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딸의 우승 직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토요일이 친구 생일이라 저녁에 부부 동반 3쌍이 모여 생일 파티를 하고 헤어졌는데, 일요일 3라운드에서 인비가 9언더파를 몰아치고 선두로 치고 나오니까 친구들이 다시 모여서 '기'를 모으자고 했어요. 일요일 저녁에 그 멤버 그대로 다시 만나서 같이 자고 오늘 새벽부터 목이 터져라 '단체 응원'을 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네요. 진짜 너무 오래 쉬어서 걱정이 좀 됐는데…. 제 딸이지만 너무 기특하고 어메이징하네요. 하하."

그러면서 최종라운드 중반까지 딸과 우승 경쟁을 펼친 55세의 로라 데이비스에게도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로라 데이비스 나이가 저랑 동갑이에요. 세상에 그 나이에 투어에 나선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딸 같은 선수랑 우승 경쟁을 한다는 게 같은 나이 입장에서 존경스럽더라고요."

박인비는 이번 주 열리는 KIA 클래식에 이어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3주 연속 출전합니다. 돌아온 '골프여제'가 다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릴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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