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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잠' 자고 화장실 못 가고…사람 잡는 졸음운전

한지연 기자 jyh@sbs.co.kr

작성 2018.03.12 22:12 수정 2018.03.12 22: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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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날이 따뜻해지는 봄에는 졸음운전이 늘어납니다. 졸음운전 사고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보다 1.5배 높고, 최근 5년 사이 졸음운전 사고로 고속도로에서만 414명이 숨졌습니다. SBS는 졸음운전의 실태와 방지책을 짚어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근무환경을 한지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향해 내달리는 버스. 느닷없는 충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짜부라집니다.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이 불러온 참사들입니다.

한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하루 일정을 동행해봤습니다. 새벽 4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물 한 잔만 드시고 갈 때도 있어요?) 그렇죠. 만날 물 먹고.]

집에서 30분 떨어진 차고지로 이동해 운행을 시작합니다. 이날 업무는 두 건.

오전 7시까지, 탑승객들을 서울 잠실까지 태워다 준 뒤, 쉴 틈도 없이 단체 관광객을 태우러 신대방동으로 이동합니다.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지금도 늦었다고 계속 전화 오잖아요.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그냥 참고 가는 거죠.]

운행을 시작한 지 5시간 만에야 처음 갖는 휴식. 단, 7분에 불과합니다.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좀 질문하려고 왔는데 바로 안 계셔서요.) 화장실 가야죠 급한데.]

강원도 강릉에 도착해 허겁지겁 먹는 점심.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만날 이렇게 빨리 먹어. 손님들 나올 시간도 됐고 그러니깐. 20분 정도 (걸릴걸요?)]

다시 이동해서 관광지에 도착한 뒤 승객들이 관광하는 사이 잠시 차 안에서 눈을 붙입니다.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이렇게 놓고 그냥 누워서 자죠. (이렇게 해도 피로가 풀리시나요?) 그럼요. 안 자고 가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잘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관광을 끝내고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 졸음이 몰려들면서 연거푸 하품하고 눈을 비비기도 여러 차례. 졸음 쫓겠다며 간식을 먹고 또 먹어 보지만 눈꺼풀은 무거워지고, 순간 조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안 졸고 다니는 기사는 없어요. 안 졸고 간다는 건 다 거짓말이에요. 고속도로 막 2, 3시간씩 달리면 졸음이 오더라고요. 어쩔 수 없어요.]

승객들을 내려다 주고, 차고지로 돌아온 시간이 밤 10시. 이날 먹은 식사는 점심 한 끼가 전부입니다.

[최기흥/전세버스 운전기사 : 3월부터는 이제 성수기에 접어들거든요. 일이 있을 때는 뭐 열흘이고 한 달이고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고…솔직히 말해서 힘들죠.]

실제로 최근 업무일지를 봤더니, 매일 새벽 5시대부터 밤 10시까지 일합니다. 심지어 새벽 2시 20분에 일이 끝나 3시간만 자고 나가 일하는 날도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버스 졸음운전 예방책으로 다음 달 25일부터 8시간 휴식을 보장하게 했지만 지키기 어렵다고 업체들은 하소연합니다.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 : 저희 다 부도나요. 다 도산이에요. 전세버스 업계가 없어져요. (운전기사들) '투잡'·'쓰리잡'은 해야 된다는 거죠. 저녁에 대리 운전이라든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게 한 근로기준법 개정 역시 마찬가지.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읍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장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