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한복을 입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 연기를 선보인 민유라-겜린 선수의 아름다운 무대는 관중석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라틴 음악 배경곡에 맞춰 선보인 어제 쇼트 댄스가 정열적이고 발랄한 이미지였다면, 프리 댄스는 애절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SBS 빙상아 해설위원은 프리 댄스 무대가 끝나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수많은 외국 무대를 거쳐 이 자리에 온 두 선수가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아리랑이 시작되고 한국적인 안무를 이어간 민유라-겜린 선수는 두 선수가 원형으로 이동하는 '서큘러 스텝 시퀀스'와 '콤비네이션 스핀' 등 난도가 높은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겜린 선수가 민유라 선수를 들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의 '스트레이트 라인 리프트'를 멋지게 해냈고 관중석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민유라-겜린 조는 기술점수 44.61점, 예술점수 41.91점을 합쳐 86.52점을 받았습니다.
■ "쇼트 20위 안에 들고 싶다"…프리 댄스 꼭 선보이고 싶었다는 두 선수
사실 두 선수가 평창 올림픽 프리 댄스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겜린 선수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파트너였던 재미교포 민유라 선수가 한국 국적을 택하면서 겜린 선수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이스댄스 올림픽 경기에는 두 선수의 국적이 같아야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겜린 선수는 특별귀화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했고 두 선수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알리겠다며 '아리랑'을 프리 댄스 프로그램 음악으로 선택했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쇼트 댄스에서 20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이스댄스 경기에서는 전체 24팀 가운데 쇼트댄스 상위 20팀만이 프리 댄스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가 우리나라 가수인 소향이 부른 '홀로아리랑'을 프리 댄스 배경곡으로 골랐을 때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이 외국 심판들에게 익숙한 선율이 아니기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며 코치마저도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며 힘차게 은반에 올라 올림픽 경기를 마무리한 민유라-겜린 선수, 두 선수의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