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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재판도 휴대폰으로 하는 中國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02.06 17:48 조회 재생수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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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위챗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인민 메신저'인 중국명 웨이씬(微信), 위챗이 워낙 대중화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카카오톡 역할을 하는 위챗 이용자는 9억 8천만 명이나 됩니다. 단순히 개인간 의사소통 수단으로만 쓰여선 이런 닉네임을 얻기 어렵겠죠?

각종 생활상 금전거래도 위챗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사회를 노(NO) 현금, 노 카드 시대로 바꾸고 있습니다. '거지도 위챗으로 구걸한다'는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닌 거죠. 10억 명에 가까운 위챗 이용자들은 생활 속에서 엄청난 양의 거래 흔적을 남기는데요, 그런 거래 흔적들의 빅데이터는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전자신분증 발급 서비스까지 등장해 위챗은 개인 신분증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편리함도 있지만, 빅브러더 사회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할 거 같습니다.
정성엽 월드리포 화면, 휴대폰 화면, 취재파일용중국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챗의 쓰임새를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관공서에서 효율적인 행정처리를 위해 위챗 활용을 고민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법원이 이 움직임에 가장 빨리 동참하고 있는 듯합니다. 베이징시 동쪽 하이덴구 법원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위챗 플랫폼을 정식 개설했습니다. 하이덴구 법원 위챗 서비스를 만들어 이 서비스를 통해 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쉽게 말해 소송을 제기하고 싶은 사람은 법원에 직접 오지 않아도, 위챗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챗 플랫폼에 소장과 기본 서류를 제출하고, 인지대금을 지불하면 정식 소송이 제기되는 겁니다. 그렇게 접수된 소장은 소송을 당한 사람에게 내용이 송달되면서 정식 소송 절차가 시작됩니다.

이미 중국은 저장성 항저우시에 세계 최초의 온라인 법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항저우시에 온라인 법원 건물이 존재하지만, 소송 당사자들은 법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화상 대화를 통해 공판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소송 결과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법원에 출근하는 사람은 법관들뿐인 셈인 거죠. 그런데 베이징 하이덴구 법원이 시작한 이른바 '위챗 소송'은 항저우 온라인 법원보다 한발 더 나간 걸로 볼 수 있습니다. 국가기관인 법원의 온라인 서버가 아닌 텐센트라는 일반 기업이 만든 위챗이라는 SNS를 통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거니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소송 제기하는 정도는 굳이 법원에 가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사람의 유무죄를 가리고 형을 부과하는 형사재판을 제외하고, 민사, 상사, 행정소송 등은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제소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동의하면 온라인으로 증빙 문서를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수준의 전자소송만으로도 우리 법원도 세계적인 전자소송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전자소송 과정은 대법원의 서버를 바탕으로 합니다. 대법원 서버를 통해 각종 전자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지, 소송 당사자끼리 주고받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죠. 당연히 재판부와 소송 당사자들이 SNS 단톡방을 만들어놓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더욱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베이징 하이덴구 법원엔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위챗 플랫폼을 통해 100여건에 가까운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고무되서인지 하이덴구 법원 뿐 아니라 베이징시 모든 법원이 위챗 소송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베이징 시민은 누구나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심지어 길거리에서조차 스마트폰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베이징시 법원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소송 제기 뿐 아니라 재판 진행도 위챗으로 가능하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위챗 단톡방을 만들어서 그 단톡방에서 판사와 원고, 피고가 문자나 화상대화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시도는 그냥 상상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위챗 단톡방을 통한 재판 사례가 있습니다. 베이징시는 아니었고, 신장위구르자치구 법원에서 단톡방 재판을 실제로 진행했습니다. 민사재판이었는데, 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이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어서 법정 대신 위챗 단톡방에서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중국 서북부 신장위그루지역과 동남부 상하이는 물리적인 거리가 3,500km가 넘습니다. 상하이에 사는 당사자 입장에선 신장자치구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되니 재판이 얼마나 효율적이라고 느꼈을까요?
중국 인터넷 재판, 정성엽 취재파일전세계 유례없는 위챗 재판에 대해 베이징시 법원 판사들과 소송 당사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재판이 시간 많이 잡아먹지 않고, 편하다는 거죠. 베이징 시민 왕 모씨는 "법원에 가서도 하루종일 기다리는 게 다반다였는데, 변호사가 사무실에 와서 (위챗을 통해) 한 시간만에 10건의 소송을 제기했다"며 놀라워했습니다. 판결 이행이 잘됐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법원 관계자 멍 모씨도 위챗 시스템으로 업무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이전엔 소송 당사자들로부터 하루 평균 80건 정도 전화를 받았었는데, 요즘엔 30건 밑으로 줄었다는군요. 대신 문의 사항은 위챗단톡방을 통해 해결한다고 합니다. 덩달아 일반 시민들이 위챗 소송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스마트폰 앱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법률 정보를 제공하고, 법정 문서들을 설명해주고, 판결문을 쉬운 말로 해석해주는 앱들 말입니다.

하지만 위챗 소송에 대해 모두가 환영일색인 것만은 아닙니다. 법원과 사법시스템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국가권력 작용인 재판이 지나치게 편이성과 효율성만 강조되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어떤 형태의 소송이 위챗 재판에 적합한지부터 가려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더 나아가 위챗 소송도 개별 재판별로 중구난방식 진행이되는 게 아니라 국가적인 표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법제도가 지나치게 파격적으로 진행되는 걸 경계하는 풍토는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인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 선진국 이미지와는 거리가 한참 먼 중국이 위챗공화국다운 발상을 과함하게 현실화 시키고 있는 과정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을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