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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명계좌와 금감원의 숨바꼭질…의도 있나?

[취재파일] 차명계좌와 금감원의 숨바꼭질…의도 있나?
● 금융당국 "이건희 차명계좌 특별검사…과징금 걷겠다"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시 추적하겠다고 합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버텨왔는데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보낸 직후 입장이 180도 바뀐 것입니다. 그나마 고집스러웠던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꾼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허무함이 밀려오는 건 과징금을 걷고 싶어도 현재 상황에선 아무것도 걷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근거자료 이미 폐기…수조 원대 과징금 허공에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인 1993년 8월 금융자산 기록이 적힌 거래 원장이 있어야 과징금을 매기는데 근거자료가 폐기돼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고집 피우지 않고 예전에 법대로 걷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모피아의 자존심 때문일까요? 결국 과징금 수조 원도 날리고 금융당국의 자존심도 구겨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퇴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이 비공개 당정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걸 보면 현재로서는 거취를 고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당국이 과징금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차명계좌 TF를 구성해 금융기관 특별감사를 벌이겠다는 것입니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남아있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거래명세와 잔고를 확인할 계획입니다. 언뜻 보면 비장한 각오로 조사에 나서는 것처럼, 뭔가 근거 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의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삼성 이건희 차명계좌
● "자료 폐기했다는데" 금융당국의 황당한 특별검사

하지만 한 꺼풀 뒤집어보면 금융 당국의 특별검사는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해당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관련 기록은 모두 폐기했다고 보고를 한 상황입니다. 증권사가 서슬 퍼런 금감원에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보여주기 위한 특별검사로 책임을 피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금융당국 '코스콤과 예탁결제원 특별검사 제외'

금감원이 이건희 차명계좌의 근거자료를 찾기 위한 단서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주목해 볼 곳은 코스콤과 예탁결제원입니다.

1996년 이전에는 증권사 계좌 원장이 코스콤에 있었습니다. 96년 이후 증권사로 원장을 이관했는데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되는 차명 계좌에 대한 원장은 93년 이전 자료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자료를 파기했다는 증권사보다는 코스콤쪽에 보관된 지난 자료를 찾는 게 확률이 높습니다.

예탁결제원 역시 주목해 볼 만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 계좌가 대부분 차명 주식입니다. 예탁결제원에는 주주 명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주 명부를 통해 93년 이전 대략적인 주식 가치를 추산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차명계좌와 금감원의 숨바꼭질…의도 있나?

그런데 금감원은 오늘 특별 검사 대상에서 핵심적인 2곳을 제외했습니다. 금감원이코스콤과 예탁원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궁금한 건 왜 금감원이 핵심적인 2곳을 제외하고 특별 검사에 나섰느냐는 것입니다. 차명 계좌와 금감원의 숨바꼭질에 뭔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금감원의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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