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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보다 11만 원 비싸게 출시된 갤럭시S9, 과연 이게 최선인가

[취재파일] 미국보다 11만 원 비싸게 출시된 갤럭시S9, 과연 이게 최선인가
● 베일 벗은 최고 기대작 갤럭시S9…문제는 '가격 차별'

갤럭시S9이 상반기 이동통신 시장의 최고 기대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아이폰X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 꺼져가는 상황에서, 갤럭시S9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선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전작인 갤럭시S8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카메라 기능은 확실히 좋아졌다고 느껴졌습니다. 슈퍼슬로우 모션 촬영도 가능하고, 듀얼렌즈를 활용한 카메라로 웬만한 DSLR 못지않은 화사한 인물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AR 이모지 기능은 자신의 아바타를 활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카메라를 쓰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100만 원을 훌쩍 넘어 고가 논란이 벌어졌던 갤럭시 노트8에 비하면 가격도 내려갔습니다. 갤럭시S9은 64GB 기준으로 95만 7천 원으로 출고가가 책정됐습니다. 아이폰X이 촉발시켰던 지난해 '비싼 스마트폰' 논란을 의식해 갤럭시S9은 100만 원 밑으로 어느 정도 가격을 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조금 내려갔지만, 우리나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출고가가 유쾌하게 책정된 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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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삼성전자 홈페이지 (왼), 미국 삼성전자 홈페이지 (오)" data-captionyn="Y" id="i201159185"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311/201159185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 한국 95만 7천원, 미국 84만 6천원…같은 단말, 다른 가격

갤럭시S9부터는 우리나라 시장에도 자급제폰(언락폰)이 공식 출시됐습니다. 자급제폰은 전원 버튼을 켤 때 통신사 로고가 뜨지 않는 폰이라고 이해하면 쉬운데, 어떤 통신사든 요금제만 가입해 유심을 끼우면 바로 개통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해외에서 사온 갤럭시S9 자급제폰도 유심만 꽂으면 개통됩니다. 알뜰폰 업체들이 내놓는 아주 싼 요금도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통신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통신사들이 단말 유통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이런 자급제폰이 최신 프리미엄 폰에 나왔다는 큰 사건임에 분명합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공지된 자급제폰은 64GB는 95만 7천 원입니다. (SKT, KT, LG유플러스용으로 출시된 단말기도 가격은 모두 똑같이 95만 7천 원입니다.) 반면 미국 삼성전자 홈페이지에는 갤럭시S9 자급제폰은 720달러로 나와 있습니다. 미국은 세금을 포함해서 가격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각 주 별로 다른 세율을 적용해 최종 소비자 가격이 적용됩니다. 일부 주는 세금이 없는 곳도 있지만, 통상적인 세율 10%를 잡으면 792달러쯤 됩니다. 이걸 환율 적용해서 계산하면 84만 6천 원을 조금 넘게 됩니다.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으로만 놓고 보면 11만 1천 원 더 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정도 가격이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 같은 갤럭시S9 단말기를 사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보다 11만 원을 더 지불해야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단말기 출고가는 누가 정하나…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들의 서로 다른 주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왼), 황창규 (KT 회장)
단말기 출고가가 이렇게 책정된 이유를 따지기 위해서는 누가 출고가를 정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업체 간 협상이 전제된 영업 비밀이 들어가 있어 실체를 확인하기 쉽지는 않지만, 지난해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과 KT 황창규 회장이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고동진 사장은 "동일 제품에 대해서는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며 "가격을 국가별로 차이를 둔다, 사업자별로 차이를 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자기들은 비슷한 가격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는데, 통신사들이 출고가를 정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황창규 KT 회장의 답변은 사뭇 달랐습니다. 황 회장은 "대리점까지 단말기 제조사의 가격이 동일하다"며 "판매점이 프로모션을 하면서 일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대리점까지 모든 가격은 제조사가 결정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제조사, 통신사의 수장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은 겁니다. 단말기 출고가는 천원 단위까지 모두 똑같은데 국감에 나온 제조사와 통신사 수장이 자기들이 결정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자급제폰 출고가 가격 차별이 있다는 건 인정했지만, 발생 이유는 통신사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통신사들이 서로 출고가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실제 통신사별로 출고가가 다양합니다. 갤럭시S9은 미국에서 T-mobile이 가장 저렴하게 720달러로 내놨기 때문에 1센트만 낮춰서 자급제 폰을 내놨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미국만큼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출고가도 똑같이 맞춰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통신사들의 짬짜미 때문에 자급제폰 출고가가 미국보다 비싸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그러면서 단말기를 팔아주는 통신사들이 제조사인 자신들보다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의 설명은 정반대였습니다. 단말기를 판매하는 통신사들이 출고가를 비싸게 책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 얘기냐는 항변이었습니다. 싸게 나와야 많이 팔리는 건 기본인데, 통신사들이 출고가를 비싸게 정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출고가는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결정해서 전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통사가 출고가를 결정한다면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9 자급제 폰이 왜 통신사들 출고가와 똑같은지 설명이 안 된다는 반박도 이어졌습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이통사에 갑이 된지 오래"라며 "물량을 받기 위해 삼성전자에 판매 계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는 상황인데 이통사가 무슨 권한이 있겠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갤럭시 노트8은 미국보다 싸게 내놨다는 삼성…갤럭시S9, 과연 이 가격이 최선인가

사실 소비자들이 가격 차별을 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출고가를 누가 정하는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객들은 최신 단말기가 나올 때마다 미국에서 직구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가격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미국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게 크다는 점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국내 시장이야 전 세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미국은 큰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을 내려서라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해야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이 국정감사에 나와서 한 발언을 다시 지적하고 싶습니다.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8 64기가 같은 경우에, 한국 소비자 가격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았다"며 "저희가 많은 노력을 했고, 노트 7 이후에 여러 가지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말은 삼성전자가 노력하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미국보다 저렴한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발화 사고로 비난 여론이 일었던 갤럭시 노트7 사태 이후 국면 돌파용으로 한국에 저가로 단말기를 풀고, 그 뒤로는 최신 단말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미국보다 비싸게 출시하는 걸 납득할 수 있는 한국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을 제대로 경험해보기도 전에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단말기 시장이 재편되고 있었을 때, 아이폰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저품질의 옴니아폰을 아이폰보다 많이 사용한 게 한국 소비자들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단말기 이름조차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옴니아폰은 ‘옴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화가 난 일부 사용자들이 화형식을 했을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단말기였습니다. 그런 단말기를 삼성이 만든 폰이라는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은 사용해줬던 겁니다. 아이폰에 압도당하며 세계 시장에서 낙오할 수도 있었던 삼성에게 만회의 시간을 줬고, 갤럭시S9처럼 훌륭한 단말기를 만들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 것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었습니다. 삼성은 애플이 아이폰X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때 2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가격 차별을 하지 않아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가격 차별 논란이 일더라도 본사가 있는 미국에 아이폰X을 한국보다 20만 원 '싸게' 팔고 있고, 삼성은 본사가 있는 우리나라에 미국보다 갤럭시S9을 오히려 11만 원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을 사랑해줬던 국내 소비자들은 과연 이게 최선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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