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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29 : 검사는 무엇으로 사나…'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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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들은 대개 비슷하다. 다들 절박하다. 그러나 응급실 의사들이 매일 삶과 죽음을 겪으면서 둔감해지듯 나도 늘 보는 절박함 앞에서 무덤덤해졌다. 그럼에도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진정서 속에 적힌 한마디 때문이었다. '왜 법은 항상 우리 같은 약한 사람들의 편이 아니냐'… 정의는 지각할 수 있지만 결근하지는 않는다 라든가 법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신들이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라든가 하는 나도 믿지 않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바보 같게도 나는 그에게 살다 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14일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됐습니다. #다스는 누구 것인가 로 회자됐던 전직 대통령의 비리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이런 중요한 일을 시시때때로 하는 게 검사입니다. 친구나 지인 말고 민형사 사건 관련해 검사 만나보신 적 있다면 검사는 공무원 중에서도 특별하구나, 특별히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검사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직 부장검사가 18년 검사 생활을 돌아보며 책을 썼습니다.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김 웅 검사의 [검사내전]입니다.
 
"먹기 위해 뛰는 것과 죽지 않기 위해 뛰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기꾼은 죽지 않기 위해 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백 명의 사기꾼을 상대하는 검사와 단 한 명의 검사만 상대하는 사기꾼의 싸움은 녹록한 승부가 아니다."
 
"어음 결제일이 한참 지나서도 피해자들은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인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외모나 인상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런 허술한 판단이 옳다고 고집스럽게 우긴다. 더욱이 사람들은 너무 큰 불행이 닥치면 부정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속인다."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은 큰 위기다. 재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 더욱이 사람과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잃는다...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 건 위기가 아니다. 막 걸음을 떼는 영민 씨 같은 청년들에게 닥치는 위기는 재기 불능의 타격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는 것은, 법은 불구이자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분쟁 해결 방법이라는 점이다. 일도양단과 이분법적인 해결 이외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법은 아직도 유일한 분쟁 해결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에 대한 의문이나 반성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헤겔이 말했듯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장 적게 인식된다."

 
나름 안목을 신뢰하는 김민섭 작가의 추천사, 그리고 머리말의 한 대목에서(여객선의 작은 나사못) 저 자신을 돌아보고 약간 울컥하기도 했던 게 이 책을 읽은 진짜 이유였습니다. 
 
*출판사 부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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