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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뜨면 자료 삭제하고 현장 피해라"…유명무실 근로점검

<앵커>

산업현장에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가 특별 근로점검을 합니다. 그런데 점검 전에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자료를 은폐하고 현장 점검은 피하라'는 대응 매뉴얼을 내려보냅니다. 이러니 사고가 나도 제대로 개선될 리가 없습니다.

하청 노동자 연속기획,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SBS가 입수한 '고용노동부 불법파견 집중점검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입니다. 포스코에서 만들어 하청업체에 내려보낸 이 문건에는 고용노동부가 점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할지 지침이 담겨 있습니다.

포스코 관련 자료는 미리 삭제하고, 근로감독관을 사무실로 안내하되 가능하면 작업 현장은 피하라고 지시합니다. 또 다른 문건에서는 점검 당일 일부 장비를 사용하지 말고 꼬투리를 잡힐 수 있으니 자랑이라도 말하지 말라고 써 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이런 자료 삭제나 현장 은폐가 잘못인 줄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노동자 : (점검이 나온다고 하면) 사전에 미리 좀 기름칠을 해놓는다든지, 평상시 진행하던 작업도 하지 말도록 하고… 갑과 을의 관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정기근로점검을 나가게 되면 열흘 전 미리 해당 사업주에게 알려주게 돼 있습니다. 특별점검과 수시점검 역시 사전에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리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데다 이런 식으로 은폐하니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질 리 없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 : 사전 통지가 오게 되면 회사에서는 우선 난리가 납니다. 굉장히 많은 사전 작업들을 하게 됩니다. 특별근로감독이라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아, 이때만 넘기면 된다는 식인 거죠.]

포스코 측은 "불법파견이란 오해를 받을 소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지 은폐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대응지침 문건을 만든 것 자체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은혜/노무사 : 이거는 애초에 현장에 문제의 소지를 전부 감추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문건) 자체가 불법 파견의 내용을 은폐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최근 대형 화재가 잇따르면서 특별 소방점검의 경우 미리 알려주고 실시하는 방식에서 불시 점검으로 바꿨습니다.

열악한 노동 현장을 개선하고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점검 대신 불시 점검 방식으로 바꾸고 사후 감독도 강화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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