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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모두가 꺼리는 경총회장 3년의 마무리 소회

<논설위원 인터뷰> 박병원 경총 명예회장

[人터뷰+] 모두가 꺼리는 경총회장 3년의 마무리 소회
경제5단체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등이 주로 경영과 상공업 지원을 위해 일하는데 비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노동계에 대응해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특성상, 항상 갈등의 대척점에 서 있다.

특히 지금처럼 노동친화적인 정권에선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정권 초기엔 비정규직 축소와 같은 현안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놨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최근 새 회장단 선임 과정에서 여권의 압력이 제기됐다는 의혹과 함께 당초 예상됐던 인물이 낙마하면서 여러 논란이 제기된 것도 경총의 이런 민감한 태생적 성격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이후 3년간 말 많고 탈 많은 경총을 이끌어 오다 최근 명예 회장에 추대된 박병원 전 회장은 원래 고위 관료 출신이다. 그는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 청와대 경제수석, 은행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관계와 민간 경제를 두루 거치면서 뛰어난 업무 능력과 함께 소탈한 성품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력 때문에 현 정권에도 재계를 대변해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혀왔다.

박 명예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근로 시간 단축처럼 노사가 첨예할 수밖에 없는 현안에 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대승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임기 중 '일자리 총동원령'을 주창해왔다.

최근 경총 회장 임기를 마무리한 박병원 명예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 그동안 중견 그룹 오너가 주로 맡아왔던 경총 회장 자리를, 오너가 아닌 관료 출신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느꼈을 애로 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기업 오너든 관료 출신이든, 노사 문제에 특화된 경총의 속성상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운을 뗐다.

● 일자리 만들기가 모든 정권의 주요 목표였고 이를 위해 많은 규제 완화가 시도됐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 명예회장은 이해 관계자 일부의 반대가 일자리 정책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모두 허용한 뒤, 문제점은 사후 보완하는 방향으로 국민 모두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또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상여금과 현물 급여 등 상당 부분이 연봉에서 제외되는 현행 임금 체계의 문제 때문에, 최저임금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을 넘어서 중간 급여 근로자들에게까지 과도하게 혜택이 가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는 당초 급여 설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기업 책임도 크다고 덧붙였다.

● 박 명예회장은 노조와 경총이 태생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대립을 최소화하고 양측이 모두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공통의 목표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임기 동안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노사정의 '일자리 총력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 박 명예회장은 아마추어 사진 작가이다. 그동안 세 번의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원래 꽃 사진 찍기를 취미 활동으로 해왔는데 사진전까지 열게 된 것은 과거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북한 어린이의 영양 실태를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민간단체와 함께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모금 활동 차원에서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이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취미 생활도 하고 있는데, 길을 다니다가 주워 온 나무 씨앗을 집안 화분에 심어 싹을 틔우는 재미에도 푹 빠져있다.

3년 전 고액 연봉과 기사 딸린 고급 차량마저 마다하며 비상근을 조건으로 경총 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이런 다양한 취미와 자유로운 외부 활동을 위해서였다. 화려한 경력만큼 다채로운 취미를 지닌 자유인이 걸어갈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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