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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MB 부자는 왜 '이상은 씨 몫' 도곡동 땅 판 돈을 요구했을까?

사안이 복잡하면 본질을 봐야 합니다. 도곡동 땅, 다스, BBK, 이 모든 게 무엇 때문에 시작된 걸까요? 한 마디로 돈입니다. 도곡동 땅과 다스 실제 소유주 수사는 MB 은닉재산 여부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였는지 후일 정치를 하기 위해 차명으로 뒀는지 그 의도까지는 모르지만, 차명 재산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의혹을 풀 매듭도 결국 돈의 흐름을 거슬러가야 합니다.
 
출발은 도곡동 땅 입니다. 1995년 MB 처남 김재정 씨와 MB 친형 이상은 씨 공동 명의로 된 이 땅이 포스코 건설에 263억 원에 팔립니다. 이 땅을 산 포스코 건설을 세무조사 할 때 포스코 건설 금고 안 문서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이라고 된 서류를 봤다는 것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증언입니다.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어 ‘도곡동 땅 실제 소유주 MB’ 의혹이 나왔습니다.

263억 원, 이 돈 중에 양도세 등 각종 세금과 다스 지분 매입비 등을 뺀 200억 원을 김재정, 이상은 씨가 각각 100억 원씩 나눠 갖습니다. 이 돈은 금융상품에 투자됩니다. 1995년 시점입니다. 자 이제 김재정 씨 몫 100억과 이상은 몫 100억을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상은 씨 몫 100억 원입니다. 2007년 검찰, 그리고 2008년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이상은 몫 100억 원 흐름은 이렇습니다. 5년 동안 금융상품에 넣어둔 100억 원이 2001년 시점에 157억 원이 됩니다. 여기서 중간에 이상은 씨가 다스 지분을 인수한 돈, 그리고 다스 증자에 참여한 돈이 일부 빠집니다.

2008년 특검 수사 당시 확인해보니 이상은 씨가 삼성증권 2개 계좌에 139억 원을 넣어둔 것이 확인됩니다. 도곡동 땅 이상은 씨 몫이 움직인 흐름입니다. 특검 수사 전까지 이상은 씨 몫을 관리한 사람은 MB 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병모 현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현 금강(다스 하청업체) 대표였고, 특검 수사 이후부터 삼성증권 139억 원을 이상은 씨 아들 이동형 씨가 관리했다는 것이 다스 전, 현직 관계자들 증언입니다.

다음으로 김재정 씨 몫 100억 원. 이 돈 역시 금융상품에 넣어서 불렸던 걸로 파악되는데,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김 씨가 최대주주인 다스를 거쳐 다스가 BBK에 투자한 190억 원이 됐다는 의혹을 받는 돈입니다. 다스의 BBK 투자 경위에 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 연방법원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를 보면, 2000년 다스가 자본금 5천만 원짜리 투자자문회사 BBK에 무려 190억 원을 투자한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다스가 자금 면에서 ‘다소 여유가 생긴데다’ 저금리 기조가 되다 보니 자신에게 자문을 청했고,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씨를 소개해 ‘김경준의 BBK’에 투자하게 됐다는 겁니다. 2000년 4월 27일부터 12월 28일까지 모두 6차례 걸쳐 190억 원을 BBK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 투자 당시 다스 매출이 1,2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매출의 10%가 넘는 돈을 어떻게 투자했을까요? 다스 자산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데 도곡동 땅 판 돈 가운데 김재정 씨 몫 100억 원을 5년 동안 불렸던 돈이라면 2000년 ‘다소 자금에 여유가 생긴’ 이유가 설명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이후는 모두 아는 것처럼 BBK에 문제가 생기자 다스가 2001년 10월, 39억 원을 돌려받았고, 나머지 140억 원은 김경준 씨가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버립니다. 미국 연방법원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2002년 7월 20일 김백준 씨는 “MB를 대신해(On behalf of MB.Lee)” 김경준 씨 누나 에리카 김에게 당시 서울시장인 MB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다스가 투자한 140억 원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이에 대해 김경준 씨는 최근까지도 다스 140억 원은 투자한 돈이 아니라 회사 운영비로 준 것이어서 원래 돌려줄 필요가 없는 돈이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LA공항 도착한 김경준 (사진=연합뉴스)
결국 10년 가까운 기간 법정 싸움이 이어졌고, MB가 대통령 시절인 2011년 2월 김경준 씨가 140억 원을 다스에 반환합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공무원과 김재수 LA 총영사 등 외교부가 나서 14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김 씨 측을 압박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현재 검찰이 수사 중입니다. 원래 BBK 소액투자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140억 원을 권력을 이용해 다스가 받도록 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어쨌든 각종 언론에서 거론되는 ‘BBK 투자 반환금 140억’은 김재정 씨의 도곡동 땅 판 몫이 출처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이상은 씨 부자가 삼성증권에 넣어 둔 돈 139억 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이 돈에 대한 단서가 최근 등장한 MB 조카 김동혁 씨와 다스 이상은 회장 운전기사 출신 김종백 씨가 나눈 대화 녹취에 등장합니다. SBS가 전체 2시간 30분 분량의 녹취 파일을 입수했는데, 이걸 몇 십 번 들어보면 이 녹취 파일 속 돈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녹취 파일 속 인물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그렇습니다.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MB조카 김동혁 씨가 먼저 140억 원이라는 돈을 언급합니다. 김 씨는 “개포동 땅 판 거 있잖아. 김재정, 이상은 반반씩 통장에 들어갔잖아. 그 140억 원이 그리 갔잖아” 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래 갖고는 통장하고 도장 안 갖고 오면 안 나간다 이래된 거 아냐. 그 140억 갖다 줬잖아. 그래 갖고는 몇 년 전에 ‘영감’(MB)이 시형이 보고 달라 그래가지고 시형이가 이상은 씨 보고 ‘내놓으시오’ 했더니 ‘난 모른다. 동형이가 안 다’ 이렇게 된 거야” 라고 털어놓으며 자기가 이시형 씨에게 직접 들었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영감은 문맥상 MB를 뜻하는 걸로 해석되고, ‘통장하고 도장 안 갖고 오면 안 나간다’는 2007년과 2008년 검찰과 특검 수사 당시 이상은 회장이 직접 출석하고 기자회견 했던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다스
하지만, 김종백 씨는 김 씨가 언급한 140억 원을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 수사에서 밝혀진 다스 비자금으로 이해하며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두 명이 한 동안 서로 다른 돈을 이야기하다 보니 답답해 했고, BBK에 투자했던 140억 원까지 잠깐 거론됩니다. 그러자 MB 조카 김동혁 씨가 “BBK 투자금은 아니” 라고 말했고, 김종백 씨가 그때서야 “(BBK)투자금 140억 말고 별도로 또 140억 있어요. 특검 때 걸려가지고 이 돈 어디 갔냐고 해서 제가 세광 이00 만나서 경주 외환은행에서 한 장짜리 수표로 바꿔서 이영배 씨에게 줬거든요” 라고 말합니다.

