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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명 음반제작자가 성폭행" 폭로…트로트계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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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대로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8일) 하얀 장미가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얀 장미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여성들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상징입니다. 의미있는 날을 맞아서 저희는 오늘 성폭력 피해가 끊이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정부가 오늘 새로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까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 한 여성 작사가가 밝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전해드리고, 이어서 배우 조민기 씨와 서울대 병원 사례를 통해서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40년 경력의 유명 작사가가 저희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부터 전합니다.

김관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7~80년대에 여러 히트곡을 써낸 작사가 이 모 씨에게 2014년 겨울은 악몽과 같습니다. 함께 음반 작업을 하던 제작자 A 씨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고, 급기야 사무실에서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겁니다.

[이모 씨/작사가 : 제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저를 확 밀친 겁니다. 그리고 막 위에 상체를 막 더듬고.]

사무실에는 둘만 있던 상황이라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고 떠올립니다.

[이모 씨/작사가 : (A 씨가) 체격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입장에서 그런데 제가 아무리 저항을 해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끔찍한 피해당하고도 A 씨와 계속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A 씨는 트로트 가수 출신으로 신인 가수의 음반을 잇달아 성공시켜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진 제작자였습니다. A 씨에게 일감을 받아야 하는 작사가 이 씨는 힘없는 '을'에 불과했던 겁니다.

[이모 씨/작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잖아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한 혐오. 공황장애, 불안장애, 또 수면장애, 우울증. 이것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게 4년을 참아온 이 씨는 최근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다른 피해자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이모 씨/작사가 : 제가 이제는 망설일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0년 동안 작가 생활을 했는데 이게 끝난다 하더라도…]

사건 이후 이 씨에게 "잠시 정신이 나갔나 본데 무식하게 행동한 거 반성합니다"는 문자까지 보냈던 A 씨는 최근 돌변했습니다.

취재진에게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합의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뒤늦게 문제를 삼는 이 씨가 제정신이 아니라고도 말했습니다.

[A 씨 : 피아노를 치면서 작업하다 보니까 조그만 스킨십이 있고 이러다 보니까. 이게 버릇일 수도 있잖아요, 남자라는 게.]

A 씨는 이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기억만으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이 씨는 또 다른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이찬수,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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