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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싸늘한 美…청와대 '플랜B'는?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작성 2018.02.06 16:50 수정 2018.02.07 14: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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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의 기회'라고 말했던 평창 올림픽이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에서는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합니다. 두 사람 모두 고위급이라는 말에 걸맞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기적’을 만들어 내기에는 분위기가 영 싸늘합니다.

● 펜스, 대화는커녕 대북 규탄에 무게

펜스 부통령은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입국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질 예정입니다. 청와대 안에서는 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자리로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하는 정부 공식 대표단인데다 펜스 부통령 자체가 미 행정부의 2인자인 동시에 공화당 내 핵심인물이기 때문입니다.

SBS 취재결과,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회일인 9일 오전, 탈북자들과 함께 천안함이 있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의 서해 수호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9일 탈북자들과 천안함을 둘러볼 것이라고 미국 정부가 알려왔다"면서 "펜스 부통령 일정이 확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과 함께 천안함을 찾아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을 강조하면서, 강경한 대북 규탄 발언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이다. 그가 천안함을 찾아가고 하는 건 자기 정치를 하는 것도 크다. 펜스 부통령의 일정을 개인 일정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런 측면도 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이야길 하느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행보 자체가 미국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건데, 설사 그렇다 해도 미국 고위급 단장인 펜스 부통령이 ‘동선도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평창 올림픽을 북미 대화의 모멘텀으로 만들고자 했던 우리 정부의 계획은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의 플랜 B는 뭘까요?

● 김영남 메시지 주목
북한 김영남 위원장한쪽이 무관심하다면 다른 한쪽을 살펴봐야 합니다. 일단 북미 대화의 다른 한 축인 북한은 고무적입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대표단장으로 보내는 것부터가 성의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김 상임위원장과 동행하는 단원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중량급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뭔가 ‘내실 있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청와대는 북한의 태도가 상당히 적극적인 걸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 남한 내 반북(反北) 움직임에 발끈해 일정을 취소하거나 귀국하겠다고 강하게 문제 삼았을 만한 상황이 몇 차례나 있었음에도 이를 못 본 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현송월 단장은 지난 2015년 12월 혈맹이라는 중국에서조차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한 바 있습니다. 당시 중국 측이 공연 내용 중 우상화 부분을 문제 삼았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갖고 올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이 김정인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올지는 확실치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이 확실시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현 정국에 대한 논의는 있을 걸로 보입니다. 남북 모두 서로 입장을 뻔히 아는 상황… 자, 이제 청와대의 ‘플랜 B’ 기술 들어갈 차례입니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 비핵화,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 인정과 경제 제재 해제라는 서로 모순되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함께 북미 간 논의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북한 쪽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이라는 주제에 응한다면 대화 여지가 없진 않습니다.

● 평창 이후도 논의될 듯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평창 올림픽 기간 중에 뭔가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이 생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 만큼 평창 이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회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남북 대화의 끈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평창 이후 상황에 대한 서로의 양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동 때) 평창 이후 한미 훈련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내용은 당연히 이야기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또 “’평창 이후 상황은 어떻게 갈 거다. 미국은 어떻게 갈 거다. 북한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기회를 놓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하여튼 (미국과 북한)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전달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핵이 우리 힘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미국과 북한 양쪽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우리이고, 그 해결이 가장 절실한 것 또한 우리이고 보면 격식 따질 상황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