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F-35 출고와 연합훈련…축소·비공개의 실익 셈법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3.18 10:04 수정 2018.03.18 11: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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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차기 주력 전투기인 F-35A 1호기 출고식이 현지 시간 28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립니다. 단순한 전투기가 아닙니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 (Kill Chain)의 창끝입니다. 대대적인 출고식 행사가 당연한 일인데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내달 1일부터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같으면 군이 자발적으로 이런저런 훈련 일정을 상세히 공개하며 기자들을 불렀는데 올해는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훈련 기간과 규모도 줄어듭니다. F-35A 출고식과 한미연합훈련을 조용히 치르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남북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들입니다.

F-35A 출고식과 한미연합훈련은 훌륭한 대북 억지력 카드입니다. 정부는 회담에 앞서 대북 억지력 카드를 버림으로써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굳이 설명 안해도 북한은 눈치 챌 겁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본질은 거론하지 않고 어설픈 설명을 늘어놔 “북한 눈치 본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독특한 초식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 조촐히 치러질 F-35A 출고식

정부는 당초 F-35A 출고식을 제법 훌륭하게 치르고 싶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을 시작한 가운데, 마침내 한국 공군에도 스텔스 전투기를 들이는 행사이니 조용히 넘길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남북 대화 정국이 기대되자 행사를 조금씩 조금씩 줄이고 있습니다.

방사청장, 공군참모총장이 미국 현지에서 출고식 주빈으로 참가하는 게 첫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물러선 방안이 영상 메시지로 대체하는 겁니다. 그것도 흐지부지됐고 방사청장 대신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이, 공군참모총장 대신 공군참모차장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공군은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 등을 고려해 총장은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국내에 남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종종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 공군참모총장이 동행해 나라를 비우기도 합니다. 공군 해명이 군색합니다.

킬 체인의 핵심 타격 수단의 첫 출고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 대화 국면에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겁니다. 방사청장 대신 사업관리본부장이 출고식에 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미연합훈련은 하는지 마는지 조용하게 치러집니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참가 병력수를 애써 부풀렸는데 이번엔 억지로 줄이는 모양새입니다. 또 미국 군사 전문지나 미군 SNS에 실시간으로 훈련 영상과 동향이 올라올텐데 국내 언론을 통한 보도는 줄여보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군이나 정부는 훈련 축소, 언론 노출 최소화의 목적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훈련 축소와 언론 노출 최소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군 당국자들은 “예년처럼 훈련을 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 못하는 실무자들의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F-35A● 대북 카드 낭비 vs 정세 관리

F-35A 출고식과 한미연합훈련은 정세와 관계없이, 단단한 대북 압박 무력시위 카드입니다. 이 정도의 대단한 무기로 무장하고 한미가 대북 공격을 위해 대대적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 북한에게는 큰 위협, 억지력이 됩니다. 북한이 도발을 했을 때, 또 대화 테이블에서 쏠쏠하게 꺼내 쓸 수 있는 압박 카드입니다.

하지만 이번 출고식과 한미연합훈련은 타이밍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전의 일이라 대화 테이블에서는 꺼내 쓸 수가 없습니다. 하여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게 인심 쓰는 차원, 또는 정세 관리 차원에서 출고식 행사와 훈련을 줄인다고 이해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다만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알아서 이해하라는 식으로 훈련과 출고식 행사를 줄이는 정부의 행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무작정 입 다물고 훈련과 출고식을 흠집 내니 “북한 눈치 보냐”는 반대 여론이 일어납니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군사 기밀을 공개하면 북한만 좋을 일”이라고 반박합니다.

정부는 북한 김영철 방남 때도 “천안함 폭침 배후로 확인된 바 없다”는 진영 논리 듬뿍 담은 궤변적 사족을 붙여 남남분열을 자초했습니다. 훈련과 출고식도 비슷한 식으로 다루니 적전분열(敵前分裂)적 다툼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도된 게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