세광공업 전 직원 이 모 씨는 다스 경리 여직원 조 모 씨가 빼돌린 돈을 맡아서 관리했던 인물입니다. 특검이 경리직원이 횡령했다고 밝힌 120억원은 수사가 끝난 뒤 이 씨와 조 씨가 반환하면서 2008년 3월 다스로 돌아옵니다. 횡령한 돈을 돌려받은 다스가 왜 MB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당시 금강 사장 이영배 씨에게 줬는지는 검찰이 밝힐 부분이고, 이 역시 중요한 대목으로 보입니다. 이 비자금의 흐름은 전달자와 받은 사람이 있으니 검찰이 전모를 파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김종백 씨는 최근 MBC와의 인터뷰에서 녹취 파일 속 140억 원에 관해서 2005년 비자금 20억 원이 있었고, 여기에 특검에서 찾은 120억 원을 더한 140억 원을 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MB조카 김동혁 씨가 말한 140억 원도 이 다스 비자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녹취 파일을 전체를 들어보면 김종백 씨는 돈의 성격을 오해하며 왔다 갔다 하지만, MB조카 김동혁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돈의 성격을 분명히 말합니다. 바로 도곡동 땅 판 돈 가운데 이상은 씨 몫을 말하고 있으며, 특검 수사 이후 이상은 씨 아들 동형 씨가 관리했던 삼성증권 139억 원을 지목합니다. 녹취 파일이 만들어진 2016년 4월로부터 1년 전 이시형 씨로부터 직접 들었고, 그때 까지도 MB 부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말도 합니다. 김종백 씨는 2015년 1월에 다스에서 퇴사했는데, 그래서 김동혁 씨가 대화 중에 약간 짜증을 내며 김종백 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최근 이야기를 해야지 자꾸 너는 그 전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 이시형이가 최근 1년 전에 나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그거는(네가 말하는 건) 그 전이잖아. 그 돈이 왔다 갔다 한 것은. 난 최근 아직까지 못 받았다 하는 거(돈)”           

부연 설명이 좀 길었는데 이 돈이 바로 이상은 씨 부자가 삼성증권에 넣어 관리했던 139억 원입니다. SBS 취재결과 현재 검찰 역시 녹취 파일에서 MB조카가 언급한 140억 원은 도곡동 땅 판 돈으로 보고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이제 남는 의문은 왜 MB 부자가 이상은 씨 부자에게 그 돈을 달라고 했냐는 겁니다. 2007년 검찰은 제3의 실제 소유주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2008년 정호영 특검은 도곡동 땅은 MB와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MB와 관련 없다는 도곡동 땅 판 돈에 등장하는 MB 그림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도곡동 땅 판 돈 가운데 다스를 거쳐 BBK로 투자된 ‘김재정 씨 몫’은 이걸 돌려받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 공무원을 동원해 김경준 씨 측을 압박한 의혹을 받고 있고, 도곡동 땅 판 돈 가운데 ‘이상은 씨 몫’에 대해선 MB아들이 2015년까지도 이상은 씨를 찾아가서 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과거 안원구 전 청장이 봤다고 증언한 포스코 건설 내부 문서 속 ‘실소유자 MB’는 사실이었던 것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주장에 대해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BBK가 어떻다고요?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이라고 밝히긴 했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때보다는 숫자가 늘어난 새로운 증언과 증거가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란 겁니다. 도곡동 땅에 대해 3번째로 진행되는 사법 당국의 수사, 이번에는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 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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