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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상회담 언제?…'여건' 충족 안 되면 복안은?

[취재파일] 정상회담 언제?…'여건' 충족 안 되면 복안은?
지난 10일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으며, 편하신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도 함께 전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자는 공식 초청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기대했던 제안일 법도 하건만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만 답했습니다. 이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또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 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지난 달 10일 신년 기자회견 때 답변을 재확인한 겁니다.

● 미국 동의, 필수 조건?

그렇다면 당장 의문이 생깁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전제 조건인가?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청와대는 여건 조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습니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북미 대화나 미국 동의가 필수 조건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자주 국가인데 동의, 이렇게 표현하기는 그렇다. 하여튼 미국과의 사전 조율? 논의?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은 보다 직설적입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협조라는 기조 아래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이야기 해야 한다"면서도 "예를 들어 끝까지 미국이 반대한다면 (정상회담을) 못하는 거냐? 이런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다. (미국 동의가) 필요조건인데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남북 정상회담 시기는?

시기는 어떨까요? 남북 정상 선언이 나왔던 6.15나 10.4가 언급되는가 하면 미 CNN방송은 8.15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지금은 시기를 말할 때가 아니라며 여건 조성이 먼저라는 입장입니다. 미국도 내부 논의를 거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만 "여건 충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너무 늦어지면 대화의 동력 자체가 끊어질 수 있다"면서 연내 개최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진짜로 여건이 성숙되면 하는 거다. 다만 이런 것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는 있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조건을 빨리 만들어서 빨리 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한 듯 들리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여건 조성만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는 말로 6월 지방 선거 전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6.15든 8.15든 10.4든 그런 거 고려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도 걱정이 있지만 지방 선거는 검토하는 데 있어 맨 끝 순위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상회담이 여당 선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것보다는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상회담이 우선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 열쇠 쥔 미국은 어디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대북 강경론자인 펜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대의 압박 작전은 지속될 것이며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할 것"이라고 밝혀 변화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나아가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아마도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 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문제를 놓고 내부 조율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제재나 압박은 풀지 않는 대신 북한과 대화 가능성 자체는 타진해볼 만한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일단 '북미 대화 같은 여건이 성숙되면 남북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이지, 정상회담부터 해 북미 회담을 견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일을 성사 시키기 위해 조급증을 내기보다는 참고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되기전까지가 고비가 될 걸로 보입니다. 청와대로서는 평창 올림픽 기간, 경기 결과 외에도 마음 졸일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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