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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결혼 위해 덮으려 했지만" 만화계로 번진 성추행 논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8년 2월 27일 (화)
■대담 : 이태경 웹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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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좋은 소문 있었지만 박 화백에 대한 믿음 있어 주례 부탁
- 박 화백, 허벅지 주무르고 치마 속으로 손 넣어
- 주례 서주는 대신 호텔에서 단 둘이 춤추자고 제안
- 사건 전까지 점잖은 사람이라 생각
- 사건 밝히자 박 화백 "만난 적 없다" 발뺌
- 당시 현장 박차고 나오지 못해 자책감 들어


▷ 김성준/진행자:

이번에는 만화계입니다. 만화계에서까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습니다. 가해자로 거론된 인물, 잘들 아시죠. 시사만화계의 대부로 알려진 박재동 화백입니다. 결심 끝에 미투 운동에 참여한 이태경 웹툰 작가는 박 화백에게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 만화계의 환경은 어떤 것인지.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작가님 나와 계시죠?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안녕하세요. 이태경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안녕하십니까. 지금도 웹툰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 맨 처음에 박재동 화백과 알게 된 경위랄까요?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선생님이 워낙에 발이 넓고 문화예술계 인사이시기 때문에 만화계 행사에 두루두루 많이 참석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같이 만화계 행사에 나갔다가 그 분을 뵙고 친분을 갖게 됐고요. 그 분이 그 때 당시에 달토끼라고, 작가들 크로키 모임 같은 것을 주관하셨는데. 제가 거기에 이삼일 정도 나가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모임을 참여하고요. 그 외에도 만화계에 더 원로 분이신 박기정 선생님도 계신데, 그 분하고도 자리를 하실 때 사적으로 자리를 같이 하고. 이런 식으로 친분이 어느 정도 쌓여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예. 친분이 쌓여있었을 뿐만 아니라 박재동 화백이 워낙 유명한 분이고. 그래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들으셨을 텐데. 제가 추측컨대 결혼식의 주례를 부탁하러 가서 이 문제가 생긴 것 아닙니까? 그런데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하러 가셨다면 그 전까지는 박재동 화백과 관련해서 이런 성추행과 성희롱 같은 소문을 듣지는 못하셨겠죠?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주 소문으로라도 이 분 말이 걸다든지, 아니면 행동이 이상하다. 이런 얘기를 들어보셨던 적이 그 전에는 전혀 없었다는 말씀이시죠?

▶ 이태경 웹툰 작가:

그 때 종료 작가 언니 한 분이 그 선생님을 집으로 차로 모셔다 드리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손을 너무 주무르시고, 느끼한 발언을 많이 하셔서 곤란했다. 이런 얘기를 들었지만. 그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인상이나 믿음은 심지어, 그것은 언니가 너무 확대 해석한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례를 부탁한 것이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주례를 부탁하러 갔는데. 저희가 구체적으로 박재동 화백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여기서 다시 질문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냥 확인 차원에서. 저희가 의심을 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확인 차원에서.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서 허벅지를 쓸었고, 뺨 한 쪽을 손으로 쓸어내렸고. 이러면서 듣기 곤란한 말들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것들이 정말 만에 하나. 그냥 실수로 손이 움직이다가 스치거나 이랬던 것은 전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 이태경 웹툰 작가:

그렇죠. 그 뉘앙스를 모를 정도는 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처음에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나란히 앉는 자리에 앉으셔서. 태경아 반갑다, 이러시면서 제 허벅지를 주무르고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제 손으로 손을 탁 잡았는데. 그 때는 딱 만난 직후였기 때문에 선생님이 너무 반가우셔서, 본인도 모르는 부지불식간에 그러셨나라고 그 때는 저 스스로 합리화를 했던 거죠. 그렇지만 그 이후에 선생님이 저한테 두 남자를 만나본 적이 있느냐. 그런데 그 두 남자 모두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면 동시에 둘을 만났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발언을 하시고. 성관계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 김성준/진행자: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것은 상관이 없는데. 제가 참 듣기가 거북해서 그렇습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그런 말씀을 하시고. 그 다음에 네가 내가 주례를 해주면 무얼 해줄 수 있느냐. 호텔에서 춤을 한 번 춰줄 수 있느냐. 그래서 제가 그 질문이 곤란스러웠기 때문에 에둘러서. 선생님,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것처럼. 거기 주인공이 로비에서 여자 배역과 멋진 공연을 보여줬듯이. 그렇게 한 번 추는 것 사람들에게 보여줄까요? 제가 그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거기서 아니다. 로비는 말고 호텔에서 단 둘이 만나서 춰야지라고 말씀을 하시고. 제가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사이에 언제 어디에 있는 호텔에서 만나줄 거니? 몇 번이나 춰줄 거니? 내가 부르면 너 바로 나올 수 있니? 아예 1년에 날을 정해 놓고 한 번씩 만나서 추는 것은 어떠냐. 이런 질문들을 굉장히 집요하게 연거푸 하셨어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그 전에 박재동 화백을 만나셨을 때는 이런 조짐을 전혀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그 날 처음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건가요?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선생님께서 굉장히 젠틀하고 점잖은 매너를 가지셨고요. 평소에도 야한 농담 같은 것을 곧잘 하시기는 하세요. 하지만 그게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정말 품위에 어울리는 그 선까지만 하셨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정말로 생각하지 못하셨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박재동 화백은 기억이 없고 친하고 격의 없이 이야기했었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기억이 없을 수가 있나요?

