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간호사 '태움'에 목숨도 끊어…'고질적 악습' 왜 반복될까

<앵커>

지난 설 연휴에 서울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일었죠. 신입이 들어오면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 그러니까 괴롭힘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닌데 왜 이런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건지, 일선 병원의 간호사 교육 실태를 노유진 기자가 점검해 봤습니다.

<기자>

'나는 너다' 이번에 자살한 신입간호사를 추모하는 간호사 연대의 구호입니다.

간호사 대부분이 견디기 어려운 신입 과정을 보낸다는 뜻에서 나온 겁니다.

[전직 간호사 : 볼펜으로 이렇게 쭉쭉 찍어 누르면서 '뭐 하는 거야?' 약간 이런 거. 머리 이렇게 치고. 생각은 있느냐,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느냐 (그런 말들을 하죠.)]

[현직 간호사 : (무언가를 간호사 선배가) 물어보셨고, 제가 그때 신규일 때라 거기에 대해 대답을 못했더니, 너 어느 학교 나왔느냐, 이런 것도 모르느냐, 너 학교에서 몇 등이나 했느냐 그러는 거예요.]

대한간호협회 조사결과 간호사 10명 중 4명은 괴롭힘, 이른바 '태움'을 경험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태움의 가해자로는 직속상관인 간호사가 30.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SBS가 서울 시내 대형종합병원 7곳을 조사해 봤더니 신입 간호사는 짧게는 한 달, 길어봐야 석 달간 교육받은 뒤 간호사로 홀로 섭니다.

[김소선/연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 미국 같은 경우는 (간호협회에서) 신규 간호사의 수습기간이 추천하는 게 1년입니다. 그걸 '레지던시 프로그램' 이라고 하고요.]

간호사가 인명을 다루는 업무를 한다는 걸 고려할 때 수습기간이 턱없이 짧은 데다 교육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교육 전담 간호사가 있는 병원은 7곳 중 4곳, 그 수도 10여 명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3년 차 이상 현직 간호사가 자기 업무 보기도 벅찬 상황에서 1대 1, 신입 교육 업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현직 간호사 : 진짜 밥도 못 먹으면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와중에 어느 순간 너무 바빠서 가르칠 시간도 없고…거기서 못 따라오면 사람이 아무리 착해도 화가 날 수밖에 없게 돼요. 나는 똥줄이 타는데….]

바로 이런 짜증이 태움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적은 간호인력과 전근대적인 교육 방식,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태움은 근절되기 어렵다는 게 현장 간호사들의 생각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승희, VJ : 신소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