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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구멍' 들어갔다가 참변…"제시간에 끝내야 해서"

<앵커>

지난 연말 서울의 한 전철 선로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1명이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 노동자는 빠른 작업을 위해 뜯어놓은 방음벽 '구멍'으로 들어가 작업하다 변을 당했는데, 그 이면에는 잘못된 하도급 관행이 있었습니다.

하청 노동자 연속보도,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온수역 선로에서 36살 전 모 씨가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코레일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로 배수로 정비 작업에 투입된 첫날이었습니다.

선로 작업 중에는 최소 1명이 열차가 오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조치는 없었습니다.

[피해자 동료 : 선로 감시원도 없고, 이 사람이 열차가 오고 있는데도 선로 한가운데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거예요. 기적을 울리니까 그제야 놀라서 피하고.]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주변에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방음벽 한쪽이 뚫려 있습니다. 당시 전 씨는 철제 펜스의 이 부분을 뜯어내고 선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 씨는 이른바 '작업 개구멍'을 통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현장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코레일 관계자 : (선로 안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는 작업 승인 전에 발생한 일이라서…]

그는 왜 현장에 미리, 그것도 작은 구멍으로 들어갔던 걸까? 규정보다 적은 인원으로 작업을 마치려면 시간이 모자라니까 미리 들어가서 자재를 옮겨 놓으려 했다는 겁니다.

[현장 근무자 : 제대로 하면 시간 안에 못 끝내요. 손이 모자라니까 일찍 들어가서 미리미리 준비해놔야 끝낼 수가 있는 거죠.]

취재팀이 입수한 코레일과 하청업체 간 업무협약서에는 적정 작업 인원이 최소 8명인 것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고 당시 근무자들은 말합니다.

규정된 인원보다 적은 인원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하청업체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 : 수사받고 있지만 이렇다 저렇다, 딱 지금 여기서 말씀드리기가 애매해요.]

분기당 6시간의 안전교육을 받는 정규직들과는 달리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던 전 씨.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에 현장에 미리 들어갔다가 36살 젊은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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