▶ 이태경 웹툰 작가:

그것은 본인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제가 남의 기억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저와 통화 중에도. 처음에는 너와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 주례를 부탁받으러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말씀을 하셨다가도.

▷ 김성준/진행자:

통화라는 것은 언제 통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이태경 웹툰 작가:

제가 사례집에 제 사례를 익명으로 제보한 후에 그것을 보고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 김성준/진행자:

그게 언제쯤이죠?

▶ 이태경 웹툰 작가:

사례집이 나온 것은 2016년도 11월 달이고요. 저에게 전화를 하신 것은 2017년도 5월 28일이나 29일입니다. 29일로 생각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네. 그 때는 주례를 부탁받은 적도 없다.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그렇게 말씀하시다가. 제가 선생님, 제가 그 자리에 나간 것을 여러 명의 작가가 알고 있고, 선생님과 헤어진 직후를 목격한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니까. 얘기하다보니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이런 식으로 번복을 하셔서. 사실은 기억이 전혀 안 나신다는 말씀을 제가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통화를 하시면서도 저랑 나눴던 말씀을 일부 먼저 미리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보다.

▷ 김성준/진행자: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실 때. 뭐라고 언급은 안 하고 일어나셨습니까?

▶ 이태경 웹툰 작가:

저는 박차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때 그 얘기를 듣고, 제 얼굴을 만지면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은 그 이후의 일을 어떻게 제가 다음 약속인 동료 작가를 만나러 걸어갔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 때 당시에 제 동료 작가가 저를 보고 해준 얘기가. 제가 너무 다리도 떨고, 후들후들 거리면서 언니에게 와서 손을 잡고. 내가 너무 징그럽다고, 너무 징그러운 일을 당했고. 그 언니를 옆에 나란히 앉히고 나서. 언니, 박재동 선생님이 나한테 이렇게 하셨어 하면서 언니 허벅지를 만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똑같이 하니까 언니도 너무 소름이 돋았고. 제 손이 엄청 차가웠다고 해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제가 횡설수설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진정을 해서 차분히 얘기를 했다고 해요. 사실은 선생님이 그 말씀을 하시고 나서는. 제가 왜 이러세요? 이렇게 박차고 나오지 못한 게 지나서도 제가 너무 자책이 됐고. 하지만 그 말씀을 듣고 나서의 기억이 사실은 제가 잘 없습니다. 통화를 했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그 언니는. 통화한 사실도 제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그 당시가 충격이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워낙 큰 충격을 받으셔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완전히 잃으셨군요. 지금 남편 분에게 이 경험을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남편 분은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셨나요?
 
▶ 이태경 웹툰 작가:
 
성추행을 당한 그 날 당일로. 남편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나간 것을.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제가 바로 성추행 당한 사실 전체를 다 얘기했어요. 그러니 남편은 굉장히 화를 냈고, 박재동 선생님을 만나게 해 달라. 내가 차라리 그 사람을 몇 대 치고 경찰서에 가겠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격분해서. 그런데 제가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있는 신부잖아요. 이런 추문에 신부가 휩싸인다는 게 너무나 불미스럽고, 심하게 가서는 결혼식이 깨질 수도 있고. 제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 당시 어린 마음으로는 저희 시부모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가 너무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남편을 붙들고 펑펑 울면서 정말. 제발 우리 이것을 무탈한 결혼식과 바꾼다고 생각하고 결혼하자고. 얘기하지 말고. 이게 박재동 선생님이 워낙 사회적인 인사이시기 때문에 이게 신문지상에 오른다든지, 이렇게 개인 대 개인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로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가 결혼을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지 못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덮자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지금도 감정이 많이 격해지시는 것 같은데. 아까 박재동 화백의 추행을 당하고 일어나서부터.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말씀. 그게 자책감이 들었다는 비유를 하신 것 같은데. 그것은 당연히 자책감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는 것 아닌가. 당연히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용기 있게 이런 피해 사실을 폭로하신 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저희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이 문제가 폭로로 그치지 않고 완전한 해결까지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태경 웹툰 작가:

예.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에 동참한 이태경 웹툰 작가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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