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韓에서 홀대받는 국산 전차 변속기, 터키 수출 청신호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1.30 14:06 수정 2018.01.30 14: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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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흑표 전차는 국산으로 통하지만, 전차의 '심장' 즉 엔진과 변속기, 냉각장치의 복합체인 파워팩은 독일제입니다. K-2는 현재로서는 국산 명품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반쪽짜리 국산 전차입니다.

군은 K-2 흑표 1차 양산분 100여 대에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데 이어 2차 양산분에는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통합한 한독(韓獨) '하이브리드' 파워팩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산 파워팩 완전체의 꿈이 사라질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쪽에서 뜻하지 않은 귀인이 나타났습니다. 중동의 대국, 터키입니다.

터키가 국산 엔진과 국산 변속기, 국산 냉각장치로 만든 국산 파워팩 완전체를 수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터키는 작년 가을 정부 고위 관료들을 보내서 의사를 전달했고 곧 국내 업체들을 현장 점검하기 위해 실무진을 파견합니다.

터키는 이미 현대로템의 K-2 흑표 차체 제작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K-2의 터키식 이름은 알타이(altay)입니다. 그런데 터키는 파워팩 기술이 없습니다. 터키로서는 대안이 많지 않습니다. 알타이가 K-2의 자매품이니 K-2의 국산 파워팩이 첫 번째 대안이고, 우리나라처럼 독일 파워팩을 사거나 독일 기술을 도입해 자체 개발하는 것이 두 번째 대안입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터키에 파워팩이든 파워팩 기술이든 수출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산 파워팩 완전체가 터키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터키가 최종적으로 국산 파워팩을 수입하면 K-2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터키에서 국산 전차를 완벽하게 구현하게 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 "7,110km 내구성능 입증된 국산 변속기면 충분하다!"

작년 서울 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ADEX에 터키 방사청의 고위직이 방문했습니다. 그는 10월 17, 18일 이틀 연속 S&T중공업의 부스를 찾아 S&T중공업 대표와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터키 방사청 고위직은 국산 변속기의 개발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었고 지금 수준의 성능이면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T중공업 관계자는 "국산 변속기가 양산 내구도 평가 목표인 9,600km에는 못 미쳤지만 현재까지 달성한 7,110km 내구성능이면 터키 작전환경에서 충분히 전투에 투입할 수 있다 뜻을 터키 측이 피력했다"고 말했습니다.
K-2 자매 전차인 터키 알타이두산 인프라코어가 개발한 국산 1,500마력 전차 엔진은 개발 및 양산 내구도 평가를 모두 통과했습니다. 국산 1,500마력 변속기는 개발 내구도 평가에서는 합격했는데 양산 내구도 평가에서 목표치인 9,600km에 2,490km 미달해서 불합격했습니다.

9,600km는 전차의 수명 주기입니다. 전차는 주행환경이 워낙 험해 승용차처럼 몇십만 km 주행거리를 기록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전력화된 전차들의 경우, 10년 주행거리가 5,000km 정도입니다. 방사청의 국산 변속기 내구도 평가 기준은 9,600km 달리는 동안 잔고장 한번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국산 엔진 내구도 평가는 9,600km 동안 중대결함만 없으면 되지만 변속기는 상대적으로 가혹하게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터키는 실용적입니다. 국산 변속기가 수명주기의 85%에 달하는 7,110km를 주행하는 동안 중대결함은 커녕 잔고장 한번 없었으니 전투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S&T중공업 관계자는 "터키 방사청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변속기 개발 및 평가 과정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있었다"며 "국산 변속기 수입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터키 정부는 작년 ADEX에 방사청 차장을 보내기에 앞서 이미 몇 해 전부터 국산 파워팩 도입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행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 국산 파워팩, 터키 수출 전망 '화창'

전차 파워팩의 강국은 단연 독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산 파워팩도 독일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습니다. 터키도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독일에서 엔진과 변속기를 사든지 기술을 도입해 자체 개발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우리나라 파워팩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독일은 터키에 무기 기술을 잘 넘기지 않습니다. 터키 정부는 최근 독일 정부에 "레오파드 전차 성능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독일 정부는 결정을 보류했습니다.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를 몰아내기 위해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에 대해 독일 내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고, 연정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진보 계열 정당들은 전통적으로 터키로의 무기 수출을 반대해 왔습니다.

독일로부터 전차 성능개량 기술 협조를 받을 수 없으니 자체적으로 전차를 생산하고 싶은 터키의 욕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국산 K-2 흑표의 자매 전차인 알타이의 전력화입니다. 물론 레오파드의 경우처럼 알타이용 파워팩도 독일에서 들여오기 어렵습니다. 터키의 선택이 'Made in Korea' 파워팩으로 좁혀진 이유입니다. 알타이 1차 양산분은 대략 250대로 알려졌습니다. 터키의 기술 수준을 감안했을 때 터키는 파워팩 기술이 아니라 파워팩 자체를 수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는 터키 방사청과 전차 생산을 맡을 업체 관계자들이 방한합니다. 파워팩의 냉각장치를 생산하는 현대로템,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로코어, 변속기를 생산하는 S&T중공업, 그리고 방사청을 직접 찾아 실물과 개발 및 생산 현황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국산 파워팩이 터키에 수출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